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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소유 호텔·여행사에 중국 관광객 북적

3일 오후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제주도 서귀포시 동홍동·토평동 일대의 헬스케어타운 공사현장. 공사장 2㎞ 앞부터 ‘녹지그룹의 한라산타운’이란 뜻의 ‘綠地漢拿山小鎭(녹지한라산소진·拿는 拏의 중국식 표기)’이란 플래카드가 30여m 간격으로 백여 개나 걸려 있다. 공사장 안쪽에 들어서니 태극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함께 휘날리는 2층짜리 전시관이 있다. 이곳 153만9000㎡의 부지엔 중국 녹지그룹이 중심이 돼 세우는 숙박·상가·의료연구시설이 2018년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제주도로 몰려드는 중국 자본

전시관 안으로 들어서자 중국인 4명이 100인치가 넘는 대형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홍보 영상물을 보고 있었다. 길이 4m가 넘는 단지 조감도 앞엔 또 다른 중국인 일행 네댓 명이 통역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통역에게 물어보니 “베이징에서 큰 회사를 하는 사람들인데 제주도 투자와 사업방식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왔다. 며칠 동안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적당한 땅이 있는지도 알아보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같은 날 헬스케어타운에서 15㎞가량 떨어진 남원읍 위미리 일대에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백통그룹이 건설 중인 제주리조트 공사현장. 대형 트럭이 오가는 가운데 굴착기가 쉴 새 없이 흙을 파내고 있었다. 콘도미니엄은 외형을 거의 갖춘 상태. 이곳 55만5000㎡ 부지엔 2016년까지 콘도와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공사장을 둘러싼 1㎞ 길이의 가림막에는 ‘세계적 휴양별장’ ‘부동산투자 영주권 부여’란 문구가 한자로 쓰여 있다. 이 콘도를 사면 영주권을 준다는 뜻이다.

외국인 투자 14건 중 9건이 중국 기업
경계의 목소리는 먼저 빠르게 느는 중국 투자 유치를 우려하는 쪽에서 나온다. 백통그룹처럼 중국 기업의 리조트 건설과 토지 매입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도가 유치한 외국인 투자 14건 가운데 9건이 중국 기업 투자다. 이들 외국 기업의 총 투자 예상금액 5조6000억원 가운데 중국이 절반(3조349억원)을 넘는다. 이제까지 실제로 제주로 들어온 금액은 3600억원에 불과하지만 역시 중국(1590억원)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지난달 30일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서귀포시 안덕면에 들어설 신화·역사공원에 중국 자본 1조8000억원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인 소유 토지도 증가세다. 2010년 4만9000㎡였던 게 6월 말 현재 245만5000㎡로 50배가량 늘었다. 제주도는 특별법에 따라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에는 10년간 법인세·소득세 등을 면제해준다. 5억원 이상의 콘도 등을 매입할 경우 5년간 보유하면 영주권을 주는 파격적인 혜택도 있다.

고태민 제주도 투자유치과장은 “중국 자본에 대한 우려는 잘 알고 있지만 대부분이 오해”라며 “중국인 토지 소유가 늘고 있지만 현재 그 규모는 제주 전체 면적의 0.1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오름(기생화산)이 포함된 대규모 목장 용지가 중국 자본에 넘어간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오히려 더 많은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일 밤 10시 제주시 중심가인 연동 바오젠 거리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 있는 A관광호텔. “빈 방이 있느냐”고 묻자 프런트 직원이 난처한 표정으로 “중국 국경절 연휴로 손님이 몰리면서 방이 모두 동났다”고 대답했다. 이 호텔의 객실은 모두 164개. 호텔 로비에는 중국 관광객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고 직원들도 유창한 중국말로 손님을 안내했다. 이곳은 중국인이 소유한 호텔이다. 이 중국인 호텔 대표는 인근의 여관급 숙박시설도 함께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A관광호텔처럼 시내 곳곳의 주요 부동산이 중국인 또는 조선족을 내세운 중국계 자본에 넘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M·S·K 호텔 등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현재 중국인 소유의 숙박시설은 9개 호텔(490개 객실).

하지만 ‘그보다는 많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제주문화관광포럼 대표인 강경식(무소속) 도의원은 “중국 자본이 관련된 숙박시설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숫자의 서너 배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조 제주 경실련 사무처장은 “휴양시설인 B리조트는 등기부상 소유주가 한국인이지만 사실상 중국인 소유로 직원도 대부분이 중국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건 몰라도 중국인의 토지 소유는 이제부터라도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내에서 만난 주민 홍만진(64·제주시 연동)씨는 “중국인이 떨어뜨리는 돈을 줍는 건 좋은데 부동산을 마구 사들이는 건 걱정된다”고 말했다.

제주도 측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는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중국인이 소유한 호텔의 객실 490개는 제주 전체 호텔 객실(3만4000실)의 1.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제주 넘어간다” vs “지나친 오해다”
중국인 여행사가 중국 관광객을 독차지해 ‘사실상 도내 업체에 떨어지는 이득이 별로 없다’는 주장도 있다. 제주도 내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받을 수 있는 여행사는 180여 개. 업계와 도청에선 이 가운데 14~15곳이 중국인이나 조선족·화교가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독식이다. 제주 여행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의 80% 이상을 중국 자본이 운영하는 H사가 독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 제주도 숙박업협회 사무국장은 “이대로 가다간 중국계 여행사가 모집해온 중국 관광객들이 중국인 소유의 호텔·식당에서 먹고 자면서 그들 손안에서만 돈이 돌까 걱정”이라며 “중국 자본이 들어오고 관광객이 많이 오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제주 도민에게도 이득이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자본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제주도는 최근 행정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학계·언론계·산업계 인사 15명으로 정책자문단도 만들었다. 오태휴 제주도 공보관은 “최근 몇 년 새 중국인 관광객과 중국인 투자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도민들의 우려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필요하다면 난개발을 막는 환경보호 대책이나 토지소유총량제와 같은 도민 안심정책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 제주특별자치도 정책관실과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아직 문제 될 수준은 아니다”라며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이호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 발전하려면 중국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다만 일부의 우려처럼 제주도에 이득이 남지 않고 중국 자본 내에서만 돈이 돌아가거나 이득이 모두 중국으로만 되돌아가는지는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개발뿐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기술(IT), 생명과학(BT) 같은 청정산업 유치에 보다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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