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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객주』 34년 만에 10권 완간…보부상 밑바닥 삶 오롯이 살려 뿌듯

때로 손을 놓았지만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작가 김주영(74·사진)씨에겐 대하소설 『객주』가 그랬다. 1979년부터 1984년까지 총 1465회에 걸쳐 서울신문에 연재된 조선 후기 보부상들의 이야기 『객주』는 84년 아홉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이후 『홍어』 『잘가요, 엄마』 등 화제작을 발표했지만 마음으로는 계속 이 작품을 붙들고 있었다. “더 이상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해 연재를 끝냈지만, 언젠가는 이야기를 마무리짓고 싶었습니다. 원래 구상과는 달리 주인공 천봉삼을 살려 놓은 것도 그 때문이었죠.”

 우연히 이중환의 『택리지』를 뒤적이다 경북 울진 인근의 염전터와 소금장수에 대한 내용을 발견한 것이 계기였다. 마침 2009년 울진 흥부장에서 봉화의 춘양장으로 넘어가는 보부상 길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즉시 짐을 싸 당시 상인들이 소금을 실어나르는 길이었던 십이령 고개를 찾았다. 올 4월부터 서울신문과 인터넷 교보문고에 다시 연재를 시작했고, 8월 말 『객주』(문학동네) 시리즈의 10권 완결편이 출간됐다. 시리즈를 시작한 지 34년 만의 대단원이다.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주영 작가는 일본 마쓰시타 전기 창업주인 마쓰시타 고노스케(1894~1989)의 이야기를 꺼냈다. “마쓰시타 사장이 자신의 성공비결로 세 가지 ‘행운’을 꼽았는데 가난하게 태어난 것, 허약하게 태어난 것, 초등학교 4학년 때 중퇴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려 노력하다보니 성공에 이를 수 있었다는 거죠. 저 역시 시골 출신으로 가난하게 자랐고, 병약한 데다, 많이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객주』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죠.”

 완결편인 10권은 소금 상단 일행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9권에서 남쪽으로 도망친 천봉삼의 사연이 섞여 들어간다. 줄거리는 새롭지만 고유어를 활용한 천연덕스런 대사들과 생생한 묘사는 여전하다. 그는 “이 작품에서 보여주려 한 건 결국 밑바닥 인생”이라며 “당시 서민들이 무엇을 먹고 누구와 만나 어떤 일을 했는지를 1권부터 10권까지 줄기차게 써 내려갔다”고 했다.

 『객주』는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에게도 널리 읽혔지만 교도소 장기수들이 즐겨 읽는 책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고향인 경북 청송의 감호소 앞에서 만난 한 출소자에게 담배를 빌려줬다가 “감옥에서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며 『객주』 1~3권을 선물 받은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10권을 쓰면서 자신의 소설이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도 읽힐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는 그는 “어차피 난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나긋나긋한 글은 못 쓴다. 대신 기업 하시는 분들, 장기수분들, 60세에서 75세가 읽어주면 된다”며 웃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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