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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의 똑똑 클래식] 교향곡 '봄' 단 4일만에 완성한 슈만

뒤셀도르프 인근 마을 박센의 클라라와 슈만 뮤지엄.
슈만의 작품번호 9번 ‘카니발’과 15번 ‘어린이의 정경’ 중 ‘트로이메라이’는 피아니스트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연주목록에 올릴 정도로 사랑 받는 곡이다.

1986년 러시아 모스크바, 일찍이 공산정권으로부터 망명해 서방에서 그 이름을 떨치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82세의 고령으로 고국을 방문해 가졌던 역사적인 콘서트는 영국의 BBC방송을 통해 세계 각국에 생중계됐다.

주름진 손끝을 통해 들려주는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중 ‘트로이메라이’. 연주가 끝나고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는 호로비츠의 얼굴은 그야말로 ‘어린이의 정경’과도 같은 감명 깊은 장면이었다. 이처럼 팔순이 넘도록 피아노를 연주한 호로비츠의 모습을 보았더라면 나이 스물 셋에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어야 했던 슈만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봄이 오면 누구나 한 번쯤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이 있다면 무엇보다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이 아닐까? 비발디의 사계는 협주곡 중에서 최초로 ‘표제음악’을 도입한 바이올린 협주곡인데 심각하지 않은 쾌활한 선율로 별다른 설명이 없이도 봄의 활기찬 기운을 느끼게 한다.

이 밖에도 음악의 표제에 ‘봄’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들이 적지 않다. 하이든도 ‘사계’ 속에서 봄을 노래했고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봄의 소리 왈츠’는 환희에 넘치는 봄을 상기시키는 경쾌한 선율이 인상적이고 멘델스존의 무언가곡 중 ‘봄의 노래’는 원래 피아노곡으로 작곡됐으나 클라리넷으로 연주해도 그 선율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음악으로 휴대전화 벨소리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의 작곡가 글라주노프의 발레음악 ‘사계’ 중에도 봄의 음악이 있고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5번의 표제 또한 ‘봄’이다.

클라라와의 결혼을 위해 그녀가 16세였던 1835년부터 시작된 법정공방이 5년을 넘기게 되면서 클라라의 나이가 19세가 되자 법원은 아버지의 동의 없이도 결혼할 수 있다는 허가를 내리게 되고 마침내 슈만은 1840년 클라라와 결혼한다.

이듬해인 1841년 1월 슈만은 그의 첫 번째 교향곡인 ‘봄’의 스케치를 단 4일만에 완성시키는데 4악장이나 되는 교향곡의 스케치를 이처럼 짧은 기간에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슈만의 천재성과 더불어 그토록 갈망했던 클라라와의 결혼생활이 그에게 불어넣어준 기쁨과 활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도입부에서 트럼펫과 호른으로 팡파르를 울리며 힘찬 삶의 희망을 노래한 슈만의 교향곡 제1번 ‘봄’은 단순히 계절로서의 봄이라기보다는 그의 일생에 있어 다시는 오지 않을 절정의 봄날을 노래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15년 후, 2년 여에 걸친 정신병원 입원 끝에 46세로 생을 마감한 불행한 천재 슈만은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슬픈 연가곡을 작곡했던 슈베르트나 자살을 결심한 후에 교향곡 ‘비창’을 통해 인생의 마지막인 겨울의 어두움과 슬픔을 노래했던 차이코프스키와는 달리 아무런 음악도 남기지 못하고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나갔다.

김근식 음악카페 더 클래식 대표 041-551-5003
cafe.daum.net/the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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