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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10대 아시아 소녀에게 '얼굴 고쳐야 스타 된다' 가르친 K팝

이충형
정치국제부문 기자
스리랑카계 홍콩 소녀 시말리 데실바(15)는 또래 친구들처럼 K팝 매니어다. 남다른 가창력으로 지난해 한국의 유명 케이블 채널이 주최하는 국제 K팝 경연대회 홍콩 지역예선에서 우승했다. 아시아 각지에서 뽑힌 15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결선 무대를 위해 꿈에 그리던 서울에 도착했다.



 리허설에 여념이 없던 참가자들에게 주최 측 인솔자는 ‘깜짝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그를 따라 참가자들이 도착한 곳은 성형외과였다. 의사는 시말리에게 “넌 열네 살인데 서른처럼 보여”라며 피부가 검고 코와 얼굴 모양이 이상하니 방송에 나가려면 얼굴 전체를 고쳐야 한다고 했다. 충격을 받은 시말리는 “성공의 조건이란 이유로 외모를 뜯어고치고 싶진 않다”고 말하곤 화장실로 달려가 울음을 터뜨렸다.



 시말리는 다음 라운드에서 탈락, 한국을 떠났다. 그의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본모습에 떳떳하라고, 피부색이나 외모가 아닌 행동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가르쳤다”며 “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찢어졌다”고 말했다. 시말리의 사례는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소개됐다.



 드라마와 K팝을 통해 시작된 한류는 최근 성형수술로 번졌다. 강남 성형외과와 여행사가 합작, 중국 관광객을 겨냥해 만든 수천만원짜리 ‘성형 패키지’가 성업 중이다. 언뜻 외국인들도 우리처럼 성형으로 예뻐지지 못해 안달인 것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착각이다. 그들 대부분은 양악수술도 서슴지 않으며 판박이 미인이 되려 하는 한국인들을 기괴하게 여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올해 미스코리아 입상자들의 사진을 두고 “모두 같은 의사가 집도한 것인가” 등 네티즌 반응을 대서특필했다. 자매지 환구시보는 “세계를 풍미하는 한국 드라마 여주인공 대부분은 성형수술의 작품”이라고 비꼬았다. 요즘 한국인들은 중국인을 만나면 ‘당신은 어디를 고쳤느냐’는 조롱 섞인 농담을 심심찮게 듣는다.



 K팝은 화려한 외모와 현란한 안무 등 하드웨어의 우수성에 기대 세계를 평정했다. 하지만 하드웨어에 열광한다고 해서 관념까지 한국인과 같을 수는 없다. 해당 프로그램처럼 한류의 전도사로 나서려는 주체들은 우리와 다른 이들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체득하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시말리의 어머니가 한국인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서로 간 문화 차이를 이해한다. 그들은 호의를 베풀려 한 것일 거고 한국에선 밝은 피부색을 더 아름답게 보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충형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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