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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기초연금 논란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2013년 9월 27일자 34면>

박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설명 책임을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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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하면서 기초연금 축소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라는 발언을 했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주겠다던 계획이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 대한 차등 지급으로 변경된 데 대한 입장 표명인 셈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선 어려운 노인들은 거의 대부분(지급 대상의 90%) 월 20만원을 꽉 채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당초의 공약을 못 지킨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또 박 대통령이 임기 내 반드시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으나 현재의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이 역시 어려워 보인다.



 이유가 무엇이든 핵심 공약을 수정한 이상 대통령은 국민에게 경위를 직접 설명하고 흔쾌히 사과했어야 했다. 이어 앞으로의 실행 계획과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밝혀야 했다. 대통령 눈치나 보는 장관들 죽 모아놓고 아무리 ‘죄송한 마음’이라고 해 봤자 국민에게까지 사과의 마음이 전달되진 않는다.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대통령의 권위나 신뢰가 추락하는 건 결코 아니다. 최고 국정 책임자로서 국민에 대한 설명 책임을 성실히 다하라는 것이다. 사과와 설득의 고통을 피해선 안 된다.



 돌이켜보면 소득 상위 30%를 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정도는 설명하기에 따라 충분히 국민의 양해를 구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무리한 공약을 억지로 실행한다면 우리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위험을 불 보듯 한 상황에서 초반 궤도 수정을 잘못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획일적으로 지급하는 연금이 우리 경제 형편에 합당한가 하는 근본적인 의구심도 아직 남아 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공약에 무리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결과적으로 약속을 못 지킨 데 대해 사과한 뒤, 대안을 설명하면서 정면돌파를 했어야 했다. 그게 원칙과 소신의 리더십이다. 복지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재정의 부담능력을 벗어나선 곤란하다. 국민도 이를 잘 이해한다.



 월 20만원이 부자에겐 강물에 물 한 방울 더하는 셈이지만 빈곤층에겐 간절한 물 한 모금일 수 있다. 제한된 재정으로 복지 효과를 높이려면 절실한 계층에 보다 두터운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교한 전달체계를 다듬어야 한다. 그게 지금 정부에게 던져진 과제다.



 한편 민주당은 기초연금 축소를 ‘공약 파기’로 몰아세우고 있다. 하지만 부자 증세를 요구하는 민주당이 소득 상위 30%에게도 기초연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모순이다. 민주당은 또 중상층 봉급생활자들의 소득세를 높이는 세제 개편안이 처음 나왔을 때 ‘세금폭탄’이라며 비난하지 않았나. 일관성 있는 논리를 찾기 어려운 자세다. 그동안 장외투쟁을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이성이 무뎌진 건 아닌지 자기성찰을 해야 할 판이다. 민주당은 합리적인 비판과 현실적인 대안을 내놔야 수권정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한겨레<2013년 9월 27일자 31면>

기초연금 공약 파기, ‘어물쩍 사과’로 넘길 일인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기초연금 공약 파기와 관련해 국무회의 석상에서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에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실상 사과의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공약 포기는 아니며 실행에 옮기지 못한 부분은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박 대통령의 사과 형식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노인 복지 공약의 전면 후퇴는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해도 모자랄 사안이다. 사과 대상도 당연히 전체 국민이 돼야 한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 형식으로 간접사과의 뜻을 밝힌 것부터가 이 문제에 대한 안이한 인식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다.



 임기 내 기초연금 공약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이 또한 헛약속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공약 이행 여부를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국민대타협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있지도 않은 국민대타협위를 만들어 공약 이행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것은 비판을 무마하려는 눈가림용이란 의심이 든다. 그런 불확실한 헛약속을 내세우며 공약 파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65살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상위 30%를 제외하고 나머지 70%에게 10만~20만원을 차등지급하는 정부안은, 65살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월 20만원씩을 지급한다는 대선 공약과는 분명 다르다. 어쨌든 현재로선 공약을 파기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공약 이행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흔적도 찾기 어렵다. 부자 감세 철회, 사회간접자본 투자 조정 등을 통한 복지예산 확보가 꼭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경제 여건이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공약을 포기하는 것은 결국 공약을 지킬 의지나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지난 1월 “공약을 발표할 때마다 재원이 어떻게 소요되며, 실현 가능한지 따지고 또 따졌다”고 말했다. 공약을 철저히 준비했다는 것인데, 불과 8개월여 사이에 많은 공약이 공수표가 돼가고 있다. 박 대통령이 금과옥조처럼 내세운 신뢰와 원칙이 공약 이행 단계에서 크게 퇴색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경제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여야가 서로 협력해 민생법안이 빨리 통과되도록 부탁드린다”고 한 대목도 문제다.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야당에 협력만 요구할 수 있는지 답답하다. 주요 공약은 파기하면서 야당에는 알아서 협력하라는 독선적 국정운영으로는 나라의 미래를 이끌 수 없다.





[논리 vs 논리]

공약 수정·파기 논쟁보다 급한 건 노인빈곤 해결인데 …




기초연금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기초연금 공약을 내놓았다. 이는 상대편인 민주당 공약보다 강력한 것이었다. 문재인 후보 측은 전체 80% 노인에게 기존 노령연금의 2배 금액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후보 공약은 어르신들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지난 9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죄송한 마음’이라는 표현으로 기초연금 축소를 공식화했다. 정책은 전체 노인이 아닌 소득 하위 70%에게 10만~20만원씩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선거의 결정적인 변수였던 핵심 공약을 수정하는 일은 중대한 사안이다. 두 사설은 상황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야 했다며 한목소리를 낸다.



 특히 한겨레는 ‘공약 파기’라는 표현을 쓰며 비판의 수위를 높인다. 복지는 보통 진보진영이 앞세우는 의제다. 그러나 지난 선거에서 박 대통령은 진보정당만큼 강한 복지 정책을 내놓았다. 이제 와서 이를 실행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공약(空約)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초연금 축소를 바라보는 두 신문의 입장은 뚜렷하게 갈린다. 중앙일보는 연금 지급 대상에서 소득 상위 30% 노인을 제외하는 정도는 ‘충분히 국민의 양해를 구할 수 있는 일’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한겨레는 ‘공약 파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비난한다. 두 사설의 논조가 왜 이토록 극명하게 달라지는가.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사설에는 복지에 대한 서로 다른 철학이 담겨 있다. 이는 과거 학교 무상급식 논란과도 맥을 같이한다. 한겨레 입장은 ‘보편적 복지’에 가깝다. 복지는 국민 모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다. 반면 중앙일보는 ‘선택적 복지’를 앞세운다. 복지는 생계가 위협받는 이들을 보호해야 할 수단이어야 한다. 살 만한 이들까지 국가가 나서서 도움을 줘야 할 이유는 없다.



 둘의 입장은 팽팽한 평행선을 달린다. 중앙일보는 민주당을 비판하며, “부자 증세를 요구하며 소득 상위 30%에게도 기초연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한겨레는 전혀 다른 논리를 편다. 복지 예산 확보를 위해 부자 감세(減稅)부터 철회하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조정하라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중앙의 비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들은 부자일수록 세금을 더 내야 하고, 혜택은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누려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복지는 사회 통합과 평등을 이루는 핵심 정책이다.



 선택적 복지를 내세우는 입장에서도 한겨레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기란 쉽지 않다. 이들에 따르면 경제 규모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복지 비용은 경제를 굴리는 데 부담이 되며, 고소득자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복지혜택을 베푸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러니 복지가 장기적으로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현 상황에서의 복지는 어려운 이들이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꾸리게 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고 믿는다.



 논리가 상대에게 먹히지 않을 때 표현의 강도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에 대해 주요 공약을 파기하는 “독선적 국가 운영”을 펴고 있다고 날카롭게 비판한다. 중앙일보도 다르지 않다. 민주당을 향해 “장외투쟁을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이성이 무뎌진 건 아닌지” 반성해 보라고 일갈(一喝)한다. 두 사설 모두에는 격한 감정이 느껴진다. 과연 두 사설의 입장이 좁혀질 가능성은 없을까.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나타난 문제만 봐서는 안 된다. 왜 기초연금 공약이 호소력 있게 다가왔는지부터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기초연금은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다. 모든 어르신에게 20만원을 매달 드리건, 하위 70%에게만 지급하건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박 대통령이 과연 공약을 지켰는지, 못 지켰는지보다 어떻게 하면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논쟁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도 복지 확대를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받아들인다. 한겨레 또한 복지 정책에 따르는 재정(財政)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다. 기초연금을 둘러싼 문제의 해법은 결국 ‘복지 정책을 확대하면서도 재정 부담을 더는 방법’에 있다. 두 사설은 공통된 해법에 이르는 서로 다른 두 개의 길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안광복 중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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