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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일감 몰아주기, 중소기업에서도 흔하다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작은 신발 공장이 있었다. 제품이 좋아 쑥쑥 성장했다. 접착제 사용량도 따라 늘었다. 어느 날 사장은 접착제 납품업체를 바꿨다. 대신 그 일을 직장을 나와 놀고 있던 동생에게 맡겼다. 회사가 잘돼 근로자가 점점 늘어나자 사장은 직원복지 차원에서 구내식당도 만들었다. 그 일은 식당을 해본 경험이 있는 고향 후배에게 줬다. 주위에서 흔히 접하는 얘기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계열사를 늘려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접착제 회사를 인수하거나 신설하면 자회사가 탄생한다. 원두 수입회사와 같은 이질적인 자회사가 생겨나기도 한다. 구내식당 옆에 작은 커피집을 붙인 것이 장사가 잘돼 체인점으로 발전시킨 경우다.



 오늘날 대기업도 과거엔 다 구멍가게였다. 그들의 덩치가 커져 경제력 집중이 심해지면서 규제가 가해지기 시작했다. 독과점 피해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면 거기에 맞는 사회적 행동 규범이 있듯 기업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 땐 아무 제재 없이 해오던 행태가 대기업이 되면 금지되는 경우가 많다. 가진 자에 대한 시선이 특히 따가운 우리 사회에선 더욱 그렇다. 대기업과 부자는 국민 정서에 근거해 매를 맞기도 한다. 재벌 기업이 골목 상권까지 침범했다는 비난도 그런 경우다. 삼성의 신라호텔이 고급 빵집 ‘아티제’를 한다고 해서 뭇매를 맞고 팔았다. 대한제분이 그걸 사서 그 자리에서 그대로 영업한다. 그러나 동네 빵집의 매상이 늘어났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재벌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사실 그들의 행태 중엔 눈꼴 신 것도 많다. 그 밑바탕은 욕심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도 이익을 추구하며 산다. 재벌의 탐욕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본질적으론 같은 거다. 대기업이 오너 일가 사람들에게 일감을 몰아준다 해서 정부가 2011년 말 법을 개정해 증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계열사 덕에 돈을 벌었으니 재산을 증여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 것이다. 부의 편법 대물림을 막고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불이익을 당하는 중소기업도 보호하겠다는 취지였다.



 지난 8일 국세청이 2012년도 거래분에 대해 처음으로 세금을 고지했다. 계열사로부터 받은 일감이 연 매출의 30%를 넘는 기업의 지분을 3% 이상 가진 대주주 일가가 대상이었다. 모두 1만 명을 넘었는데, 이 중 소위 재벌기업 관련 주주는 154명에 불과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대기업은 언론과 시민단체·정부·국회로부터 집중 감시를 받아오고 있다. 그 아래 기업일수록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들의 영업 행태나 회계 관행은 대기업에 비해 구식인 경우가 많다. 사실 작은 기업일수록 기업주 일가 친척이 경영에 많이 참여한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자 중 98.5%가 중견기업이나 우리가 잘 모르는 중소기업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당사자들은 대기업을 규제하랬더니 애꿎은 자신들만 잡는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하지만 법의 잣대가 공평해야 한다는 건 상식 중 상식이다.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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