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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불혹의 아저씨, 오빠 되는 날

14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정문 로비. 넥타이를 하지 않은 화려한 색깔 셔츠 차림의 30~40대 남성 10명이 멋쩍은 듯 고개를 긁적이며 쇼윈도에 섰다. 바지는 요즘 유행을 반영해 밑단을 걷어 올렸다. 쇼윈도에 선 이들은 롯데백화점 본사 기획팀과 시설안전팀·식품팀·마케팅팀 등에서 뽑힌 팀장급 직원들이다. 고객 대상 비즈니스 캐주얼 패션쇼에 모델로 등장한 것이다. 15년차 사원인 권영돌(39) 롯데백화점 남성복 MD팀장은 “이 나이에 패션모델로 데뷔하는 게 창피하다”면서도 “고객들이 비즈니스 캐주얼을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마케팅 방안을 궁리하다 직접 모델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캐주얼은 일반 정장보다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캐주얼보다는 격식을 갖춘 복장을 일컫는 말이다.



정장은 고루하잖아, 마음은 20대잖아
"멋지게 보이고 싶다" 남성복 비즈니스 캐주얼 열풍
겉모습 신경 쓰는 남성 늘고 정장보다 편하면서 격식 갖춰

 패션 업계에 ‘남성 파워’가 거세다. 아저씨가 되기를 거부하는 30대 삼촌들과 40~50대 ‘꽃중년’들이 몰리면서 ‘백화점=여성고객 전유물’이란 공식이 깨지고 있다. ‘불황이 되면 남자가 먼저 지갑을 닫는다’는 속설도 더 이상 맞지 않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남성들도 겉모습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남성복 시장은 백화점들의 블루오션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특히 남성복 시장에서도 정장이 아닌 비즈니스 캐주얼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 속에서 여성복 매출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비즈니스 캐주얼의 매출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여성복 매출 신장률이 2011년 8.8%, 지난해 4.1%, 올해는 -3%를 기록했지만 비즈니스 캐주얼은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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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들은 경쟁적으로 ‘남성 전용관’도 만들고 있다. 이는 한 건물 전체를 남성전용관으로 사용하는 이세탄·한큐 등 일본 백화점 업계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1년 신세계가 서울 강남점 6층에 최초로 남성 전문관을 도입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패션뿐만 아니라 카페·문구·전자제품·음반을 백화점 남성매장에서 파는 곳은 없었다. 이어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9월 소공동 본점에 5층 한 층 전체를 터서 남성관을 만들었고, 올해 5월에는 현대백화점이 무역센터점 7층에 남성관 ‘현대 멘즈’를 개점했다.



 이들 남성 전용관과 기존 백화점 남성복 매장의 차이는 옷뿐만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쇼핑이 가능한 ‘탑 투 토(TOP to TOE)’ 전략을 실제로 펼쳤다는 점이다. 현대 멘즈는 매장 면적의 약 20%인 495m²(약 150평)를 의류 외에 시계·구두·액세서리·화장품 브랜드로 채웠다. 그 결과 현대 멘즈의 월평균 매출(5~10월 현재)은 지난해 같은 기간 현대 멘즈가 아닌 일반 남성매장 시절과 비교할 때 60% 증가했고, 방문 고객 수도 약 30% 늘었다.



 남성 전용관 경쟁은 전국화되는 추세다. 무역센터점의 성공에 힘입어 현대백화점은 서울 압구정·목동점뿐만 아니라 대구점, 2015년 완공 예정인 판교점에도 남성관을 추가로 열기로 확정했다. 부산에서는 롯데와 신세계가 남성관을 만들어 경쟁하고 있다.



 이들 남성관의 구매 실세는 40대다. 현대백화점 남성관의 매출분석 결과 고객 연령대별로는 40대의 매출 증가율(81%)이 다른 세대보다 높았다. 40대 다음으로는 20대(51%), 30대(45%), 50대(35%) 순이었다. 현대백화점 남성 매장의 상품군별 비중을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남성 정장은 42.2%에서 25.3%로 줄었지만 비즈니스 캐주얼은 25.8%에서 34%로 증가했다.



 비즈니스 캐주얼이 뜨자 이에 어울리는 배낭(백팩) 수요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4일 현재 백화점 내 백팩 전문 매장이 3년 전에 비해 세 배 이상 늘어난 70개 이상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 캐주얼 바람은 제조 업체들 사이에서도 불고 있다. 코오롱 FnC가 운영하는 남성복 브랜드 ‘커스텀멜로우’는 빵집 아저씨가 디자인한 옷을 올해 가을·겨울 신상품으로 내세웠다. 유명한 제빵사 6명이 대략적인 디자인을 짜면 코오롱 FnC는 이를 바탕으로 신상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신원은 비즈니스 캐주얼에 특화한 브랜드 ‘반 하트(Van Hart)’를 새롭게 출시했다. 신원 관계자는 “ 브랜드 마케팅 직원들이 기업체나 정부 기관의 요청을 받고 스타일링 제안과 옷 입는 방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의 남성복 브랜드 ‘로가디스’는 연말까지 전 매장에서 ‘슈어베트(SureBet·어느 경우에도 손해를 보지 않는 확실한 베팅을 일컫는 용어)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옷을 잘입지 못하는 남성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로 재킷·바지·신발·외투 등을 일일이 따로 선택하지 않아도 전체 코디를 추천받을 수 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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