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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회사 일 때문에 스트레스 쌓인다는 29세 미혼 직장 여성



Q 내년에 서른이 되는 미혼 직장 여성입니다. 회사에서 인사관리 업무를 맡고 있어서 그런지 또래의 직장인들 보다 스트레스가 더 심합니다. 이런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 놓았더니 "스트레스가 꼭 나쁜건 아니고 착한 스트레스도 있다”고 하네요. 정말 그런 것인지, 또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좀 유치해지세요, 스트레스 덜 받아요"



A 우리나라 사람이 자주 사용하는 외래어 1위가 스트레스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겠죠. 요즘은 유치원생들도 “스트레스 받는다”는 말을 쓴다고 합니다.



 스트레스의 라틴어 어원인 ‘strictus’는 팽팽히 죄는 ‘긴장’을 뜻합니다. 콘크리트 다리가 적정량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붕괴할 수 있다는 식으로, 원래 공학 분야에서 쓰던 용어입니다. 이 개념을 의학에 적용하면 다른 해석이 나옵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사람에겐 적응 능력이 있어서 스트레스 요인을 자기 발전의 동기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위인전을 읽어 보면 전반부는 그 사람이 받은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고통의 과거가 없었다면 현재의 그가 있을 수 없었다는 형태죠. 삶의 어려움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은 이들에게 존경을 느끼게 되는데, 그 어려움이 바로 착한 스트레스입니다.



 밥그릇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은 적정 스트레스 도표(오른쪽)를 살펴볼까요. 스트레스가 너무 적으면 성과와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중간쯤 적정한 스트레스에 이르렀을 때 최대의 성과와 효율성을 보이고, 이후 스트레스 양이 늘어나면 성과와 효율성이 다시 떨어지는 형태입니다. 학업도 마찬가지여서 공부 걱정 없고 천하태평인 친구는 학습 동기가 떨어져 성적이 좋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너무 시험 결과에 불안해 하는 친구도 공부 효율이 떨어져 노력한 것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적정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삶에 적극적인 동기를 부여하는 기능을 합니다.



 몸도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건강합니다. 조깅을 해서 숨이 차거나 등산을 해서 다리가 뻐근한 것은 몸의 스트레스 반응인데, 적절한 신체 자극이 폐활량을 늘리고 근육을 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적정한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를 획일적으로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스트레스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가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상사가 매일 듣기 싫은 이야기를 해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같은 말을 듣고도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이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약점인 아킬레스건도 따로 있어서 스트레스의 영향은 개인적이면서도 상대적입니다.



 그렇다면 적정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적정 스트레스 수준을 넘어설 경우 나타나는 과도한 반응이 있는지 체크해 보면 됩니다. 항상 급하다, 각성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커피와 에너지 음료를 활용한다, 완벽을 추구한다, 자기 비판적 성향이 강하다, 쉽게 화가 난다, 인생사를 심각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을 부인한다, 불안감이 항상 존재한다 등입니다. 아마 한두 가지 해당되는 분이 많을 겁니다.



 성적이 좋지 않은데도 느긋한 자녀를 보면서 ‘스트레스도 안 받는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천하태평으로 보이는 것 역시 괴로운 감정을 부인하는 또 다른 모습일 뿐입니다. 성적이 좋지 않은데 마음이 편한 학생은 없거든요. 직장에서 잘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그만두는 경우가 있는데, 모두 힘든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을 뿐 과도한 스트레스 반응에 해당합니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은 그 원인이 우리가 살아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뇌가 조절센터 역할을 하는 스트레스 시스템은 생존을 위한 것입니다. 살기 위한 위기 관리가 바로 스트레스 시스템의 역할이고, 생물체가 살아 있는 한 작동합니다.



 생존과 성취를 위한 위기 관리에는 하기 싫지만 꾹 참고 해야 하는 ‘감성 노동’이 동반됩니다. 공부가 하기 싫지만, 일이 항상 재미있는 게 아니지만 생존을 위해 참는 거죠. 이런 감성 노동은 감성 에너지를 소진시키는데, 스트레스 관리란 이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일입니다. 뇌를 즐겁게 하는 게 그 방법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달콤한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나아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겁니다. 달콤함이 미각 신경을 따라 뇌의 쾌락 시스템을 자극해 일시적으로나마 행복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먹기만 하다간 체중이 늘어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되겠죠.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열쇠는 뇌가 어떤 일을 즐겁게 느끼는지를 찾는 겁니다. 일주일에 하루, 10분 정도 시간을 내 한 주에 감사했던 일 세 가지를 적어보는 행복일기 쓰기가 뚜렷하게 행복을 증진하는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뇌를 즐겁게 해주는 활동에 관한 연구 결과를 정리해보면 마음이 통하는 친구 만나기, 내가 받은 축복을 셈하기, 친절한 행동하기, 용서하는 법 배우기, 멘토에게 감사하기, 인생의 즐거움 음미하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늘리기, 신체 건강 챙기기 등이 꼽힙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삶을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불안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뇌를 즐겁게 할 활동을 유치하다는 등의 이유로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게 한답니다. 스트레스를 덜고 싶다면 하루에 한 가지라도 뇌에게 달달함을 선사하는 행복 기술을 연습해 봅시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아래 e메일 주소로 고민을 보내 주세요. 윤대현 교수가 매주 江南通新 지면을 통해 상담해 드립니다. 사연을 지면에 공개하실 분만 보내 주십시오. 독자분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익명 처리합니다. yoon.snu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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