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시가 있는 아침] 냄비 하나가

냄비 하나가 - 강은교(1945~ )


낡은 냄비 하나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어. 누우런, 누덕누덕 우그러진 옷을 입고……한쪽 손잡이는 어디로 갔는지


외팔이 냄비 하나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어. 눈물 머금고……그걸 고치는 한 사람……그 사람도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어. 눈물 웃음 머금고……


어디로 가나 우리 모두 어디로 가나……가스레인지에서 내려와서 이 집 마루에서 내려와 맨발로, 신발도 못 신고……


냄비 하나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어……세수도 못 한 외팔이 냄비 하나, 우그러진 분침을 들고, 별빛 바람 사이로 힐끗힐끗 달려가는 초침을 들고,


지평선에서 너희들 오늘도 헤매는구나, 구름의 살[肉]에 얹혀.


엄마는 뭐든 잘 못 버리는 사람입니다. 더는 입을 수 없이 작아진 셔츠의 단추랄까 고장 난 지퍼랄까 목이 늘어난 양말이랄까 금이 간 물컵이 있다면 그것조차 내 새끼라 하는 사람입니다. 엄마는 뭐든 버리면 죄라고 아는 사람입니다. 이를테면 살림을 짜게 해서가 아니라 살림을 재미나게 해서랄까요. 갈 데 없어진 단추에게 얘, 늙은 단추야! 하시고 목이 늘어난 양말에게 얘, 살 빠진 양말아! 하시고 금이 간 물컵에게 얘, 이 가는 물컵아! 하시니까요. 명명하기의 천재, 엄마들은 오늘도 설거지거리들에게 이름 붙이느라 젖은 앞치마 벗을 생각을 통 못하고 계시네요. <김민정·시인>

▶ [시가 있는 아침] 더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