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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은 내 인생 … 수백억 줘도 안 판다

전문경영인 출신인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이사는 다른 프로야구단이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것과 달리 네이밍 마케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구단을 꾸려 왔다. 넥센 선수단이 지난달 28일 LG전에서 승리해 창단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짓고 자축하고 있다. [뉴스1]

이장석(47) 넥센 히어로즈 대표이사는 요즘 축하인사를 많이 받는다. 2008년 창단한 넥센이 올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짓고 LG·두산과 함께 2위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염경엽(45)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모두가 힘을 모은 결과지만 축하는 이 대표에게 가장 많이 몰린다. 지난 6년 동안 많은 비난을 받은 것과 비례해서다.

 2008년 초 현대 유니콘스가 인수 기업이 없어 공중분해 위기에 놓였을 때 이 대표가 등장했다. 그가 운영하는 투자자문사가 유니콘스 선수들을 승계해 히어로즈를 창단했다. 그 이후 이 대표가 주요 선수들을 현금 트레이드했을 때 비난이 쏟아졌다. 몇 년 안에 히어로즈는 사라지거나 팔릴 것이라고들 했다.

 국내 최고의 대기업들이 경쟁하는 프로야구에서 이 대표는 6년째 팀을 운영 중이다. 그는 구단 이름을 대여하는 네이밍 마케팅(넥센)을 도입했고, 전방위적인 영업으로 상당 수준의 재정 자립을 이뤄냈다. 야구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트레이드로 많은 욕을 먹었던 이 대표는 트레이드로 박병호(27)·김민성(25)을 영입해 최강의 중심타선을 구축했다. 프로야구의 이단아이자 혁신가로 불리는 이 대표를 2일 목동구장에서 만났다.

 -히어로즈의 존폐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거의 5년 만이다.

 “창단 초 나와 구단에 대한 여러 오해를 해명하기 위해 몇 차례 인터뷰를 했다. 지난해부턴 인터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제 조금씩 우리를 믿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난 물론 더 조심하고 겸허해야 한다.”

 - 그동안 히어로즈는 어떻게 변했나.

 “난 항상 선수들과 직원들에게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밖에선 ‘히어로즈는 망할 거고 이장석은 구단을 팔 거다’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과 직원들이 날 믿어줬다. 우리 구단은 여섯 시즌 동안 팀 성적, 입장 수입, 선수·직원의 만족도 등 모든 요소가 계속 올라갔다.”

 -선수와 직원의 만족도라면.

 “우리 선수들을 최선을 다해 대우하고 있다. 다른 팀에 비해 연봉이 떨어지지 않는다. 직원들 연봉도 2007년까지 프런트 중 최하였지만 지금은 평균 이상이다. 구단이 발전하는 걸 체감하면서 신뢰도 생긴 것 같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지난해 김시진 감독을 해임했다.

 “내가 모셔왔고, 팀을 4년간 이끌어 주신 분이다. 그러나 구단 지원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해서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되는 것인가. 가난한 나라는 전쟁에서 패한 지휘관을 용서해야 하는 것인가. 모두가 납득할 때 감독을 해임하는 건 구단의 무책임이다. 그 전에 움직여야 한다.”

 -초보 사령탑 염 감독을 임명한 것도 의외였다.

 “무엇보다 구단(현대·LG) 프런트를 경험한 분이기 때문에 나와 잘 통할 것 같았다. ‘겨우 이 사람이야?’ 하는 조롱이 있었던 거 안다. 그러나 외부의 시선보다 내 확신이 중요했다.”

 -넥센의 특별한 점을 꼽는다면.

 “개인 소유 구단이기 때문에 내가 오너(구단주)이자 대표(사장)다. 우린 다른 대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작다. 2008년 프로야구가 최대 위기였기 때문에 진입할 수 있었다. 물론 프로야구는 대기업들이 30년 이상 수백억원씩 투자한 덕분에 성장했다. 내가 좋아하는 NFL(미국프로풋볼)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제리 존스는 구단주이자 단장으로서 구단 가치를 수십 배로 키웠다. 우리같이 작은 팀은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경영하는 게 좋다고 본다. 넥센이 있기 때문에 다음에는 규모가 큰 개인사업자가 야구단을 운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넥센의 가치는 얼마나 올라갔다고 보나.

 “내게 우리 구단의 가치는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야구단이 내 인생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재정이 안정된 건 맞다. 현재 연간 250억원을 쓰고 220억원을 번다. 30억원 적자지만 금융권에서 우리를 믿고 빌려준다. 2008년 입장권 수입은 총 10억원이었다. 지금은 60억원 정도로 올랐다.”

 -지금도 몇몇 대기업이 넥센을 인수할 거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나도 들었다. 그러나 나를 찾아와 구단을 인수하겠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 대기업이 있다면 9구단, 10구단 창단에 참여했을 것이다. 내게 수백억원을 준다고 해도 구단을 팔지 않을 거다. 구단을 운영하다 수백억원이 없어서 망할 순 있다. 그러나 내게 수백억원이 생긴다고 행복할 것 같지 않다. 20~30년 구단을 잘 운영해 한국 스포츠 역사에 뭔가 남기고 싶은 열망이 더 크다. 우리가 대기업들 사이에서 어렵게 생존해 온 때문인지 세상의 많은 약자가 우리를 응원해 준다.”

 -목동구장 입장료가 야구장 중 가장 높다.

 “넉넉하지 않은 우리 구단도 연간 250억원을 써서 프로야구라는 고급 콘텐트를 생산한다. 제작비가 프로야구보다 적은 오페라나 연극을 보는 데 10만원 이상을 쓰지 않나. 야구 입장료는 더 올라야 하고 그 수익을 재투자해야 한다.”

 이 대표는 올 시즌 초부터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에 목동구장을 찾는 팬들과 만나 인사한다. 그는 “올해 홈 67경기(우천 취소 세 경기 포함)를 치르는 동안 팬들에게 인사하는 걸 한 번도 빼먹지 않았다. 이제 시작일 뿐이고 10년은 해야 칭찬 들을 일이다”라고 멋쩍어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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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