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번데기의 추억 … 곤충은 90억 인류 구할 미래 식량

“이윽고 하늘이 캄캄해지고 대기는 메뚜기 떼의 날개가 부딪는 소리로 가득 찼다. 그리고 밭으로 소낙비처럼 떨어져 오는 것이다. 그냥 날아 지나간 밭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으나 일단 내려앉은 밭은 마치 겨울 밭처럼 푸른 잎 하나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 <12> 식용 곤충

펄벅의 소설 『대지』에 나오는 ‘메뚜기 폭풍’의 묘사다. 메뚜기 떼의 위력은 실제로 대단하다. 소설처럼 하늘을 뒤덮으며 곡식을 싹쓸이한다. 2004년 서아프리카를 덮은 사막 메뚜기는 서울의 북한산부터 강남까지 채울 만큼 많아 마치 폭설이 내린 듯했다. 메뚜기 떼는 어떻게 동시다발로 출몰할까.

1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를 습격한 메뚜기 떼. 2 태국의 재래시장에서 팔리는 튀긴 곤충들. [FAOㆍ위키피디아]
메커니즘은 이렇다. 건조한 사막에 비가 내려 풀들이 자라기 시작하면 땅속에 수면 상태로 있던 메뚜기 알도 부화해 10㎝ 크기로 자란다. 이 ‘큰 메뚜기’ 떼들이 먹이를 찾아 이동하면서 그 지역의 농경지들은 초토화되고 수백만 명을 기아로 내몬 것이다. 2013년 3월에도 아프리카 남부의 마다가스카르 섬을 ‘큰 메뚜기’ 떼가 습격했다. 하루 곡식 1만t이 사라지면서 전국 경작지의 60%가 황폐화됐다(사진1). ‘큰 메뚜기’는 한번에 알을 100개 넘게 낳고 빠르게도 자란다. 먹성도 좋아 곡물과 나무를 갉아먹고 자기 몸을 하루 만에 두 배로 불린다. 도무지 사람이 막아낼 재간이 없다.

수억 마리 메뚜기의 습격은 물론 큰 재앙이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자라는 메뚜기를 잘 이용해 식량으로 만들면 거꾸로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지금 40~50대가 어릴 때 메뚜기는 가을 들판의 간식이었다. 그땐 구워 먹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술자리의 고급 안줏감으로 애용되지 않는가. 하지만 논에 농약을 퍼부어 대면서 메뚜기는 모습을 감추었다. 최근 농약 대신 우렁이나 오리를 사용하는 친환경 농법 덕에 메뚜기를 다시 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누에, 생후 20일 만에 몸무게 1000배로
메뚜기를 포함해 곤충을 인류의 식량으로 삼는 게 가능한 이야기일까.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곤충으로 만든 ‘영양바’를 미래의 식량으로, 부족한 동물성 단백질원으로 소개했다. 영화 속의 과학은 상상이지만 대부분 멀지 않은 장래에 실현될 가능성을 예견한 것이다. 더구나 메뚜기는 우리가 즐겨 먹던 ‘스낵’이다. 상상이 아닌, 수년 내에 이루어질 현실일 수 있다.

2013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메뚜기를 비롯한 곤충을 식량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메뚜기를 ‘날아다니는 벌레’가 아닌 ‘하늘이 주는 식량’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지구에 먹을 것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요즘 같은 인구 증가 추세라면 2050년 세계 인구는 현재의 70억 명을 훌쩍 넘는 90억 명이 된다. 그렇다고 경지가 늘어나지도 않는다. 어떻게 90억 인구를 먹여 살릴 것인가. 2013년 현재 6명 중 1명은 먹을 것이 부족해 일일 최소 필수 영양의 40%인 1000kcal도 못 먹으며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처지인데….

곤충은 언젠가 ‘하늘에서 내려준 쇠고기’가 될 것이다. 일러스트 박정주
문제는 옥수수처럼 식물성 탄수화물은 구한다 쳐도 고기로 얻는 동물성 단백질의 공급이 절대 부족하다는 점이다. 콩 같은 식물성 단백질에 부족한 라이신 같은 필수 아미노산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쇠고기·돼지고기 같은 동물성 단백질이 절대 필요하다. 비프스테이크, 돈가스, 치킨샐러드, 프라이드 피시. 우리는 레스토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성 단백질이지만 기초 식량도 부족한 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들이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이 바로 곤충이다.

1960년대 한국은 아시아 최빈국이었다. 쌀 대신 보리나 옥수수로 탄수화물은 채웠지만 동물성 단백질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었을까. 쇠고기는 구경도 못했다. 돼지고기도 1년에 한 번, 명절 때 아버지가 신문지에 둘둘 말아온 한 근이 전부였을 때 우리 입을 즐겁게 한 것은 번데기였다. 길거리나 심지어 축구장에서도 “뻔~ 뻔~” 소리와 함께 팔리던 그 번데기는 누에 양식의 부산물이다. 누에는 자라면서 명주실을 만든다. 태어난 지 20일 만에 몸무게가 1000배나 늘 만큼 빨리 자란다. 누에 방에 들어가면 뽕잎을 갉아 먹는 소리가 사뭇 요란해서 빗소리 같기도 하고 공장 작업장에라도 들어선 것 같기도 하다. 이놈들은 눈에 보일 정도로 쑥쑥 자란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곤충은 1900여 종으로 딱정벌레(31%), 나비 혹은 나방 애벌레(18%), 꿀벌이나 개미(14%), 메뚜기와 귀뚜라미 (13%), 잠자리(3%)가 있다. 얼마 전 방문한 태국의 재래시장에서 보니 튀긴 곤충은 상상 외로 많았다(사진 2). 손이 쉽게 간 것은 그나마 메뚜기였다. 현재 60억 인구 중 아프리카·아시아·남미에 사는 20억 명은 오래전부터 메뚜기·잠자리 같은 곤충을 먹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이 곤충을 먹었음을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도 있다. 예를 들면 오래된 인간 미라의 장내 변에서도 벌·풍뎅이의 흔적이 발견된다. 또 성서에는 ‘요한도 광야에서 들꿀과 메뚜기를 먹었다’고 기록돼 있고 코란에도 메뚜기를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거론한다. 그렇다면 곤충에도, 예를 들면 쇠고기만큼의 영양소가 있을까. 답은 ‘예스’다.

곤충에는 주로 지방·단백질·아미노산·섬유소·칼슘·철·아연이 들어 있다. 식용 곤충으로 대표적인 딱정벌레 유충(mealworm)은 굼벵이와 같은 형태인데, 영양분을 소와 비교하면 아미노산의 경우 100g 쇠고기에는 27.4g, 유충에는 28.2g이 있다. 오메가 3의 비율은 쇠고기·돼지고기보다 높고 단백질·비타민·무기물은 쇠고기·생선과 유사하다. 한마디로 굼벵이 형태의 곤충은 영양가 면에서 쇠고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우수하다. 게다가 빨리 자라면서 동물성 식용 단백질을 금방금방 만든다. 같은 먹이를 단백질로 전환하는 효율성이 누에는 소의 두 배다. 동남아에서 많이 식용하는 귀뚜라미의 효율은 더 좋아서 소의 12배, 양의 네 배, 돼지·닭의 두 배다.

유엔이 곤충을 쇠고기를 대신할 우수 식량원으로 생각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지금 상태로라면 온난화는 더욱 심해져 지구 평균 기온이 2050년엔 지금보다 최고 6.4도나 높아진다고 미국 국제식량연구소는 2011년 보고했다. 문제는 온난화에 소가 한몫 단단히 한다는 점이다. 소의 소화 작용 때문에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지구 복사열을 잡아 유지하는 효율은 이산화탄소보다 30배나 높다. 그래서 온난화 요인의 18%가 소 사육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소를 키워 동물성 단백질을 얻지만 지구온난화라는 부작용에 시달리는 대신 환경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곤충 양식’이 미래의 식량으로서는 제격인 것이다.

빨리 자라고, 단백질 잘 만들고, 그리고 환경적으로도 탁월한 메뚜기 같은 곤충을 미래 식량으로 만드는 데엔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영화 ‘설국열차’에 답이 있다. 영화에선 열차 내 빈민층의 주식으로 ‘양갱’이나 ‘영양바’ 같은 먹거리를 공급하는데 이게 바퀴벌레를 갈아 만든 것이다. 이 장면에서 대부분의 관객은 ‘웩’ 소리를 지를 만큼 역겨워한다. 감독의 천재성이 발휘되긴 했지만 미래 식량으로 연구되고 추진되는 점을 배려해 바퀴벌레 대신 누에 번데기를 사용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호주선 ‘하늘의 새우’ 귀뚜라미 요리 등장
요컨대 곤충을 식량으로 발전시키려는 나라들이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곤충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태국 시장에서 보았던 곤충 중에서도 매미·잠자리, 그리고 털이 숭숭 난 거미류에는 차마 손이 가지 못했는데 이는 저렇게 징그럽게 생긴 벌레가 내 입으로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스멀스멀한’ 뭔가가 몸속에 들어간다니! 으~몸서리가 쳐진다. 이런 현상은 서구에서 특히 심한데 그들은 곤충 식용을 원시적이고 미개한 풍속으로 치부하고 심지어는 터부시한다.

곤충에 대한 혐오감은 오랜 시간에 걸친 역사와 문화의 결과여서 이를 바꾸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것도 마음먹기에 달렸다. 미국의 인디언들은 오래전부터 귀뚜라미를 간식으로 먹었다. 그러다 새우를 처음 보고는 ‘바다의 귀뚜라미’라고 불렀다. 거부감을 아예 갖지 않았기 때문에 먹기도 쉬웠다. 비슷한 사례는 최근 호주에서 나왔다. 귀뚜라미 요리가 등장했는데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귀뚜라미를 ‘하늘의 새우’라고 부른 것이다. 하긴 둘 다 모양이 비슷한 절지동물이다. 결국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먹는 데 부담을 가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모양 때문에 먹기 힘들면 모양은 없애고 영양분만 뽑아낼 수도 있다.

‘설국열차’에서처럼 인류의 온난화 대처가 늦어지면 지구가 진짜 위험해진다. 그걸 막으려면 영화가 주는 지혜를 활용해야 한다. 최후의 식량으로서의 곤충이 아니라 지구를 위험에서 구할 최고의 식량으로 곤충을 대접하는 것이다.



김은기 서울대 화공과 졸업. 미국 조지아텍 공학박사. 한국생물공학회장 역임. 피부소재 국가연구실장(NRL) 역임. 한국과학창의재단 STS사업단에서 바이오 콘텐트를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www.biocnc.com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