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J Report] 내 눈엔 휴지, 그의 눈엔 돈

주식투자란 주식을 쌀 때 사서 가격이 오르면 파는 단순한 행위다. ‘싼’ 주식은 어떻게 고를 수 있을까. 펀드매니저들이 우선시하는 지표는 주가순이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 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다. PER의 ‘E’는 수익(Earning), PBR의 ‘B’는 자산(Book)이다. 즉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익(E) 또는 보유 자산(B)에 비해 주가(Price)가 얼마나 낮은지를 보고 주식을 사는 것이다.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PER과 PBR을 이용한 종목투자는 이제 개인투자자들도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됐다.

 하지만 실제 투자에서 두 지표가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으면서 저평가주 고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본지는 국내의 대표적인 펀드매니저 10인에게 ‘주식 옥석 가리기에 유용한 지표가 무엇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투자 스타일이나 철학에 따라 의견은 갈렸다. 이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가상 토론 자리를 마련했다.

 ▶서재형 대신운용 대표=어렵게 생각하지 마. 사윗감을 고른다고 생각해 봐. 재산 많은 친구와 연봉 높은 녀석 중 누가 우리 딸을 호강시켜줄지 선택하는 문제야. 물론 가격이 개입되지. 즉 재산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이 저PBR주라면, 버는 돈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이 저PER주지. 지금 PBR 0.5배 이하인 종목 수두룩해. 청산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지. 하지만 이런 주식이라도 막 오르지 않아. 돈을 얼마나 잘 버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야.

 ▶정인기 트러스톤 주식운용본부장=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그 말이 맞아. 하지만 PER이란 지극히 후행적이야. 과거에 얼마를 벌었는지를 보여주지, 앞으로 얼마나 벌지를 반영 못해. 흔히 저지르는 실수야. 특히 주가가 많이 오를 때 조심해야 돼. 주가가 오르면 PER도 대개 오르는데 이때 PER이 유독 낮은 종목이 보인다고 덥석 물었다가는 낭패볼 수 있어. 주가가 안 오르는 건 뭔가 이유가 있거든.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 심한 PER보다는 PBR이 더 그 기업을 정확히 말해준다고.

 ▶최웅필 KB운용 이사=동의할 수 없네. 한국전력 PBR이 0.3으로 매우 낮아. 하지만 과거 5년간 이 회사는 이익 한 번 제대로 낸 적 없어. 주가도 별로야. 반도체·철강·화학 회사같이 설비투자를 많이 하는 회사들은 PBR은 낮지만 별로 투자 매력 없어. 난 PER 7배 정도 되는 회사를 찾아.

 ▶이채원 한국밸류 부사장=PBR이 더 유용한 지표인 건 내 오랜 투자 경험상 확실해. LG화학을 보자고. 2011년 주가가 58만원까지 갔어. 당시 PER은 별로 안 높았어. 13배 정도였는데 우량주가 그 정도면 비싸다고 할 수 없지. 그런데 PBR은 4배였어. 아주 높았지. 우리나라 기업 평균 PBR이 1배 정도인데 아주 고평가됐던 거야. 그때 PBR을 보고 매도해야 했는데 PER을 보고 들고 있었던 사람이 많았어. 지금 LG화학 주가가 30만원이야. 업황이 안 좋을 때는 이익이 안 나기 때문에 기업들 PER이 막 100배, 200배까지 나와. 이때 PBR은 0.5배 수준으로 낮은 경우가 있는데 (PBR을 믿고) 사야 해. PER은 경기 사이클에 따라 조변석개한다는 게 문제야. 2011년 2월에 현대중공업이 거의 60만원까지 갔어. 그때 PER은 별로 높지 않았지만 PBR이 5배였어. 거품이었던 거지. 올 6월에는 17만원까지 하락했어.

 ▶남동준 삼성운용 주식운용본부장=PER파와 PBR파가 팽팽하네. 난 생각이 좀 달라. 오리온 한번 보라고. 예나 지금이나 PER이 많이 높아. 지금은 거의 35배 수준이야. 고평가된 것처럼 보이지. 하지만 주가는 3년 전 20만원대에서 계속 올라 지금은 100만원에 육박해. 결국 PER을 보더라도 향후 PER을 봐야 해.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는 얘기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ROE(자기자본이익률)라고 믿어. 주가와 관계없이 이 회사가 투자한 돈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돈을 버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야. 주가 대비 밸류에이션 따지는 건 그 다음 얘기고.

 ▶허남권 신영운용 자산운용본부장=좋은 얘기긴 한데, PBR이라는 더 훌륭한 지표가 있는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PBR에 반영되는 자산가치라는 건 그 회사가 몇십 년에 걸쳐 이뤄놓은 자산이야.

 ▶강방천 에셋플러스운용 회장=전제가 틀렸네. PBR이란 게 청산가치를 보는 건데 나는 그 기업의 항구적인 주주가 된다는 생각으로 투자해. 기업을 청산했을 때 챙길 수 있는 자산보다는 기업이 창출할 현금을 더 중요하게 봐. 모바일 생태계만 봐도 PBR은 쓸데없는 개념인 걸 알 수 있지. 구글을 보면 자산이 뭐 있나.

 ▶구재상 케이클라비스 대표=굳이 따지자면 나도 PER파지만 PBR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이준용 미래에셋운용 멀티에셋 대표=PBR과 PER에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봐. PBR이 박스권 장세에선 어느 정도 맞지만 난 실적추정치 변화(earning growth)가 기업 주가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로 보고 있어. 투자란 미래에 대한 예상이지.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 다들 투자 철학이나 스타일에 따라 생각이 다르네. 그래도 한 가지 지표만 보고 다른 지표는 무시한다는 사람은 없는 거 같군. 결국 우리가 전혀 다른 얘기를 하는 건 아니야. 아무튼 시장도 안 좋은데 다들 파이팅하자고!



 현재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평균 PER은 9배 수준이다. 주당 순이익 1000원인 주식이 시장에서 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 10년간 코스피 평균 PER이 9.4배임을 감안하면 지금 주가 수준은 약간 저평가된 셈이다. PBR도 1.07배 정도로 과거 10년 평균(1.3배)에 비해 약간 낮다. 보통 가치투자를 한다는 펀드매니저들은 PER 7~8배, PBR 1배 이하인 종목을 선호한다.

 삼성전자의 PER은 10배 정도다. 주가 수준이나 실적에 따라 7∼12배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다른 국내 기업과 비교해서는 별로 저평된 것이라 할 수 없지만 글로벌 경쟁업체에 비해서는 주가가 낮다. 애플·인텔·퀄컴 등 경쟁업체들의 PER은 14∼16배 수준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탓이다.

 PBR은 좀 더 보수적인 지표다. 저PBR주는 주로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거나 대규모 설비를 갖춘 철강·화학 기업에서 자주 발견된다. PBR만 맹신하면 실패할 수 있다. 2008년 ‘수퍼개미’인 강남 치과의사 황성식 원장은 그랜드백화점 지분을 5%나 사들였다. 영업은 부진하지만 이 회사가 보유한 막대한 부동산의 가치에 주목한 투자였다. 당시 이 회사는 PER이 70배나 됐지만 PBR이 0.3배에 불과했다. 하지만 황 원장의 투자는 아직까지 실패다. 이 회사의 현재 주가(4850원)는 황 원장이 사들인 가격(1만5000원)의 3분의 1도 안 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지표가 자기자본이익률인 ROE다. 한 기업이 자기자본으로 어느 정도의 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효율성 지표다. PER·PBR과는 달리 주가가 반영되지 않는다. 글로벌 저성장 국면에서는 기업들이 신규 투자 대상을 찾기 힘들어 ROE를 높이기가 쉽지 않다. ‘고ROE’ 기업들의 몸값이 높아지는 이유다.

 네이버·구글 등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의 ROE가 높다. 대규모 설비투자는 없지만 수익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목들은 자산은 적어 고PBR인 경우가 많다. 네이버의 PBR은 9.34배에 이른다.

윤창희·홍상지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