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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호의 시시각각] 떴다, 떴다 낙하산

남윤호
논설위원
금주부터 공기업·공공기관 인사가 시작된다 한다. 그동안 밀려 있던 인사 물꼬가 트일 모양이다. 새누리당 쪽에선 설레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얼마나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겠나. 지난해 대선에서 공(功)을 세운 분들이 어디 한둘이겠나. 야당 안 찍은 것만 해도 공이라 하는 판에 자천타천의 공신을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챙겨줘야 할 이들의 명단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한다. 정권 바뀌면 늘 하는 게 낙하산 인사인데 이번엔 명단까지 등장했다. 낙하산 인사도 자꾸 하다 보니 진화하는 걸까. 명단 덕에 빼먹거나 잊어버릴 염려는 없으니 대선 공신들은 느긋하게 기다리면 될 듯하다.



 그런데 이거 너무 드러내놓고 하는 것 아닌가. 눈치 안 보고 화끈하게 감투 잔치라도 하자는 건가. 은근히 은밀하게 챙기는 게 낙하산 인사의 묘미인데 되레 시선집중 프로그램이 돼 버렸다. 보는 눈이 많아져 청와대의 운신도 좁아지게 됐다. 노조는 노조대로 낙하산 기관장 상대로 엉길 게 분명하다.



 자리 안 줘서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무시하면 다들 뒤집어진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새누리당의 의식도 큰 문제다. 순수하게 정치적 신념을 같이 했다면 좀 다른 표현을 썼을 것이다. 본전을 챙기려다 보니 자리 욕심을 드러낸 것 아닌가 싶다. 박근혜 캠프 사람들에게 대선 지원은 회수해야 할 투자 비즈니스였나.



 공공부문 인사가 그런 식으로 며칠 굶은 이리 떼 앞의 밥상이 돼선 곤란하다. 이명박정부가 인심을 크게 잃은 것도 인사 실패 아니었나. 점찍은 인물이 기관장 후보에 끼지 못하면 아예 재공모를 하고, 자기 사람 안 시키면 사정기관을 내보내고…. 어떤 실세는 기관장들에게 “제 잘나서 사장 하고 회장 하는 줄 아나” 하며 큰소리를 쳤다 하니 그 위세와 방자함이 잘 느껴진다. 이를 5년 뒤인 지금 재방송하자는 게 새누리당의 의도인가.



 오해 없기 바란다. 낙하산을 깨끗이 접자는 말이 절대 아니다. 어느 정권이든 선거 때 신세 졌던 이들이 있는 법이다. 챙겨 주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손 벌리기 어렵다는 새누리당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게다가 돌파력과 구심력이 필요한 국정관리는 손발이 맞아야 효율적이다. 능력은 빌릴 수 있으나 신뢰는 그렇지 못하다. 서로 믿고 편한 사이가 일하기도 좋다. 그게 낙하산 공동체의 장점일 수 있다. 민주당이 집권했으면 낙하산이 없었을까.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다만 낙하산을 보내도 되는 곳과 보내면 안 되는 곳은 확실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문성과 경영능력이 필요한 자리, 균형감각만 있어도 그럭저럭 지낼 수 있는 자리, 외부에서 개혁 마인드를 불어넣어야 할 자리…. 이 가운데 낙하산 하강 금지구역만 확실히 정해도 인사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인사권자가 건전한 상식으로 절도와 금도를 지키기만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어떤 입장인가. 낙하산 인사를 못 하도록 시스템을 만들겠다 했다. 어떻게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새누리당은 낙하산 명단을 흔들어대고, 청와대는 낙하산을 안 쓴다고 하는데, 둘 중 어디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청와대가 내세운 ‘국정철학 공유와 전문성’이라는 인선 기준도 참 애매하다. 국정철학 공유 그 자체를 주특기로 삼는 분도 많다. 어느 정권의 어떤 국정철학에도 딱딱 맞춰 주는 분들 말이다. 관료가 특히 그렇다. 막스 베버는 관료를 ‘혁명군에게도 점령군에게도 똑같이 효율적으로 봉사하는 집단’이라 하지 않았나. 그래서 공공부문이 낙하산 아니면 관료로 채워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어느 경로를 통하든 앞으로 어지간히 하실 분들이나 곧 거취를 정리해야 할 분들은 시차만 있을 뿐 결국 같은 운명이다. 그러니 떠나는 낙하산은 원망 말고, 내려오는 낙하산은 과식 말자.



남윤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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