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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기초연금, 이름부터 바꿔야

김정하
정치국제부문 차장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으로 박근혜정부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9월 둘째 주에 67%까지 도달했던 박 대통령 지지율이 기초연금 문제가 불거진 이후 계속 떨어져 지난주엔 56%까지 내려왔다. 한국 실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라면 박근혜정부가 대대적으로 복지 혜택을 줄여서 벌어진 일로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그 반대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기초연금 도입으로 복지의 총량은 또다시 늘어나게 돼 있다. ‘좋은 일’을 하고도 정부가 두드려 맞은 것은 물론 박 대통령이 대선 때 내걸었던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지급한다는 공약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위야 어떻든 대선공약을 못 지킨 것은 비판받을 일이고, 박 대통령이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부담을 온전히 짊어질 수밖에 없다. 또 공약 수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기도 전에 엉뚱하게 주무 장관이 먼저 사퇴 운운하는 바람에 정부의 스텝이 꼬인 것도 한심한 일이다.



 다만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기초연금’이란 용어 자체가 국민들에게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정부가 안 들어도 될 욕까지 얻어먹고 있다는 점이다. 14일 복지부 국감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적절히 지적했듯이 연금(pension)이란 자신이 낸 보험료에 비례해 급여를 받는 시스템이다. 민간 금융사들의 연금보험뿐 아니라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도 다 마찬가지 구조다. 때문에 가입자 입장에선 이미 자신이 낸 보험료가 있기 때문에 연금 수령은 고마워 해야 할 시혜나 혜택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 도입하려고 하는 기초연금은 보험료가 없다. 정부 재정에서 그냥 지출되는 돈이다. 복지정책이 발달한 선진국에선 대개 이런 급여는 연금이 아니라 수당(allowance)이라고 지칭한다. 우리도 원칙적으로 기초연금은 ‘노령수당’이나 ‘노인복지수당’ 정도로 명명하는 게 옳았다. 그런데 공연히 연금이라는 이름을 붙여놓다 보니 기초연금도 다른 연금처럼 마땅히 내가 돌려받아야 할 돈이란 인상을 풍기게 됐다. 이런 지적은 2008년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될 때부터 나왔다. 그러나 용어에 따른 혼선이 결정적으로 부각된 것은 이번에 정부가 기초연금 지급수준을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복잡한 내용을 잘 모르는 상당수 국민들이 기초연금은 이미 자신이 낸 국민연금 보험료로 운영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 것이다. 비록 폐기되긴 했지만 실제로 올 초 정권인수위에서 기초연금 재원의 30%를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에서 가져다 쓴다는 안이 검토되기도 했으니 전혀 근거 없는 착각도 아니다. 어쨌든 자기가 낸 보험료를 정부가 마음대로 손댄다고 생각하면 누가 참을 수 있겠나. 기초연금 공약 수정이 정부의 예상보다 강한 반발에 부딪힌 배경엔 분명히 이런 요인도 있다. 기초연금은 연금이 아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는 기초연금이란 용어는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



김정하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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