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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란 … 한국선 유서 쓸 낙인, 미국선 돈 되는 경험

사업에 실패하면 한국에선 ‘유서’를 쓰지만 미국은 실패 경험을 공유한다. 이런 차이가 두 나라의 창업 환경을 극명하게 가르고 있다. 실패를 사회적 자산으로 바꾸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의 해법을 들었다.



“죽을 생각을 한 게 한두 번도 아니었다. 딱 15일만 더 살아보자고 결심했다.”

창업 기피하는 대한민국 <중> 한국만 있는 절벽 … 다리를 놓자
두 번째 도전 쉬운 사회를



 경기도 안산시 청년창업사관학교 연수원 한쪽 복도에는 ‘실패담의 벽’이 있다. ‘자살을 생각하고 아버지 무덤을 찾았다’ ‘한강에 뛰어들기 전 가족의 이름을 불렀다’…. 섬뜩한 문구가 곳곳에 남겨져 있다.



실패 두려움 OECD 국가 중 둘째로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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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담을 남긴 주인공은 지금은 성공한 벤처기업가가 된 파이온텍 김태곤 대표, 메티바이오메드 오석송 대표 등이다. 박철규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성공한 벤처인들도 엇비슷한 실패를 겪었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창업에 실패하면 인생 낙오자로 몰고 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거의 모든 창업은 실패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그래서 한국보다 창업이 활발한 미국에선 실패담을 공유하며 이를 사회 전체의 자산으로 축적한다. 반면 한국은 단 한 번의 실패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사업 실패와 더불어 혹여 신용불량자 딱지라도 붙으면 ‘주홍글씨’처럼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선뜻 창업에 나서길 꺼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업가정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응답 비율이 45%에 달해, 31개 조사대상국 중 둘째로 많았다.



 고기능 소재를 활용한 척추고정기기 ‘엑스-플렉스’를 개발해 전국 병원에 공급하고 있는 ‘강앤박메디컬’의 강지훈(40) 대표도 한때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2005년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한 공기청정기 업체가 2년 만에 문을 닫으면서다. 전셋집 보증금을 빼 자금을 댔고, 가족은 찜질방 생활을 했다. 그가 전공(재료공학 박사)을 살려 고기능 소재로 재기하는 데까지는 4년의 시간이 걸렸다.



 강 대표는 “스타트업(신생 창업기업)은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에 어떻게 실패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비록 처음에는 실패했지만 이를 통해 경험을 쌓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패 강박증’은 창업을 억누르는 분위기를 만든다. 대학생 창업 동아리 ‘멋쟁이 사자처럼’의 이두희 대장(31·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박사과정)은 “창업을 한다고 몇 년 이상 휴학하면 제적당하는 학칙이 있고, 학교 안에 회사를 차리면 공부에 방해된다고 꾸지람하는 교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이 청년 창업을 북돋고, 실패해도 도전하도록 격려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창업 의지를 꺾는다면 창업에 뛰어드는 학생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선 실패담 공유 콘퍼런스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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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가 두렵기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똑같다. 그러나 한국은 실패를 하면 유서라도 써야 할 궁지에 몰리지만, 미국은 실패를 공개하고 이를 통해 성공을 얘기한다. 매년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실패콘퍼런스(Failcon)’가 대표적이다. 말 그대로 어떻게 실패했고,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재기했는지를 토론하는 콘퍼런스다. 싱가포르·일본·호주에서도 페일콘이 열린다.



 이 콘퍼런스를 기획한 카스 필립스는 미국 ‘안트러프러너’지(紙)와의 인터뷰에서 “페일콘 참석자에게 실패한 경험이 있느냐고 물으면 절반 이상이 당당하게 손을 든다”며 “연사도 자신의 실패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연대보증 없애고 M&A 시장 키워야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실패한 창업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실패의 경험이 창업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국도 창업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독 한국에서 창업 실패 부담이 큰 것은 실패한 데 따른 부담과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중 전문가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연대보증이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성실한 창업 실패자에 대해서도 연대보증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자금을 회수하다 보니 ‘사업 실패=인생 실패’라는 등식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남 회장을 비롯한 창업 선배들은 “이런 구도를 깨기 위해선 어렵더라도 창업 자금 형성을 융자가 아니라 투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벤처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금융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을 키우고, 기업공개(IPO)나 스톡옵션 등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는 게 선결 과제다. 또 기술은 있는데 자금이 없어 망하는 이른바 ‘데스밸리(Death-Valley)’를 넘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이디어를 사고파는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제품이 아니라 지식재산권을 거래해 돈이 없어 망하는 걸 막아주자는 것이다.



?◆특별취재팀=심재우(영국 런던, 미국 팰로앨토)·손해용(중국 베이징·상하이)·조혜경(독일 베를린·드레스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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