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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총선 후의 독일, 해법은 대연정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
최근 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민당 이 대승을 거뒀다. 단독 과반에 약간 못 미치는 의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연정 파트너였던 자민당은 몰락했다. 무능한 각료와 리더십 부재 때문이다. 지난 4년간 메르켈은 그저 한발 뒤로 물러서서 자유주의자들의 ‘공개적 자살’을 지켜보기만 하면 됐다. 야당 역시 현실에 대처하지 못한 탓에 실패를 감수해야 했다. 경제는 번창하고 실업률은 낮으며 대부분의 국민은 과거 어느 때보다 잘살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정부의 약점인 에너지·유럽·교육·가족 정책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사회정의 문제에 모든 정치적 자산을 거는 실책을 저질렀다. 신생 우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은 하원 진출선인 5%에 육박하는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자민당의 내부 붕괴와 야당의 잘못된 선거 전략에도 메르켈은 연정파트너가 필요하다. 좌파는 옵션이 아니며 녹색당과 연대하려는 모든 시도는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독일에 남은 선택은 유권자가 원한 대로 좌우 대연정을 하는 것이다. 중도좌파 사민당은 이 같은 전망에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이다가 끝내 이를 받아들일 것이다. 메르켈이 새로운 총선을 요구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압승할 가능성이 있어 사민당에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연정은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선거 승리만큼 영광의 빛이 빨리 사라지는 건 없다. 독일의 목가적 풍경은 곧 무자비한 현실에 의해 교란될 것이다. 폭발 직전에 있는 유럽연합(EU)의 위기, 시리아, 이란, 에너지 정책이 바로 그런 현실이다.



 독일 정부가 유럽과 관련해 힘든 결정을 해야 하는 이때 국민적 합의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그리스는 더 큰 폭의 채무 면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연대 책임을 지는 유럽은행연합의 결성은 오래 연기할 수 없다. 다른 많은 이슈도 마찬가지다. ‘불만의 겨울’이 메르켈을 기다리고 있다. 내년 유럽의회 선거는 기민당을 다시 삭막한 현실로 되돌려놓을 것이다.



 하지만 메르켈의 유럽 정책이나 대외 관계, 안보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그의 입장은 수많은 독일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왔다. 게다가 이런 이슈에서 중도우파인 기민당과 중도좌파인 사민당 간에는 더 이상 큰 차이가 없다. 대연정을 하면 유로화 위기에 더욱 유연한 대처가 가능해질 것이다. 대외 정책과 안보 정책은 그렇지 못하겠지만 여기에는 유익한 측면도 없지 않다. 독일이 서방 동맹이라는 틀 안에서 적절한 외교 정책을 펼 기회가 될 수도 있어서다. 최근 독일 외교 정책은 서방 동맹이라는 측면에서는 위험한 공백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 같은 외교 정책의 전환은 구체적 전망이라기보다 희미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메르켈이 독일의 에너지 정책 전환 문제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저탄소 경제로 나아가자는 움직임은 그의 임기 중 가장 중요한 국내 문제다. 여기서 성공을 거둘 것인가, 아니면 독일이 엄청난 불명예를 걸머지고 경제도 파탄이 날 것인가. 결정적 질문은 이런 것이다. 그는 자신이 책임을 맡겨놓은 에너지부의 메가 프로젝트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집중시킬 용기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주간지 슈피겔의 편집장이었던 고(故) 루돌프 아우크슈타인의 논평을 보자. 그는 헬무트 콜 전 총리를 결코 좋아하지 않았지만 독일 재통일에 대한 자신의 글에 ‘축하합니다, 총리!’란 제목을 달았다. 22일 선거는 메르켈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특히 유로화 위기를 극복하고 유럽 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가 이 길을 통과할 때까지 나는 축하 인사를 삼갈 것이다. ⓒProject Syndicate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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