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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 항암치료 대신 한·양방협진 시스템으로 다스린다

대전대 천안한방병원 이남헌 교수(왼쪽에서 두번째)가 완화의료 교육과정을 이수한 간호사, 전문 수련의와 함께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말기암 환자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있다.

※ 자료=민족의학신문
말기암 환자가 항암치료를 중단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왜 생명을 포기하냐’며 안타까워한다. 그렇다고 효과 없는 치료에만 매달려 억지로 항암치료를 받는다면 결국 환자는 고통 속에서 불행한 인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다. 말기암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죽음 자체보다 앞으로 다가올 고통을 두려워한다. 증상을 적절하게 완화시켜 주고 치료가 가능한 부분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환자들은 삶의 의지가 되살아 난다.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이 국내에서 최초로 말기암 환자를 위한 완화의료클리닉을 개설,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1 폐암 말기 환자인 박모씨(55·남)는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다가 절망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항암치료에 암세포가 반응하지 않아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으니 진통제를 먹으며 집에서 지내라’는 것이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체중이 20㎏ 이상 줄어드는 등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박씨는 그 동안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아내와 자녀들을 생각하며 10여 차례의 고통스런 항암치료를 견뎌왔다. 하지만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는 모든걸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때 한 지인으로부터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에 완화의료클리닉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병원을 찾았다. 박씨를 본 의료진은 일단 떨어진 체력을 끌어올리고 호흡곤란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동의보감에 수록된 한약을 처방해 투여했다. 이와 함께 통증 조절을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마약성 진통제와 더불어 침·약침·한약훈증치료 등 한의학 치료를 병행했다. 박씨는 조금씩 체력이 회복됐고 부축을 받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몸 상태가 호전됐다. 통증이 줄어든 박씨가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서서히 줄이자 식욕도 되살아나고 변비도 크게 호전돼 가고 있다. 박씨는 “이곳에서 하는 치료가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아 만족스럽다. 통증이 줄어들어 진통제를 줄이니 입맛도 생겼다. 무엇보다 증상이 호전되니 다시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웃었다.

#2 위암 말기로 투병 중인 심모씨(63·여)는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던 중 부작용이 심해 치료를 중단했다. 항암치료 후 10여 일 동안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채 구역질과 구토, 복통에 시달렸다. 보호자들이 심씨의 항암치료 부작용을 치료하고 몸을 추스를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하던 중 천안한방병원 완화의료클리닉을 찾았다. 의료진은 심씨의 복통을 완화시키기 위한 침·뜸치료와 함께 장 운동을 조절해주는 숯팩과 된장팩요법을 병행했다. 이와 함께 장 운동과 관련된 경혈점을 자극하기 위해 약침치료와 물리치료를 시행했다. 다행히 심씨의 상태는 조금씩 호전됐고 현재 미음을 먹을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됐다. 의료진은 심씨의 장 상태가 더 호전되면 체력과 면역력을 끌어올리고 위와 장 기능을 향상시키는 한약을 처방할 예정이다. 보호자들은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항암치료를 계속했다가 환자가 먼저 죽었을 것 같았다”며 “환자가 미음이라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호전돼 다행이다”라며 안도했다.

1 의료진이 환자의 의료기록을 살피고 있는 모습.
2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마련한 병원 갤러리.
환자 만족도 높고 삶의 질 높여

말기암 환자는 적절한 시점에서 무리한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치료 가능한 증상에 초점을 맞춰 환자를 관리해야 하는데 이런 치료법을 ‘완화의료’라고 한다. 항암치료의 한계를 넘기 위해 세계 각 나라 의료계는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대안 치료법의 중의 하나가 바로 한방완화의료치료법이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7만여 명의 암환자가 사망한다. 하지만 완화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기관은 전국에 고작 50여 곳뿐이다.

 한방병원으로는 최초로 대전대 천안한방병원이 완화의료클리닉을 개설했다. 천안한방병원은 수년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말기암 환자관리에 대한 유효성을 검증했다. 천안한방병원은 부작용이 적은 한의학의 장점을 바탕으로 한양방 협진 시스템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환자들에게 맞춤형 통합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실제 한방과 양방을 결합한 한·양방 협진에 대한 관심은 국내보다 암 치료 선진국인 미국이 더 높은 편이다. 미국인 10명 가운데 약 4명 이 한·양방 통합 치료를 선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 역시 국립 암 센터 내부에 한방치료부를 개설했고 중국의 경우 국가의 지원 아래 한방 암 치료가 각급 병원에서 활성화돼 있다.

완화의료서비스를 받을 경우 환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일부에서는 생존기간도 연장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일반 암 치료기관에 비해 완화의료전문기관에서의 환자 만족도가 2배 가까이 높았다고 한다.

한의학 치료, 미국·유럽서 보편화

천안한방병원 완화의료클리닉은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결합해 치료를 시행한다. 한방내과 전문의, 가정의학과 전문의, 내과 전문의가 의견을 나누고 장점만을 선별해 진료에 활용한다. 이 같은 융합 협진 체제는 이 병원의 가장 큰 장점이다.

환자들은 통합 진료 상담을 통해 치료계획을 만들어 신체기능을 평가하며 회복하는 단계를 거친다. 암 치료에 있어 서양의학에 가려져 있지만 임상 효과가 검증돼 부작용이 적은 한의학 치료는 이미 미국·유럽 등 서양에서 보편화된 암 치료 방법 중 하나로 손꼽힌다. 천안한방병원은 환자와 보호자의 편의를 위해 말기암 환자 전용 병상(6병상)을 갖춰 운영하고 있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치료받을 수 있고 6가지 기초식품군이 골고루 포함된 암환자 식단도 이 병원의 특징이다.

 천안한방병원은 완화의료클리닉 개설을 위해 말기암 환자의 상태를 이해하고 전문적으로 돌볼 수 있는 완화의료 담당 교수(1명)와 전문 수련의(3명), 완화의료 전문간호사(3명), 담당 영양사(1명)를 배치했다. 의료진들은 완화의료 분야 임상경험자들이다. 통증 및 증상관리, 심리사회적돌봄, 영적돌봄, 전인적평가, 사별돌봄 분야의 이론·실습과정으로 구성된 보건복지부의 완화의료 표준교육과정도 이수했다.

완화의료클리닉 소속 의료진들은 말기암 환자들에게 신체적 돌봄 뿐만 아니라 심리사회적 돌봄서비스까지 제공해 호응을 얻고 있다. 천안한방병원 완화의료클리닉 이남헌 교수는 “한의학적인 암 치료는 통증을 줄이는데 효과적이고 합병증을 줄이고 체력과 면역력을 끌어올려 환자들의 만족감이 크다”며 “한방과 양방의 장점을 모두 녹여낸 융합의료서비스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Q&A
적극적인 치료로 존엄성 있는 삶 도와줘


Q 말기암이란.

A 항암치료를 받아도 암이 줄어들지 않고 악화되거나 몸이 쇠약해져 항암치료를 견딜 수 없으며 수개월 내에 임종할 것으로 예측될 때 말기암으로 진단합니다.

Q 완화의료클리닉은 치료를 하지 않고 임종만 기다리는 곳인가요.

A 아닙니다. 치료가 가능한 증상들에 대해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존엄성 있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곳입니다.

Q 어떤 치료방법들이 있나요.

A 암환자 치료에 효과가 입증된 한의학적인 치료방법(침·뜸·약침·한약치료, 한방물리·팩·한약훈증요법 등)과 더불어 서양의학적 치료방법을 병행합니다.

Q 입원치료를 해야 하나요.

A 통증 및 증상 조절이 안 되는 경우, 병세가 급속히 악화되는 경우, 체력이 너무 쇠약해 일상생활이 힘든 경우 등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의료진이 판단할 때 입원해 치료를 받습니다.

Q 외국에서도 한의학을 암치료에 활용하나요.

A 세계 우수한 암센터에서는 서양의학적 항암치료 이외에 한의학적 치료방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암치료에 있어서 한의학적 치료법의 유효성에 관한 국제논문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글·사진=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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