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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국이 세계 흔드는 시대 끝"… 채권국 중국의 도전장

중국 신화통신이 미국을 정조준해 한 방 날렸다. 13일 “한 위선적인 국가에 의해 세계가 좌지우지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한 위선적인 국가’란 미국을 말한다. 신화통신은 관영 언론으로 중국 지도자들의 의중을 반영한다. 세계 최대 채권국 중국이 세계 최대 채무국이면서도 보수·진보 간 정쟁으로 국가 부도(디폴트) 위기를 맞은 미국의 패권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급속한 성장에 힘입어 중국 경제는 2020~2030년 미국을 앞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실제로 올 상반기 석유수출국기구(OPEC) 원유 수입량에서 미국을 앞지르기도 했다.



신화통신 "미 부채위기, 국제질서 재편 기회" … 대국굴기 목청

 중국은 그동안 경제 성장의 아버지 덩샤오핑(鄧小平)이 천명한 대외 정책 원칙인 도광양회(韜光養晦·일부러 몸을 낮추어 상대방의 경계심을 늦춘 뒤 몰래 힘을 기른다는 뜻으로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력이 생기기 전까지 몸을 낮추는 전략)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커진 국력을 바탕으로 대국굴기(대국이 일어서다는 뜻으로 중국의 국제 사회 발언권이 대폭 강해져야 한다는 전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계기로 패권 더는 인정 않겠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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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통신은 이날 ‘미국의 재정 실패가 세계의 탈미국화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논평에서 미 민주·공화 양당의 갈등으로 재정 위기가 장기화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 사태가 탈미국화된 세계의 건설을 고려할 만한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 패권주의의 위선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경제·군사력으로 적수가 없어진 뒤 세계 곳곳에 개입해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해 왔다”며 “앞에서는 도덕적 우월성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전쟁 포로를 고문하고 무인기 공격으로 민간인을 학살했으며 세계 지도자들을 감시해 왔다”고 꼬집었다. 이어 “소위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 아래에서 우리는 미국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갈등을 해결하거나 빈곤·오염을 없애고 실질적인 평화를 가져온 사례를 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논평은 “새로운 세계 질서가 들어서야 한다. 여기서는 크건 작건, 부자건 가난하건 모든 나라가 그들의 핵심 이익을 존중받고 공정한 입장에서 보호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 정치권의 잇따른 재정 위기 타개 실패가 다른 국가들의 달러 자산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미국이 지도국의 책임을 다하는 대신 초강대국의 지위를 남용해 세계를 금융 위기와 혼란으로 몰아넣었다”고 질타했다. 중국이 그간 축적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 중심의 패권에 이의를 제기하려는 의도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중국이 미 재정 위기에 우려를 표명하는 건 중국 경제가 미 경제에 밀접히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올 7월 기준 미 국채 1조2773억 달러(약 1370조8000억원)어치를 갖고 있다. 1조1354억 달러 상당의 미 국채를 보유한 일본은 2위 자리로 밀려난 지 오래다. 브라질(2564억 달러)·대만(1858억 달러)·스위스(1782억 달러)도 미 국채를 많이 갖고 있지만 중국이 보유한 채권액과 비교해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로 인해 미국이 부도나면 가장 타격을 입는 나라가 중국이다. 주광야오(朱光耀) 중국 재정부 부부장(차관)은 지난 7일 “미국은 진정성을 갖고 해결책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지난 11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디폴트 타개 압박 속 미 국채 계속 사들여





 그럼에도 미국의 재정 위기를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속내는 짐짓 여유롭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지난 7월에도 중국은 569억 달러어치의 미 국채를 추가로 사들였다”고 전했다. ‘미국이 부도날 리 없다’고 보고 미 국채를 유리한 조건에 사들일 기회로 삼았다는 얘기다.



 중국은 미 정부의 셧다운과 디폴트 우려를 자국 경제의 파워를 과시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아울러 세계의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의 취약성을 문제 삼아 위안화 국제화의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신화통신은 “탈미국화 개혁의 핵심으로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통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서 신흥국의 위상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944년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정한 뒤 70년을 이어온 브레턴우즈 체제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중국의 현재 IMF 의결권은 3.65%로 이탈리아(3.81%)보다 못하다. 미국(16.75%)에 비해서는 5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8조2210억 달러로 미국(16조2446억 달러)의 절반을 웃돈다. AFP통신은 IMF의 개혁 작업이 3년 전부터 추진돼 왔으나 최대 지분 보유국인 미국의 견제로 제대로 실행되지 못해 왔다고 전했다.



“새 기축통화 필요” 위안화 국제화 노려



 원유 수입에서도 중국은 미국을 앞질렀다. 중국은 올 상반기 OPEC에서 하루 평균 370만 배럴(1배럴은 158.9L)의 원유를 수입해 사상 처음으로 미국(350만 배럴)을 추월했다.



 중국이 중동 산유국을 통해 수입하는 원유가 많아지며 원유 수송로 안전을 두고 미·중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미국은 주요 원유 수송로인 페르시아만의 바레인·쿠웨이트·카타르 등에 해·공군 기지를 운영하며 원유 수송로를 지켜 왔다. 중국은 미국 덕분에 별다른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안전하게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중동 원유 수송로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만큼 중국이 미국의 중동 정책에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추진하는 시리아·이란 제재에 반대하는 등 미국 대외정책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중국 대사관의 두밍 서기관은 WSJ에 “거래는 거래고 정치는 정치다”며 미국 정책에 동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동 담당 국장인 존 앤터먼은 “미국이 지구촌 안정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자원을 쏟아붓고 있으나 세계적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은 세계 안정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재홍·조현숙·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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