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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운 그곳] '아라비아의 …' 요르단 와디 럼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위)에는 와디 럼 사막의 유목민 베두인족이 등장한다. 실제로 와디 럼에 가면 베두인족 텐트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 있다.

장돌뱅이처럼 떠도는 여행 기자에게도 두고두고 잊지 못할 여행지는 있게 마련이다. 기자에게는 2년 전 다녀온 요르단의 ‘와디 럼(Wadi Rum)’이 그랬다. 와디 럼은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남쪽으로 320㎞ 떨어진 사막지대다. 2011년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지정됐다.

기암절벽과 모래 둔덕을 품은 이 장밋빛 사막은 사구가 넘실대는 이집트 등지의 사막과 사뭇 다른 매력이 있다. 2억 년 전 지각 변동으로 형성된 풍광이 “이런 사막도 있구나” 하고 놀랄 만큼 이국적이다. 영국 군인 신분으로 연고도 없는 아랍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토머스 로렌스(1888~1935)란 사내는 와디 럼을 두고 “신의 모습과 같다”며 감탄했단다. 와디 럼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실제 주인공이 바로 그였다. 러닝타임이 장장 216분에 달하는 영화 내내 주연배우 피터 오툴의 새파란 눈동자만큼이나 강렬했던 건 화면 저편까지 끝도 없이 펼쳐진 아라비아의 사막, 와디 럼이었다.

영화에서 로렌스는 당시 아랍 지역을 꽉 쥐고 있던 터키군의 중추를 공격하기 위해 와디 럼을 건너 남서부 항구도시 아카바로 향한다. 말이 쉽지, 와디 럼은 총 720㎢에 달하는 광활한 사막이다. 사막에 무지한 영국인이 맨몸으로 와디 럼을 가로지르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생사의 기로에서 로렌스는 사막의 유목민 베두인족의 도움을 받는다.

아직도 와디 럼 곳곳에서는 베두인족이 텐트를 치고 살아가고 있었다. 염소를 기르며 유목생활을 하던 그들은 이제 텐트를 개조해 관광객용 숙소나 카페·기념품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명예와 손님 환대를 중시하는 전통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베두인족은 내 집에 손님이 오면 진한 요르단 커피를 대접하고(손님이 원하면 밤새도록), 설혹 손님이 범죄자라 해도 그를 보호하기 위해 죽음까지 불사한다고 한다.

와디 럼을 만끽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제멋대로 솟아오른 암벽을 타고, 베두인족이 모는 덤프트럭이나 열기구·경비행기로 사막을 돌아볼 수도 있다. 와디 럼은 언뜻 평지처럼 보이지만 가장 낮은 지역도 높이가 해발 1000m 이상인 고산지대다. 밤이 찾아오자 손에 닿을 듯이 별이 흐드러졌다. 그 옛날 로렌스도 이렇게 별을 헤며 밤을 지샜을까. 오랜 여정의 마지막에 거의 아랍인이 다 되었던 로렌스의 마음을 짐작하며 베두인족 텐트에서 하룻밤 신세를 졌다.

나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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