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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넘어 혁신적 미래 열어갈 세 가지 열쇠는?

#지난 4월 12일 오전 9시. 개장과 동시에 주식시장이 술렁였다. 전일 하한가로 끝났던 GS건설의 주가가 이틀째 하한가로 거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하나. 1분기 실적 발표에 대한 실망감이다. GS건설은 올 1분기 영업손실 5355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뒤이어 삼성엔지니어링과 SK건설도 영업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말 그대로 어닝 쇼크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들려주는 ‘경영의 한 수’ ⑥ 건설업 위기를 통해 본 ‘기술 자립’ 이야기

#“역사상 최악이다. 부동산 경기 붕괴 속에 국내 건설업은 10년 전으로 퇴보했다.” 지난 8월 건설 관련 단체와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대정부·국회 호소문’을 발표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매년 건설 근로자 13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건설업계의 위기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도와달라는 취지에서다. 이 자리에 온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건설업계의 위기 의식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 수주액은 101조원 수준으로 최근 7년 동안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희망을 걸었던 해외 수주에서도 답을 찾기 어렵다. 국내 기업 수주의 86%가 단순도급 사업에만 몰려 있다. 글로벌 인프라·플랜트 시장의 주류가 되고 있는 투자개발형 사업의 수주는 전체의 2%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 단순도급 사업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에 밀린다. 플랜트 분야의 사업 실적은 올 상반기 중에 1.9% 뒷걸음쳤다.

건설업 위기를 풀어줄 하나의 마스터 키는 없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건설업 환경에서 어느 것 하나만 잘해서는 위기 탈출의 문을 열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열쇠를 하나씩 차근차근 찾아나갈 방법은 있다.

두산중공업, 伊 안살도 인수 초읽기
두산중공업이 이탈리아 건설업체 안살도 에네르기아(이하 안살도) 인수의 초읽기에 들어갔다. 두산중공업이 안살도 인수에 나선 것은 가스 터빈 분야 원천 기술을 확보해 발전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복합 화력발전소나 항공기 제트엔진에 들어가는 가스 터빈은 안살도를 비롯해 GE·지멘스 등 세계적으로 5~6개 기업만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06년 영국 미쓰이밥콕을 인수해 1차 보일러 원천 기술을, 2009년 체코 스코다파워를 인수합병(M&A)해 스팀 터빈 기술을 확보했다. 이번 안살도 인수가 성사돼 가스 터빈 원천 기술까지 확보하면 발전 기기 분야에서 모든 핵심 기술을 보유하게 된다.

발전설비업체도 품에 안았다. 2011년 유럽 자회사인 두산파워시스템을 통해 발전소 기자재 제작과 엔지니어링 분야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독일 AE&E렌체스를 사들이면서 보일러 기술을 확보했다. 이 같은 행보는 저품질 석탄 생산량이 많은 유럽은 물론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발전소 환경설비 시장 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기계산업 중심이던 한국중공업을 인수해 출발한 두산중공업이 보일러ㆍ터빈ㆍ발전기 기술을 차례로 확보한 방법은 한마디로 인수ㆍ합병(M&A)이다.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시너지를 내는 데 필요한 사업이라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관련 기업들을 샅샅이 찾아내 반드시 인수한다는 두산의 전략은 이젠 대한민국 대기업의 ‘M&A 교본’처럼 됐다.

삼성물산도 해외에서 LNG 저장탱크와 인수기지 설계 전문업체를 인수한 이후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에서 LNG 인수기지 설계·조달·시공(EPC)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건설업 위기 탈출의 첫 번째 열쇠는 바로 기술의 ‘내재화(內在化)’다.

확보한 기술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중요하다. 매번 반죽을 손수 빚어서 쿠키를 굽는 방법도 있지만 쿠키 틀을 미리 제작해두고 넓게 민 반죽에다 이를 찍어낸다면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구워낼 수 있다.

아예 곰 모양의 틀을 제작해 놓고 여러 종류의 쿠키 반죽에 활용한다면 곰 생강쿠키, 곰 버터쿠키 등을 시시때때로 만들 수 있다. 이것이 기술의 ‘표준화’다.

발주자가 요구하는 공사 기간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설계를 표준화해 ‘찍어내는’ 방식이 요구되는 이유다.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떠나기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사무실 환경을 갖추겠다고 선언하고 ‘애플 캠퍼스 2’로 불리는 애플 본사 신사옥 설계를 주문했다. 잡스의 주문은 확고했다. 24개월 내에 완공하라는 것. 이후 건설사와 협의를 거치면서 현재는 26개월 내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보다 총면적이 큰, 지상4층ㆍ지하6층의 26만㎡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 건축물을 26개월 내에 완성할 수 있는 것은 100% 사전 공장제작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현장 직접 시공은 최소화하고 구조물과 설비 시공은 거의 100% 사전조립(prefabrication)과 사전제작(precast)을 통해 시간과 인력 낭비를 최소화했다.

설계·조달·시공(EPC)을 함께하는 글로벌 업체 벡텔이 미 오리건주 발전소 건립 등에 적용한 ‘프리-엔지니어링(Pre-Engineering)도 좋은 사례다. 철저하게 발주처 요구대로만 진행돼 왔던 기존의 발전소 건립 방식을 뒤집고 발전 플랜트 설계 모델을 사전 제작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이로써 벡텔은 공사 비용과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곰 쿠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쿠키를 얹은 케이크나 쿠키 선물세트 등과 같이 더 복잡하고 수익이 많이 남는 제품을 생산ㆍ판매하고 싶지만 공정을 따져보면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오븐도 큰 것으로 바꿔야 하는데 주방은 여전히 비좁다. 케이크를 공급받아 쿠키만 얹어 완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시간을 줄이고 오븐을 바꾸는 비용도 아낄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모듈화’다.

레고 조립, 건설에 도입하면 ‘모듈화’
‘모듈화’는 장난감 레고 조립에 비유되기도 한다. 서로 모양이 달라도 모두 연결이 가능한 데다 조합하는 방법에 따라 수천 가지의 모양을 만들 수 있는 레고처럼 블록 몇 개만 연결하면 완제품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LG전자가 세탁기 제조공정에 모듈화를 도입해 생산성과 수익성을 끌어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세탁기처럼 3~4개 블록만 조립해선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하지만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 건설되는 플랜트 공사에 모듈공법을 적용한다면 접근성은 물론 인력 동원의 어려움, 공기 단축 등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모듈화 공법은 이미 해외에서 원자로 건설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 엔지니어링업체인 미국 플루어(Fluor)가 캐나다에 화학 플랜트를 모듈공법으로 건설한 것이 대표적이 사례다. 로키산맥이 가로지르는 캐나다 앨버타(Alberta)주에 연 38만5000t 규모의 에틸렌 생산 화학 플랜트를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현장에서 모두 진행하는 것은 어려웠다. 하루 최대 5000명이 투입되는 근로자들의 거주지는 물론 각종 자재의 원거리 이동, 엄청난 공사기간 등은 고스란히 비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플루어는 모듈화 공법을 채택함으로써 복잡하고도 큰 규모의 화학 플랜트를 몇 가지 공정으로 나눠 이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국내에서도 부산 가덕도와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의 건설 과정에서 해저터널 구간 등에 적용된 바 있다. 하지만 모듈 제작과 조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대처 능력이 필요해 아직까지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성숙기 이후엔 쇠퇴기 밖에 없어
국내 건설업은 이미 성숙기에 진입했다. 2008년 7월 이후 시공능력 평가 순위 100대 건설사 중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또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은 모두 45개사(올 8월 기준)에 달한다. 이 중 회생절차가 종결된 곳은 몇 곳 안 된다. 추가 자금난을 겪을 회사들도 있을 것이다.

성숙기 산업에 들어간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과 수익성 하락을 겪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를 이겨낼 방법은 반드시 있다. 산업의 주기를 ‘성장기’로 바꾸면 된다. 이미 성숙기에 진입한 듯 보였던 휴대전화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이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성장기 시장을 창출해낸 것처럼 건설업 역시 기술의 내재화·표준화·모듈화라는 세 가지 열쇠를 통해 새로운 성장기 시장을 만들어내야 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미국 휴스턴에 해양엔지니어링 합작사를 설립하고 설계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산업 주기를 ‘성숙기’에서 ‘성장기’로 바꿔놓기 위한 과감한 결정과 실행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하루라도 빨리 적응해나가는 게 기업 경영 전략의 새로운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성숙기 이후엔 쇠퇴기밖에 없다. 이제 의사 결정을 내릴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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