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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완전 차단'인가 '비상사태'인가

김현기
도쿄 총국장
“밤늦게 이런 보고를 드리게 돼 송구스럽습니다.”

 3일 새벽 1시 시작된 도쿄전력의 긴급 기자회견.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저장탱크에서 8월에 이어 또다시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됐다는 내용이었다. “얼마나 유출됐느냐” “바다로 새 나간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도쿄전력은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전 9시 시작한 작업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오후 8시가 넘어서야 탱크에서 오염수가 새고 있는 걸 발견했다. 사고가 난 경위도 어처구니없다.

 저장탱크 주변에 고인 빗물을 다른 탱크로 옮기면서 탱크의 저장량과 지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99%까지 꽉 채우면서 지형상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탱크를 주목하지 않았다. 수평으로 있을 때의 99%와 기울어진 상태에서의 99%는 어떤 다른 결과를 초래할지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것 아니었을까. 그러면서 도쿄전력은 “탱크에 너무 물을 많이 넣었다”고 자조적 해명만 내놓았다.

 일본 정부는 한술 더 뜬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3일 기자회견에서 오락가락했다. “대응책이 충분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가 돌연 “전체적으로는 제어하고 있다”고 정색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달 8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상황을 제어하고 있다” “오염수 영향은 0.3㎢의 (원전 전용) 항만 내에서 완전 차단하고 있다”고 ‘공약’한 것을 뒤집을 수 없기 때문일 게다. 거짓말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일 정부는 얼마 전 원전 부지 내 오염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수가 흘러 들어오는 길 앞의 땅을 인위적으로 얼리는 차수벽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예산 4600억원을 즉각 투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거액을 들여 차수벽을 설치한들 뭐하나. 이번 사고의 경우 원전 앞 태평양 바다 불과 200m 앞에서 바로 오염수가 새어나갔다. 차수벽이 있어도 막을 수 없는 구조란 게다.

 일 정부가 수용하기 싫어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조언 두 개만 소개한다. 둘 다 일본인의 입에서 나왔다. “이제 일본 정부는 ‘완전 차단’ ‘상황 제어’ 같은 가공(架空)의 표현만 쓰고 있을 게 아니라 ‘지금은 비상사태’라 선언해야 한다”(3일 일본 경제산업성 심의관 출신 고가 시게아키), “이제 일 정부의 모니터링(관찰)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국제표준을 토대로 한 신뢰성 높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참고로 이번 사고와 똑같은 저장탱크가 후쿠시마 원전에는 350기나 더 있다.

김현기 도쿄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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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