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취재일기] 한·일 문화 교류 발목 잡는 일본의 무리수

신준봉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지난 27일 밤, 언뜻 이해되지 않는 도쿄 특파원의 기사가 편집국에 날아들었다. 이날 오후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한·일 문화장관 회담에서 한국의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을 일본에 반환하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이었다. 1330년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제작됐으나 일본에 넘어간 뒤 나가사키현의 한 사찰에 모셔져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 절도범들에 의해 고향 땅으로 돌아온 불상 말이다.



 유 장관이 일본의 카운터파트인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을 만나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NHK 등 일본의 대표 방송사는 물론 좀 더 차분해야 할 신문사들까지 앞뒤 안 맞는 기사 보도에 가세한 모양이었다. 기사에 밝히지 않고 특파원이 따로 전한 일본 내 상황은 더 고약하다. 일부 방송사는 전문가를 동원해 “경제 침체에 빠진 한국이 일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불상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취한 것 같다”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유 장관이 보도 내용대로 발언했다면 그는 장관으로서 낙제점이다. 일본이 약탈한 약 8만 점의 한국 보물, 불상의 일본 유출 경로를 확인하기 전에는 일본에 반환할 수 없다고 판단한 한국 사법부, 게다가 한·일 관계의 특수성 등을 감안하면 그런 발언은 할 수 없다. 적어도 상식적인 정치감각을 가진 장관이라면.



 문제의 보도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체부의 설명에 따르면 ‘극우정치인’ 시모무라와 자극적 이슈를 찾는 일본 언론의 합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당초 불상은 공식 의제가 아니었다고 한다. 시모무라는 굳이 양국 정부가 나설 필요 없는 ‘사소’한 안건을 거론하다 슬그머니 불상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발언에 대한 유 장관의 답변은 “도난·약탈 문화재는 반환이 기본이라는 국제 규약이 있는 만큼 그에 따라야 한다”는 얘기였다고 한다. 이게 ‘불상 반환’으로 둔갑한 거다. 일본에 불상이 불법 장물이라면, 일본에 있는 8만 점은 약탈된 한국 보물이다. 그에 따른 균형감각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는 설명이다.



 시모무라는 2007년 “(한국인) 위안부가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부모가 딸을 파는 일이 있었을 뿐 일본군이 관여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 소동으로 그는 일본 내 소수 극우 세력의 점수를 땄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국을 포함해 한·중·일 문화장관 회담이 지향하는 3국 간 문화 교류 확대에 악영향을 끼칠 것 같아 걱정스럽다. 문화 교류는 상대에 대한 존중, 정직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신준봉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