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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채권 분석 '명가' 동양증권 제 머리 못 깎은 까닭은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지난해 7월 동양증권에는 상징적인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동양증권을 ‘채권 명가(名家)’로 이끈 주역이 회사를 떠난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직전에는 채권 분석가들이 무더기로 회사를 옮기는 일이 있었다. 이어 브로커·딜러들도 뒤를 따랐다. 가히 채권 인력의 ‘탈출 러시’였다. 한 전직 동양증권맨은 “이미 그때 내부에선 계열사 문제가 손 쓸 수 없는 상황까지 갔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동양그룹의 ‘기업어음(CP) 폭탄 돌려막기’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그즈음이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동양증권은 채권에선 발군의 실력을 보인 회사였다. 그 바탕에는 치밀한 리스크 분석 능력이 있었다. 신용평가사들이 매긴 채권의 등급과는 별개로 별도의 내부 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투자할 만한 채권을 골라냈다. 이런 채권들이 투자자와 회사에 잇따라 큰 수익을 안겨주면서 명성도 높아졌다.



 어떻게 이런 회사에서 무분별한 폭탄 돌리기가 가능했을까. ‘중이 제 머리를 깎지 못한’ 탓이다. 전직 동양증권 채권 담당자는 “그룹의 채권과 CP는 내부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다”면서 “다른 채권과 같은 잣대로 분석을 하면 ‘팔아선 안 되는 물건’으로 판정 날 게 명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점에서 동양 CP에 대한 문의가 와도 이들은 ‘노코멘트’만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개중에는 심리적 압박에 스스로 회사를 나간 직원도 있었다.



 내부 ‘알람’도 울렸다. 한 채권 담당 임원은 2년 전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게 CP 돌려막기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고하며 과감한 자산 매각 등 위기 타개책을 직접 촉구했다. 하지만 선장이 결단 내리기를 주저하면서 결국 선원들은 각자도생에 나섰다. 그나마 전문가라는 이들이 대거 빠져나오면서 동양증권의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동양사태를 계기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화끈한’ 답을 내놓기 어려운 입장이다. 외부 감시자는 항상 한 발씩 늦는 데다 뒤늦게 규제를 강화한다고 나서다 시장을 위축시켜 더 큰 부작용을 부르는 일도 잦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14일 “규제와 감독, 시장 규율이 유기적으로 구축돼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동양사태에서 보듯 문제를 가장 빨리,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건 내부자다. 정부는 2009년 자본시장법을 도입하면서 일률적 규제는 완화하는 대신 시장의 자율 규제, 금융사의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양 사태에선 내부 통제가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했다. 중이 제머리 깎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할 방안이 필요하다.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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