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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급구! 국민과 연애할 정치인

지난봄에 방영된 TV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 여당 의원인 김수영(신하균)과 야당 의원인 노민영(이민정)의 연애담을 그린 코미디물이다. 두 의원은 극 초반에 원수처럼 싸운다. 열혈 투사 노민영은 국회 파행 와중에 여야 지도부가 함께 술 마시는 모습을 보고 술잔을 던지며 분개한다. 그러던 가운데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밀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안 국민들은 “그동안 싸우던 모습은 쇼였느냐”며 두 의원을 맹공한다.

JTBC에서 방송 중인 『적과의 동침』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등장한다. 뉴스에서 싸우는 모습만 보이던 사람들이 서로 껴안고 풍선을 터뜨리거나 막대과자를 먹는다. 생소하기 이를 데 없다. 민주당 내에선 “장외투쟁까지 하며 싸우는 마당에 여당 의원과 웬 ‘동침’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박지원 의원이 “몇 주 전 녹화했을 땐 정국이 풀리려니 했었다. 그냥 이해하세요”라고 해명해야 했던 이유다.

그러나 기자가 국회에서 지켜본 여야 의원들은 정견은 달라도 정책을 놓고선 고민하는 방향이 비슷비슷했다. 특히 상임위가 겹치면 그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경제 관련 상임위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상임위 분위기가 좋아 야당 위원들과 야유회를 다녀왔다. 경제민주화 얘기를 할 때는 오히려 민주당 의원과 더 말이 잘 통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도 “젊은 의원들끼리는 당이 달라도 정책에선 의기투합하는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사실 새누리·민주 양당이 국회를 독점한 상황에서 여야가 외교안보나 경제·민생을 놓고 세부적 사안에서 대립할 일은 많지 않다.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앞장서 주장하고, 민주당 쪽에선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은 척결해야 한다’고 외친다. 보수·진보 모두 중도로 수렴되지 않으면 달라진 국민들의 의식을 따라갈 수 없다는 현실 자각에서 나온 몸부림이다. 그럼에도 지난주 어렵게 문을 연 정기국회 무대에서 두 당은 민생은 제쳐둔 채 또다시 NLL 대화록 공방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논란 같은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 지겨운 막말과 인신공격성 발언을 재탕하며 극한대립으로 치닫는다. 개인으로 돌아가면 그렇게 유연하고 사이도 좋은 여야 의원들이건만 ‘정당’이란 시스템에만 들어가면 수십 년째 이어져온 낡은 프레임에 빠지는 것이다.

이러니 어렵사리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도 국민들의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비아냥과 망가짐을 무릅쓰고 출연해 상대방을 껴안았는데 너무하다고? 그런 억울함을 풀고 싶으면 답은 간단하다. 정쟁이 아니라 정책으로, 이념이 아니라 민생으로 승부하면 된다. 툭하면 구시대의 낡은 정쟁 이슈를 들고 나와 정국을 뒤집으려 하는 당 지도부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함께 말이다. 국민과 연애할 정치인은 없는가.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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