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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힐링 숲길 ⑧ 강원도 대관령옛길





깊고 깊은 숲길 따라 옛이야기 가득한 ‘아흔아홉굽이’ 넘어보자

‘늙으신 어머님을 고향에 두고 외로이 서울길로 가는 이 마음, 돌아보니 북촌은 아득도 한데 흰 구름만 저문 산을 날아 내리네’



 조선시대 여류 서화가 신사임당(1504~1551)이 38세 때 대관령을 넘으며 읊은 시다. 송강 정철(1536∼1593)도 이 길에서 관동별곡을 지었다. 능선과 계곡을 따라 단풍이 한 가득 피어난 가을 대관령옛길을 걸어본다.



 대관령옛길 걷기는 대관령 정상(해발 832m)에서 출발한다. 갈대와 수풀이 우거진 양떼목장 옆길을 따라 오르면 전나무숲이 나온다. 이 숲을 지나면 선자령 정상과 국사성황당으로 가는 길로 나뉜다. 삼국통일의 주역 김유신(595~673)을 산신으로 모신 국사성황당은 1000년을 이어온 강릉단오제(유네스코 문화유산)로 유명하다. 성황당 옆으로 붉게 단풍이 든 구릉을 지나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직진하면 옛길로 내려가는 단풍 숲길이 시작된다. 옛 산적들이 숨어있을 것처럼 깊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대관령길의 절반이라는 ‘반정’으로 내려간다. 아쉽게도 옛 영동 고속도로가 옛길의 허리를 자르고 있다. 건널 때 조심해야 한다. 반정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강릉 인근 동해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예로부터 강릉 사람들은 대관령을 ‘대굴령’이라 했다. 대굴대굴(데굴데굴) 구르며 오르내리던 고개란 뜻이다. ‘아흔아홉굽이’라고도 부른다. 강릉에 살던 율곡 때문이다. 율곡은 과거시험을 보러 갈 때 곶감 100개를 챙겼다. 한 굽이 넘을 때마다 곶감을 하나씩 빼먹었다. 대관령을 다 넘고 보니 딱 한 개가 남았다. 그래서 아흔아홉굽이다.



 숲 한켠에 오래된 비석이 숨어 있다. 한겨울 대관령의 험한 고갯길을 지나던 행인들에게 인정을 베풀었던 조선 후기 향리 이병화(李秉華)를 기리는 비석이다. 단원 김홍도의 대관령 그림이 길 한 켠에 보인다. 과거 이 길의 풍경이었을 것으로 짐작하며 걸으면 타임머신을 탄 느낌을 받는다. 청송의 기상과 층암계곡의 맑은 물이 태고의 신비를 안겨준다. 가을 정취에 취하며 걷다 보면 주막거리가 나온다. 산적·호랑이를 피하기 위해 이곳에서 여럿이 모여 대관령을 넘었다. 단풍길이 끝날 무렵 곧게 뻗은 금강 소나무 숲이 등장한다. 금강소나무 숲을 지나는 원울이재는 한양에서 700리를 걸어 강릉부사로 부임하던 원님들이 신세를 한탄하며 울던 고개다.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대관령옛길 걷기는 대관령박물관 앞에서 멈춘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사진=블루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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