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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서 슬쩍 들여온 샤넬백 ‘공소시효’가 5년?

올 상반기 인천공항 세관에 유치된 물품은 9만8383건이다. 가장 많은 건 3만943건을 차지하는 핸드백시계 등 유명 상표의 고가품이다. 조용철 기자
#지난달 하와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A씨는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휴대품 X선 검사를 받았다. 같은 항공편으로 귀국한 승객 모두가 받은 ‘전수 검사’였다. 판독 후 세관 직원은 A씨에게 여행용 가방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가방 속 샤넬 핸드백이 모니터에 잡혔기 때문이었다.

인천공항 세관의 쫓고 쫓기는 세금 전쟁

A씨는 거리낄 게 없었다. 프랑스에서 사서 슬쩍 들여오긴 했지만 이미 3년이나 지난 일이었다. 더구나 핸드백은 누가 봐도 사용 흔적이 상당한 헌 물건이었다. 하지만 세관 직원에게서 돌아온 말은 이랬다. “3년이 지났어도 세금은 내셔야 합니다. 5년이 지나지 않은 물건에 대해선 지금이라도 내셔야 해요.” A씨는 감가상각을 감안한 핸드백의 가치 1000달러에 부과된 세금 약 15만원을 내고서야 입국장을 나설 수 있었다.

#8월 초 여름 휴가를 다녀온 B씨. 그는 출국하면서 국내 면세점에서 2950달러짜리 시계를 구입해 유럽에 살고 있는 친척에게 선물로 주고 돌아왔다. 입국장에서 세관의 휴대품 검사를 받던 중 여권을 통해 그의 구매 내역이 확인됐다. ‘대물세(對物稅)’인 관세 특성상 시계를 휴대하지 않은 B씨는 세금을 납부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가 된 건 6월의 출국과 면세점 구매기록. 당시 산 700달러 상당의 반지를 신고하지 않고 반입한 것이 두 달 만에 세관에 적발된 것이다. 이에 대한 세금으로 B씨는 7만3000원을 내야 했다.

A씨와 B씨는 탈세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적잖이 당황했다. 과연 샤넬 핸드백의 ‘공소시효’는 5년이나 되는 걸까. 지나간 세금을 소급 부과할 수 있는 걸까. 답은 ‘그렇다’. 관세법 21조에 따르면 ‘관세는 해당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5년이 지나면 부과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시효가 5년이란 얘기다.

1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세관 직원이 여행객의 휴대품을 검사하고 있다. [인천공항 세관]
지하경제 때려잡기? 깐깐해진 휴대품 검사
휴가철과 추석 연휴가 끝난 요즘, 여행객들 사이에선 인천공항 세관의 휴대품 검색이 한층 강화됐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가 지하경제를 잡는다더니 세관 검사도 그중 하나인가 보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특히 최근 유럽에서 귀국한 사람 중엔 탑승객 전원의 모든 휴대품을 X선 검사대에 올리는 전수 검사를 받았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1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 2시27분과 2시42분에 각각 도착한 런던과 파리발(發) 여객기의 승객들이 세관 통로로 밀려들었다. 두 여객기의 승객은 484명. 컨베이어 벨트에서 찾은 짐은 물론 기내에서 휴대했던 배낭·핸드백·쇼핑백까지 X선 검색기에 올랐다. 승무원도 예외는 없었다.

판독 담당 직원이 모니터 영상을 빠르게 훑는 사이 가방을 풀고 정밀 검사를 받는 승객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처음으로 가방을 연 승객의 짐에서 나온 건 주머니에 든 루이뷔통 핸드백이었다. 여행객은 “유학 중인 딸이 사놓고 쓰지 않아 가지고 왔다”고 설명했다. 떨어져서 보니 새 물건 같아 직원에게 물었다. “세금 안 내려고 거짓말하는 거 아닐까요?” 직원이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 아니에요. 저건 몇 년 전에 나온 모델 맞아요.”

걸리면 “오래전에 샀다” “쓰던 물건이다” 등등 일단 잡아떼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세관 직원들이 물건을 보는 눈은 전문가 수준이다. 딱 보면 어느 브랜드의 제품인지, 가격대는 어느 정도인지 바로 견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제품에는 고유의 일련번호가 붙어 있기도 한데, 이를 통해 몇 연도에 생산됐는지, 국내에서 샀는지 해외에서 샀는지도 알 수 있다고 한다. 직원들은 훨씬 종류가 많고 복잡한 시계 브랜드의 이름과 가격대도 모조리 꿰고 있다. 틈 나는 대로 면세점에 가서 시장 조사하고 공부해 얻은 전문 지식들이다.

싼 물건 신고하고 비싼 물건 감추다 들통
이날도 한 승객이 검색대 위에서 한참을 실랑이하고 있었다. 자진 신고하겠다며 버버리 쇼핑백을 턱 하니 올려놨지만 직원의 눈에 띈 건 어깨에 멘 샤넬 핸드백이었다. 승객은 “2년 전에 선물받은 물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방을 열어 지퍼와 속주머니를 꼼꼼히 살핀 세관 직원의 판단은 올해의 ‘신상’이라는 것. 승객이 끝까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버텼지만 세관 직원의 한마디에 상황은 종료됐다. “지금 가격을 말씀하지 않으시면 세금을 부과할 수 없습니다. 그럼 핸드백을 못 가지고 나가시니까 저희가 유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핸드백이 관세청의 투명 가방에 담기려는 순간 모른다던 가격이 술술 나왔다.

수많은 짐이 검색대를 빠져나오는 중 한편에서 ‘띠리리리리~’ 하는 음악이 들렸다. 커다란 자물쇠 모양의 태그를 단 가방이 세관 통로에 들어서면서 나는 소리였다. 태그를 단 가방이 늘면서 음악은 도돌이표 연주를 하듯 사방에서 흘러나왔다. 이 태그는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짐에 붙는 표식이다. 여객기 화물칸을 나온 모든 수화물은 컨베이어 벨트에 오르기 전 X선 검사를 거친다. 수화물 전수 검사다. 이때 짐 하나가 판독기를 지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초. 그 잠깐 동안 직원들은 반입 제한, 면세한도 초과 물품을 잡아낸다.

물품에 따라 다른 색깔의 태그가 붙는데 술·담배, 핸드백 같은 과세품목에는 노란색, 칼·총 같은 위험물질엔 빨간색, 과일 등 식물류엔 녹색, 고기·소시지 등 육류엔 주황색이 붙는다. 이런 수화물 전수 검사는 한국이 유일해 전 세계에서 부러워한다지만 민원도 종종 들어온다. 음악 때문이다. “굳이 시선을 끌게 만들어 망신 줄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 제기다.

딸이 사줬다는 루이뷔통 가방, 선물하려고 사들고 나갔는데 미처 전달하지 못했다는 에르메스 액세서리, 엄마의 선물이라는 샤넬 백 등 사연도 갖가지인 고가품 때문에 세금을 낸 이는 이날 30명이 넘었다. 적발이 아니라 자진신고를 통한 이도 절반에 이르렀다. 세관 측은 “입국장에서 X선 전수 검사를 하면 자진 신고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했다. X선 검사가 성실 신고를 유도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럼에도 세금을 피해보려고 ‘꼼수’를 부리는 이들은 적지 않다. 흔한 수법은 적당히 싼 물건만 신고하고 비싼 물건은 감추는 것이다. 이날도 “면세한도(400달러) 조금 넘게 옷을 샀다”며 신고한 남성의 짐에서 고가의 시계가 나왔다.

세관은 법망을 피하려는 수상한 행동을 간파하고 있다. 이를테면 명품백 구매자가 사용하던 가방인양 어깨에 메고 그 위에 옷을 걸쳐서 가리고 들어오는 것, 부부가 남남인 것처럼 입국장을 따로 나서는 것, 심지어는 다른 비행기를 타고 입국하는 것 등 세관이 파악하고 있는 ‘꼼수’는 여럿이다.

올 상반기 적발건수 3만8849건
올해 휴가철(7월 1일~8월 15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여행객의 숫자는 234만 명이었다. 역대 최다다. 이 기간 중 세관이 적발해 처리한 건수는 과세·유치·검역인계·통고처분 등 3만8849건이다. 여행객들이 체감하는 검사·통관은 강화됐을지 모르지만 지난해 동기(4만5494건)보다는 적은 수치다. 입국장에서의 휴대품 검사도 전체 승객의 3%선으로 비율을 정해 실시하고 있다.

누구도 반기지 않는 휴대품 검사·과세·유치 같은 세관의 업무는 간단치 않다. 간혹 여행객 사이에 벌어진 다툼 때문에 난처해지기도 한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고가의 예물이 걸려 신부가 엉엉 우는가 하면, 명품인 줄 알고 선물받은 가방이 X선 검사에서 가짜로 판별돼 가족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당신 때문에 걸렸다”며 부부싸움을 벌이는 이들을 난감하게 지켜봐야 할 때도 있다. 현재 인천공항 세관의 직원은 885명. 이 중 366명이 여행자 및 승무원의 휴대품 통관 업무를 담당한다. 세관 측은 “여행객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 세관 직원 수는 그대로”라고 말했다.

세관 직원들에겐 금기가 있다. 휴대품 검사를 받는 입국자에게 절대로 “왜 이렇게 많이 사셨어요?”라고 묻지 않는다. 성실하게 신고하고 세금을 낸다면 쇼핑에 얼마를 쓰는지는 세관이 관여할 바가 아니라는 거다. 세관 측은 “면세 범위를 초과하거나 1만 달러 이상의 외화, 총포 및 도검, 과일이나 육류를 반입할 경우 반드시 세관에 자진 신고해 가산세 부과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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