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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외과·뉴방의원 … 엉뚱한 병원 이름 알고보니 꼼수

‘학문·창문·무릅·무룹·뉴방·탐모·모커리·측추….’

 학문·창문은 뜻이 있는 정식 단어고, 나머지는 일상에서 안 쓰는 뜻 없는 단어다. 이들의 공통점은 병·의원이나 한의원 이름에 쓰인 단어라는 것이다. 학문을 소리 나는 대로 하면 항문이, 목허리는 모커리가 된다. 은연중에 항문과 목허리 전문임을 내세운다. 무릅·무룹은 무릎, 측추는 척추의 변형이다. 여기에 외과나 정형외과 등을 붙여 병원 이름으로 사용한다. 뉴방은 유방, 탐모는 탈모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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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바로 의료법 때문이다. 이 법 제42조와 시행규칙 40조(의료기관의 명칭)는 의료기관의 종류, 즉 의원·한의원·치과의원·병원·종합병원·한방병원·요양병원 앞에 홍길동 등의 고유명사를 쓸 수 있게 규정한다. 그러나 질환명과 비슷한 말은 못 쓴다. 디스크·탈모·치질·아토피·비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질환명에는 신체부위(무릎·위·간·대장 등)가 포함된다는 게 정부의 유권해석이다. 이를 피하려고 병원 이름에 변형된 단어(무릅·측추 등)가 붙은 것이다.

 이처럼 규정이 까다로운 이유는 환자가 현혹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이창준 과장은 “특정 신체부위나 질환 이름을 병원 명칭에 쓰게 되면 그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올 수 있고 남용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복지부가 전문성을 인정한 99개 전문병원은 수식어에 쓸 수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전문병원 ○○병원’이라고 표기한다. 다만 여기에도 병원의 고유 명칭에는 쓸 수 없다.

 그간 이런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2008년 풀려고 했다. 의료서비스의 특화가 어렵고 외국인 환자 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협회 같은 의료 단체들이 “특정 신체부위가 표시되면 전문의가 아닌데도 전문의로 오인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의료계 내부에서 진료 과목 간 이해관계가 달라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없던 일이 됐다.

 최근에는 변형 기법이 진보하고 있다. 항문을 쓸 수 없으니 ‘학문’으로 표기한 다음 ‘학’의 기역 받침을 둥글게 말아 ‘항’처럼 보이게 한다. 유바외과로 쓰고, ‘바’ 아래에 ‘외과’를 붙인다. 외의 ‘ㅇ’을 ‘바’의 받침으로 붙여 유방으로 읽히도록 한다.

 의료소비자는 혼란스럽다. 변형된 명칭을 쓰는 부산 한 외과의 의사 이모씨는 “뭐 하는 곳이냐고 묻거나 맞춤법이 틀린 게 아니냐고 지적하는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법률 위반도 아니다. 복지부 이 과장은 “편법인 데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전국 보건소가 되도록이면 그런 변형된 명칭을 허가하지 못하게 유도한다”면서도 “위법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단속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료서비스는 일반 상품과 달라 상호명이 정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소비자원 의료전담팀 김경례 팀장은 “의료는 몸을 맡기는 곳이므로 상호명부터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하는데 신체부위·질환명을 금지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황당한 규제”라고 말했다.

 반면에 경실련 남은경 사회정책팀장은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말장난만 이어지는 꼴”이라며 “의료기관이 상호명을 왜곡해 지나치게 상업적 목적을 드러냈다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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