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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장 늘리니 사망 직전까지 항암제 남용

2009년 다발성 골수종(혈액암 일종) 진단을 받은 K씨(66·여·경남)는 서울 큰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다 2010년 1월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암세포가 척추로 번져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가족들이 항암 치료를 요구하자 병원 측은 표적항암제(특정 암세포를 골라 죽이는 약)를 투여했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올 1월 말 혼수 상태가 돼 인공호흡·고강도 항생제 등 연명 치료를 받다 2월 초 숨졌다.



서울대병원 10년 전과 비교
말기까지 투여 4배로 급증
호스피스·간병 지원 더 시급

이 환자는 항암 치료의 고통을 못 이겨 집으로 가길 원했지만 한 달 이상 고통을 받다가 차가운 병실에서 임종했다. 이 환자는 3주 동안 네 차례 항암제 주사를 맞았다. 약값만 따져 412만원(병당 103만원)인데 암 지원 정책 덕분에 20만6000원만 부담했다.



 이처럼 숨지기 직전까지 항암제를 쓰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암 사망자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2002~2003년 298명 중 사망 2주 전까지 항암제를 쓴 사람이 17명(5.7%)이었으나 지난해 23.8%(206명 중 49명)로 4.2배가 됐다. 사망 한 달 전부터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다 숨진 비율도 2.7%에서 19.9%로 증가했다. 인공호흡기는 대표적인 연명치료 수단이다. 반면 호스피스 서비스(통증을 조절하면서 생을 정리하도록 돕는 제도)를 받은 기간은 53일에서 8일로 줄었다. 임종의 질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미국 암학회는 사망 2주 전에는 항암제 사용을 중단(실제 2주 전까지 10~15% 항암제 사용)하고 호스피스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사망 2주 전 항암제 사용률 5% 이하(실제 사용 2.9%)를 병원평가 지표로 사용한다.



 임종 질 악화 이유의 하나는 암 진료비 보장 강화다. 정부는 2005년 암 환자 부담금(건보 진료비의 20%)을 낮춰 2009년 12월 5%로 줄였다. 5차례에 걸쳐 항암제 보험 적용을 확대했다. K씨의 표적항암제도 2011년 보험이 됐다. 건보의 암환자 지원금이 2004년 1조390억원에서 지난해 3조9962억원으로 증가했다. 고가 항암제 접근성이 좋아졌다.



 하지만 서울대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암 진료비 보장 확대가 고가 항암제 등에 집중되면서 사망 직전까지 고가 항암제를 쓰려는 수요가 증가했다”며 “매년 수조원의 돈을 쏟아붓지만 엉뚱한 데로 돈이 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손명세 보건대학원장은 “4대 중증질환 보장을 강화할 때 이런 부작용이 예상된 것”이라며 “암 보장성 강화 정책이 끝까지 치료하겠다는 의료집착적 문화를 확산시켜 생의 마지막에 대한 환자의 선택권이 침해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는 암·심장병 등 4대 중증질환 진료비 보장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2017년까지 약 9조원을 들여 항암제 등에 건보를 확대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약·검사비보다 호스피스·간병료 지원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달 8일 아들(27)이 말기 뇌종양 아버지(56)를 살해한 사건이다. 법무사무소 해울의 신현호 대표변호사는 “그 뇌종양 환자는 6개월 전부터 병원에 가지 않고 게보린 몇 알로 고통을 견뎠다. 진통제 몇 대만 맞았다면 이런 비극이 없었을 것”이라며 “이런 데에 먼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말기 암환자의 10.1%(7340명, 2010년)가 집에서 임종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통증 완화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극심한 고통 속에서 임종한다. 가정 방문 호스피스가 방치된 말기 환자를 돌볼 수 있지만 정부가 이런 서비스는 지원하지 않는다. 연세대 손 원장은 “4대 중증질환 보장 공약도 우선순위를 조정해 더 급한 데를 먼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김혜미·이서준·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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