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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현 "경영권 포기 …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신청은 불가피"

지난 5월 2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뉴스1]
현재현(64) 동양그룹 회장이 동양시멘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향후 경영권을 포기하고 투자자 피해를 줄이는 데 전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 회장은 3일 출입기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이번 사태에 대해 회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비통한 마음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투자자 고객, 동양 가족 임직원 모두에게 엎드려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특히 주력 계열사인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30일) 저녁 6시가 넘어 현금 5억원을 빌려 부도를 막을 만큼 긴박한 상황에서 결정된 동양시멘트 법정관리는 중소 협력사들의 연쇄 부도를 최소화하는 최후의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선 재무 상황이 나쁘지 않은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현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편법을 쓴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법원이 법정관리를 개시하면 통상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으로 선임된다. 동양시멘트는 2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217.6%, 회사채는 28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 회장은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포기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저에게 있어서 경영권 유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며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또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상) 법원에 모든 결정을 맡길 수밖에 없다”며 “저희 가족의 모든 경영권 포기가 자동으로 수반됐다”고 호소했다. 자신의 진퇴에 대해서는 “동양이 마지막으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걸고 해결에 나서겠다”며 “제 역할이 없다고 판단되는 시기에 저의 책임을 물어 달라”고 말했다.

 동양증권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불완전판매 의혹 등에 대해서도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토로했다. 그는 “동양 임직원들을 움직인 모든 의사결정은 저의 판단과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며 “직원들은 회사가 내놓은 금융상품을 최선을 다해 파는 소임을 다했을 뿐”이라며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다. 한편으론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으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한탄하기도 했다. 현 회장은 “가족의 마지막 남은 생활비 통장까지 꺼내 기업어음(CP)을 사 모았지만 결국 오늘의 사태에 이르렀다”며 “오랜 시간 회사와 제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담보로 CP 차환 문제만을 우선 해결하려 했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오래전 기울어진 상태였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담보로 친지와 협력사들에까지 신용 보강을 도와주길 부탁해봤지만 그 모든 협상이 실패로 돌아갔다”며 “장기화된 자산 매각은 시장 분위기의 악화와 실패론으로 모두 무산되고 말았다”고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현 회장의 입장 표명은 직원·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동양증권 직원 200여 명은 이날 정오쯤 서울 성북동 현 회장 자택 앞에서 동양시멘트 법정관리를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한 시간 뒤에는 개인 투자자 50여 명이 현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 행동도 가시화되고 있다. ‘동양그룹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가칭)는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1010명이 참여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현 경영진을 관리인 선정에서 배제하고 회생절차 진행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감독 당국은 동양증권에 대한 검사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날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판매와 관련해 불완전판매 소지 등이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동양은 자금난이 심해지자 동양시멘트 주식을 유동화한 ABSTB를 발행, 지난달에만 추석 연휴 직전까지 970억원어치를 동양증권을 통해 판매했다. 동양증권 노조는 “이 과정에서 현재현 회장이 동양증권 사장에게 ‘절대로 법정관리 절차를 밟지 않는다’며 ABSTB 판매를 독려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판매 과정과 함께 경영진이 했다는 ‘독려’의 내용과 강도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휴일인 이날도 불완전판매 신고센터를 열고 민원을 받았다. 전날까지 접수된 민원은 3700건이 넘는다.

조민근·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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