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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예고된 참사' 동양그룹 사태…곳곳 피눈물

[앵커]

동양그룹 계열사 5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곳에 투자했던 5만여 명 개인투자들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탐사+ 임진택, 박진규 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먼저 피해자들의 아픈 사연부터 함께 보시죠.


[기자]

경기도 부천의 동양증권 지점. 오전부터 수십 명의 피해자들이 몰렸습니다.

[동양증권 피해자 : 회사에 대해 설명하셨습니까? 동양그룹이 있는 한 안전한 상품입니다, 이렇게 하고 파셨잖아요.]

상기된 투자자들, 튼실한 회사라며 투자를 유도했다는 게 분하고 원통합니다.

[동양증권 피해자 : 이번에 와서 보니까 동양레저며 동양인터내셔널이 이런 데라는 걸 이제서야 알았어요.]

여기 저기서 울음이 터집니다.

[동양증권 피해자 : 아틀한테 전화가 왔어요. '엄마 나 이제 큰일났다' 10년 장가 가려고 모은 돈 다 날라갔다는 거야.]

[동양증권 피해자 : 네가 뭐라고 했어? 동양은 괜찮다고, 동양은 괜찮다고.]

남성 고객은 급기야 감정을 폭발시킵니다.

경찰도 말릴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동양증권 피해자 : 내가 산부인과 가서 애한테 문제 있으면 너희 다 죽여버릴 거야. 000들아. 경찰 아저씨들 있으려면 있으라고 해.]

동양그룹의 기업어음과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돈을 물린 피해자는 줄잡아 5만 명.

피해액은 1조 원이 넘는 걸로 추정됩니다.

피해자 10명 중 1명꼴로 1억 원 이상의 거액을 물렸다는 게 금융감독원 분석입니다.

은행과 기관 투자가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재무 구조가 망가진 동양에 돈을 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개인 투자자만 덤터기를 썼습니다.

[원재환/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 회사가 어려워지면 주식도 안 사려고 하고, 채권도 위험하니까 안 사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까 이런 쪽으로 자금 조달을 하려고….]

특히 대표이사 직인만 있으면 발행할 수 있는 기업어음을 4,600억 원이나 찍어낸 게 화근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은 회사가 부실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팔았다고 주장합니다.

10달만 넣어 두면 시중 금리의 4배에 달하는 이자를 준다는 권유를 계속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투자 위험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투자 피해자 : '등급이 이 정도입니다. 위험합니다'라는 고시를 해줬더라면 우리가 정신나간 사람도 아니고 돈을 넣었을리 없잖아요.]

일부 동양증권 직원들도 불완전 판매를 인정합니다.

[동양증권 직원 : 정상적인 계약에서 자세하게 설명을 안 한것은 인정을 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불완전판매라고 해요. (인정하는 거예요?) 네.]

이로 인한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김모씨는 퇴직금 1억 5000만 원을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습니다.

신장 이식의 꿈마저 물거품이 됐습니다.

[동양증권 피해자 : 돈을 찾지를 못 해서 (수술을) 못하게 생겼으니 기가 안 막히겠습니까?]

전 재산에 가까운 2억 3000만 원을 투자한 박 모 씨.

장성한 두 아들을 결혼시킬 일부터 본인의 노후까지 모든 게 막막해졌습니다.

[동양증권 피해자 : 지난주에 정말 죽어버릴 것 같더라고요. 세상에 희망이 안 보이고요.]

+++

[앵커]

사연들을 직접 들어보니 마음이 답답하네요. 이 자리에 취재기자 나와 있습니다.

박진규 기자, 동양그룹의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얘기는 지난해부터 나온 건데요. 개인 투자자들은 이 사실을 잘 몰랐던 거죠?

[기자]

네. 대부분은 몰랐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량하다", "전혀 문제가 없다"는 증권사 직원의 말을 믿은 거고요.

일부 고객들은 위험 사실을 인지했지만, 시중 은행에 비해서 조금 더 높은 이자를 주다 보니깐 그 부분에서 경계심을 늦춘 측면도 있습니다.

[앵커]

네, 그런데 정작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동양의 경영진은 내 돈을 챙기는데만 급급한 그런 모습 같은데요?

[기자]

가장 먼저 비판이 되는 것이 경영진의 모럴해저드, 도덕적 해이입니다.

이런 사건에 있어서는 의혹적인 인물이 한 명씩 등장하기 마련인데, 이번 동양그룹 사태에서 30대의 동양그룹의 실세가 그룹의 경영을 좌지우지했다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 계속해서 보시죠.

+++

동양그룹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바로 직전까지 부실 기업어음을 쏟아냈습니다.

마지막 한 주 동안 발행한 기업어음만 1,081억 원.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 결국은 부채를 내서 사업을 지탱해야 하는 것 때문에 어려워졌고요.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휘말렸죠.]

사주가 법정관리 신청을 전후해 몰래 재산을 챙겼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혜경 부회장은 법정관리가 한창일 때 동양증권 금고에서 개인 소유 금괴 수십억 원대를 빼냈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동양증권 관계자 : '(이혜경 부회장이) 가방을 들고 왔다'라는 거예요. 대여금고에 와서 무엇인가를 갖고 갔다….]

특히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 자신의 계좌에서 6억 원을 인출해 의혹을 더하고 있습니다.

39세의 동양네트웍스 김철 대표도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2008년 동양에 입사한 뒤 2년 만에 회사의 막후 실세로 통했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회사의 실권자라는 것 말고는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인물.

[동양네트웍스 직원 : 쭉 보면 임원들에 대해서는 학력이 대부분 다 아는 정도의 스펙이 나오는데 유일하게 고졸에 대학교 중퇴인 사람이….]

2년 이상을 함께 근무한 임원도 얼굴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전 동양그룹 임원 : 그룹 내부에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예요. 저도 근무하면서 얼굴 두 번 정도 밖에 못 봤어요.]

김 대표는 이 부회장의 전폭적 지지 속에 초고속 승진했고, 입사 2년 만에 계열사 대표가 됐습니다.

동양그룹 안팎에서는 그가 전권을 행사한 만큼 사태에 대한 책임도 크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동양네트웍스 직원 : 첫 번째로 한 게 뭐냐면 회계 부분을 합병시켜 버렸어요. 그래서 재무 건전성이 굉장히 안 좋아졌죠.]

계열사 매각을 방해해 자금 융통을 막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동양매직과 골프장을 매각하려 할 때 김 대표가 반대를 했다는 겁니다.

이때 매각이 성사돼 자금줄이 트였다면 지금과 같은 그룹 공중분해의 위기는 면했을 거라는 주장입니다.

특히 알짜배기로 알려진 동양파워에 대한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안팎의 충고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선웅/LIG투자증권 연구원 : 그 사업에 욕심이 있었고 애초에 지분을 팔지 않으려 했어요. 일부만 팔고 투자자모집해서 그 자금으로 숨통을 돌리겠다 했었어요.]

김철 대표를 탓하는 건 잘못됐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가 회사를 살리려 노력했다는 겁니다.

최소한 전임 임원들이 망가뜨린 회사를 살리려고 노력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동양그룹 임원 : 학벌은 안 좋은데 나름대로 천재 끼가 있어요. 부회장님은 그런 마인드를 갖고 회사를 끌고 나가려고 하신 건데….]

김 대표는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 자료를 통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뒤 외부와의 접촉을 끊었습니다.

김 대표는 자택에도 나타나지 않은 채 모처에서 향후 대응을 논의 중인 걸로 알려졌습니다.

+++

[앵커]

볼수록 논리가 맞지 않는 황당한 일인데, 이런 일을 왜 사전에 막지 못한 걸까요?

[기자]

관리 감독에 나서야 할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의 동양 봐주기가 있었다는 이종걸 민주당 의원 주장도 나왔는데요.

계열사 간의 회사채와 기업어음 판매를 규제하는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이 지난 4월 24일에 6개월 후 시행으로 공포됐는데요. 그러니까 오는 10월 24일부터 시행이 되는 셈이죠.

[앵커]

그런데 원래는 더 일찍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었다고요?

[기자]

네. 원래는 3개월 후 시행으로 7월부터 이 제도를 시작하기로 했던 건데 동양이 이걸 미뤄달라고 금융위에 요청했다는 겁니다.

동양증권이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집중적으로 판 것도 7월쯤이니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금융당국이 개인들의 피해를 방조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관련 내용 계속 보시겠습니다.

+++

[기자]

[동양증권 직원 : 엄마 효도 못해서 죄송해요. 시아버님, 시어머님 정말 잘 모시려고 했는데요. 죄송합니다.]

고객의 돈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양증권 직원의 유서를
한 동료가 낭독합니다.

이번 동양 사태의 또 다른 피해자는 다름 아닌 동양의 직원들입니다.

회사의 압박에 투자를 권유했다가 한 순간에 죄인이 돼 버린 겁니다.

[관리하는 고객들을 친지나 가족보다 더 모시는데 나에게 실적을 주는 사람들이니까. 얼마나 미치겠어요.]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금융 감독 당국은 뭘 했느냐는 책임 논란도 거셉니다.

국정감사를 앞둔 여야 정치권은 벌써부터 감독 당국의 부실 대응 여부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언주/민주당 원내대변인 : 금융위원회가 (계열사 지원 증권 취득) 처벌 규정을 삭제해 처벌 근거가 없어 그대로 방치한 것에 대해….]

[홍지만/새누리당 원내대변인 : 금융당국이 이런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 왔었는지….]

동양증권의 기업어음 판매가 절정에 달한 지난 7월 이전에만 손을 썼어도 피해를 크게 줄였을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권영준/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 소 잃고 난 다음에 외양간 고쳐야 되는데 소 잃고 난 다음에도 외양간을 그대로 방치해 또 피해를 2중 3중으로 증폭시키는….]

부도덕한 회사, 나태한 금융 당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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