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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니 좋더라 … 선유도 공원 전시관 리모델링

선유도 공원의 지난 10년 세월을 조망하는 전시관 ‘선유도 이야기’는 관람객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허허한 공간이 많다. [사진 박우진]
채우기보다 비웠다. 바르기보다 뜯어냈다. 덮기보다 걷어냈다. 놀라운 풍경이 돋아났다. 해묵은 세월의 흔적이 그림처럼 드러났다.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 343 선유도 공원 안에 있는 전시관 ‘선유도 이야기’가 1년 여 리모델링 공사 끝에 탈바꿈했다. ‘비움의 미학’이라 이름붙일 만한 새로운 공간이 시민들을 맞는다.

 복닥복닥 조형물이 가득 찼던 2층 공간을 싹 비우자 제대로 선유도 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 좋은 방이 생겼다. ‘풍경의 공간’이다. 선유도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철따라 빛을 달리하는 선유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가벽을 세우고 가림막으로 천정을 막았던 1층은 불필요한 설치물을 없애면서 바깥 ‘녹색 기둥의 정원’과 이어지는 숨구멍이자 특별전시장이 됐다. ‘흐름의 공간’이다. 산업화 시대의 상처가 오히려 당당하게 제 모습을 뽐내며 예술작품 못지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육중한 철물 정수장 시설이 남아있는 지하 1층은 ‘흔적의 공간’이다. 50m 길이 회랑에 나란히 선 환등기 열 대가 찰칵찰칵 돌아가며 선유도와 한강의 어제와 오늘을 증언한다. 느릿느릿 걷다가 털퍼덕 주저앉아 시간이 남긴 때를 밀어볼 수 있다.

 공사 과정에서 뜯어낸 폐자재는 그대로 의자며 탁자가 되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디딤돌이 된다. 거기 앉아 책을 읽어도 좋고 멍하니 생각에 잠기면 더 좋다. 비웠기에 채울 수 있다. 치웠기에 볼 수 있다.

벽체를 뜯어내고 일부러 텅 비워서 선유도 내부와 외부를 연결한 2층 ‘풍경의 공간’. 선유도를 볼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점이다.
 ‘선유도 이야기’ 재개관 첫 초대전은 6일부터 열리는 ‘좋은 곳, 고쳐쓰기-시민이 행복해지는 서울의 공공장소 열여덟 곳’이다. 선유도 공원을 설계하고 이번 탈바꿈을 총지휘한 건축가 조성룡(69·성균관대 건축학과 석좌교수)씨가 마음 통하는 젊은 건축가와 조경가를 모아 도시의 내일과 공공성을 함께 그려보는 자리다. 정욱주의 ‘시립 지적장애인 복지관’, 박승진의 ‘꿈마루 공원’, 신혜원의 ‘한강 나들목: 반포 안내 센터’ 등 되도록 ‘작게 하려고’ 노력한 공공 공간들을 소개한다. 원래 있던 공간을 고치거나 재료들을 재활용해 자원을 아끼고 비용을 절감한 우리 모두의 장소다.

 전시를 함께 기획한 수류산방(방장 박상일)이 펴내는 자료집도 관심거리다. 대개 건축물 따로, 책 따로 놀던 관행을 떠나 개축 처음부터 손잡고 일했기에 모든 진행 과정을 충실하게 담은 기록물이 나오게 됐다.

 조성룡씨는 “개장 10년을 맞아 퇴색되었던 전시관을 원 뜻에 맞게 고쳤다”며 “이 새로운 공원의 실험에 시민 여러분을 모두 초대한다”고 말했다. 02-2634-7250.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선유도 공원=1968년부터 97년까지 30년 동안 서울 서남부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선유 정수장으로 쓰이다 폐쇄된 뒤 2002년 4월 26일 조경가 정영선, 건축가 조성룡씨 설계로 생태공원으로 거듭났다. 정수조 시설 등을 남긴 위에 철따라 옷을 갈아입는 풀과 나무와 꽃 200여 종이 자라면서 한강과 어우러진 녹색 쉼터가 됐다. 폐기된 산업시대의 공장시설을 재활용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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