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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갑' 국회·정부 등쌀에 … 기업, 정·관계 인물 영입전

지난주 유통업체 A사에 비상이 걸렸다. 국회에서 ‘갑을 논쟁’과 관련해 국정 감사에 오너를 출석시키겠다고 갑자기 통보했기 때문이다. 사장을 비롯한 전 임원은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위원에게 통사정을 하느라 결재를 미루고 여의도로 달려갔다.



"경영전략 짜기도 힘든데 …" 한숨

담당 임원은 “해당 상임위에 아는 국회의원이 많지 않아 전체 임원의 지연·학연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안면이 있는 국회의원에게도 해당 상임위 의원을 설득해달라고 읍소했다. A사는 지난 주말에야 증인에서 제외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영업 전략을 짜기도 힘든 판인데 국회로 인해 해야 할 일을 못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기업들이 ‘수퍼 갑’인 국회와 정부의 등쌀에 시달리고 있다. 국회와 정부 움직임에 신경 쓰느라 정작 중요한 기업 경영은 뒤로 밀리기 일쑤다. 경영을 이끌 인재보다 정·관계에 ‘말이 통하는’ 인사를 찾는 수요도 크게 늘었다.



국감 재계 증인 196명 … 2년 새 두배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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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CI는 최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역임한 허만 변호사를 경영지원 사장으로 영입했다. 허 사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정수장학회의 장학생 출신이다. 친박 핵심 인사였던 홍사덕 전 새누리당 의원도 KT 고문 명단에 일찌감치 이름을 올렸다.



 총수가 재판 중인 SK그룹에는 법조인 출신이 많다. 김준호 SK하이닉스 사장과 윤진원 그룹 부사장 등 검사 출신 인사, 남영찬 SK텔레콤 상임고문과 강선희 SK이노베이션 부사장 등 법원 출신 인사들이 요직에 배치돼 있다. CJ는 언론인을 영입해 그룹 홍보를 맡겼다. 지난달 한화는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양천식 전 수출입은행장을 각각 부회장급으로 영입했다. 해당 그룹들은 대부분 “외부 인사 충원을 통한 내부 혁신과 인재 확보 차원의 영입”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그룹 관계자는 “우리도 오죽 답답하면 이러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기업이 이렇게 외부 인사 영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14일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국감에는 196명의 기업인과 경제단체 관계자가 증인으로 불려나간다. 2011년(80명)의 두 배가 넘는 숫자다. 3개 상임위에서 호출을 받은 기업인도 있다. 17일 금융위원회 국감에 불려가는 은행장 3명의 증인 채택 이유는 ‘지주회사 은행경영 불간섭’이다. 금융계에선 “그룹 내 회사 간 관계도 국감 대상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번 국감에선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태로 인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 계열 금융사에 대해서까지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까봐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대기업 전무는 “출석해보면 하루 종일 기다리다 호통 몇 번 듣고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잠깐 자리를 뜨기도 어려워 급한 일은 문자메시지나 쪽지로 상의하는데 외국 경쟁사가 들으면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 정책 부작용”



 국회에서 앞으로 논의할 법안에도 기업의 신경이 곤두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순환출자 금지,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등이 강화되면 기업이 경영보다 경영권 방어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법안은 자칫하면 중소업체와 소비자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대기업을 겨냥해 만든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막상 해보니 증여세 낼 사람의 75.9%가 중소기업 주주였다. 한국규제학회의 19대 국회 규제성 의원입법(474건)에 대한 평가 점수도 후하지 않다. 규제 신설의 필요성은 5점 만점에 2.99점, 규제 수단의 적절성은 2.92점에 그쳤다. 김주찬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는 “특히 경제민주화와 노동 관련 법안에서 부작용이나 규제 편익에 문제 소지가 있는 법안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법안 실무를 챙기는 국회의원 보좌관과 비서관을 영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올해 초 한 대기업이 민주당 의원 보좌관 3명을 영입한 게 신호탄이 됐다. 최근에는 대기업 계열 광고업체, 대형 주류업체, 공기업에서도 보좌관들을 잇따라 영입했다. 경력 10년 이상이고 핵심 상임위 소속 의원과 오래 일한 경우는 억대 연봉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 보좌관 몸값 상한가 … 억대 연봉도



 정부의 시어머니 노릇도 국회 못지않다. B기업의 경우 지난 4월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5개월 만에 다시 세무조사 통보를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에 연줄을 대지 않아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내부에선 아무래도 관련 부처 사람을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지 못하고 곁눈질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내외 경기와 최고 결정권자가 없어 핵심 결정을 못하는 기업이 많은 경제 상황을 국회나 정부가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훈·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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