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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블랙 컨슈머 양산하는 업체 직거래 방치할 건가

박태희
경제부문 기자
인터넷에 이런 우스개가 있다. 헌 휴대전화를 새것으로 바꾸는 방법에 관한 얘기다. 첫째, 전자제품 서비스센터 문을 벌컥 열고 제일 높은 사람 나오라고 소리친다. 둘째, 헌 전화기를 내보이며 당장 바꿔달라고 소리친다. 셋째, 바꿔줄 때까지 소리친다.



 기업을 상대로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악성 민원인들, 이른바 ‘블랙 컨슈머’를 빗댄 얘기다. 전자업체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건강과 직결된 식음료업체들에 블랙 컨슈머는 공포의 대상이다. 한 음료업체 관계자는 “음료에 이물질이 들었다며 협박하는 전화가 갈수록 늘고 있다. 여름 성수기엔 한 달에 10건이 넘더라”고 털어놨다.



 블랙 컨슈머의 위협은 커지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뚜렷한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최대한 인내하고, 진정시키려고 시도한 뒤, 그런 행동은 형법 몇 조에 속한다고 고지한다’는 정도다.



 기업들이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불만 제기 시점에서 블랙 컨슈머인지 판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진위야 어찌 됐든 소비자와 마찰을 빚는 것 자체가 기업 이미지 실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음료업체 관계자는 “기업의 잘못이 없음을 밝혀낸다 해도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난 뒤엔 소용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기업의 미온적 대응이 블랙 컨슈머를 양산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소비자의 부당한 요구를 경험한 국내 기업 20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들 84%가 “악성 불만을 그대로 수용한다”고 답했다. ‘우는 소비자 달래기’ 식으로 넘어간다는 얘기다. 미국·일본 등 유통 선진국의 경우 제품 이상을 발견한 소비자는 관계당국에 신고하도록 돼 있고, 접수된 신고는 당국이 제조사와 신고자 사이에서 양쪽을 엄정하게 조사한다. 국내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블랙 컨슈머들은 업체와 ‘직거래’할 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십 개의 기업을 협박해 1억여원을 갈취한 ‘생계형 블랙 컨슈머’가 등장했던 것도 이러한 대응방식이 키운 결과다.



 세종시와 고려대 연구팀은 14일 남양유업 ‘개구리 분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조 과정상의 문제는 없었다는 내용이다. 누군가 실수로 넣었는지 여부는 추후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악성 민원은 선량한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고 기업 경영에 치명상을 준다. 우리 사회의 신뢰지수가 낮아지는 점은 더 큰 문제다. 블랙 컨슈머에 대한 투명한 처리, 합리적 보상, 그리고 엄정한 처벌. 정부와 기업에 던져진 큰 숙제다.



박태희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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