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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일의 글로벌 인사이트] 정부에 대한 신뢰 증진을 위해

[일러스트=박용석]
 
사공일
본사 고문·전 재무부 장관
신뢰(trust)는 모든 사회체제의 효율적 운영에 도움이 되는 윤활유와 같은 값진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그런데 오늘날 거의 모든 선진국의 고민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서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이것은 단기적인 경기침체와도 유관하겠지만 성과 갭, 즉 정부에 대한 국민의 일반적인 기대와 실제 성과의 괴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성과 갭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려 모든 국정운영을 어렵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우선 정부(지방정부 포함)는 국민의 일상생활 관련 기초 공공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국민에게 약속한 각종 정책 목표를 차질 없이 이룩해냄으로써 정부의 정책 수행능력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를 꾸준히 높여나가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선거 과정에서 “강도 없는 곳에 다리를 놔주겠다”고 한 공약(空約)이 아니라 행정부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마련된 실천 가능한 정책 대안의 추진이 오히려 바람직스러운 것이다. 물론 공약 수정의 불가피성과 그 대안에 관한 대국민 설득 과정은 있어야 한다.

 반면에 실천 불가능한 공약(空約)에 얽매이는 것은 궁극적으로 정부 신뢰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추후 모든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물론 사전에 공약(空約)의 남발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정치권 스스로가 마련하는 일은 또 다른 차원에서 바람직스러운 것이다.

 현재 정치적 논란이 되고 있는 복지 관련 선거공약 축소 조정 문제도 이러한 측면에서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늦었지만 선거 와중에 내건 과도한 복지공약의 축소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실천 가능한 구체적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과 정치권의 이해를 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순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국민의 대정부 신뢰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복지 관련 공약의 수정 자체에 대한 소모적 정치 공방 대신 정부가 제시하는 구체적 대안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마침 지난주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는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중심인 볼커연합(Volcker Alliance)과 잘츠부르크 글로벌 세미나 주도로 정부에 대한 신뢰 회복과 정부의 효율적 정책목표 달성에 관한 회의가 열렸다.

 필자도 참석한 이 회의에는(채텀하우스 룰(Chatham House rule)에 따라 참석자들을 개별적으로 거명할 수는 없지만) 주요 국제기구 수장,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 행정부의 전직 각료급 인사, 그리고 주로 미국의 전직 주요 주지사·시장을 비롯해 경제·사회·문화·행정·경영 관련 세계적 석학과 세계 유수 대학 교수, 세계적 연구기관장과 주요 기업인, 유명 여론조사 기관 대표, 그리고 주요 언론인 등 여간해선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각계의 세계적 최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잘츠부르크 글로벌 세미나가 위치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더욱 유명해진 레오폴스크론 대저택에서 개최됐다. 잘츠부르크 글로벌 세미나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 하버드대의 두 학생과 젊은 강사의 창의적 아이디어로 출발했다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만찬회의를 포함한 꼬박 3일간의 이번 회의는 올해 만 86세인 2m가 넘는 거구의 폴 볼커 전 의장의 고집스러운 카리스마와 위트의 리더십하에 진행됐다.

 볼커 의장은 1971년 미국 정부가 달러화의 금태환을 중지한 소위 ‘닉슨 쇼크’와 80년대 초반 구조화된 인플레이션을 뿌리 뽑기 위한 미 연방준비은행의 ‘초고금리 쇼크’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단기적으로 무척 고통스러웠던 이 두 정책 모두 확고한 신념으로 거센 반대에도 흔들림 없이 일관된 정책을 고수해온 볼커 의장 중심의 정책 당국에 대한 시장과 국민의 신뢰가 있었기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번 회의의 주목적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라는 광범위한 주제에 관한 참석자들의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적 의견 교환이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도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목표의 효율적 달성이 대정부 국민 신뢰 증진의 기초가 되는 한편, 탄탄한 국민의 대정부 신뢰 기반은 모든 국정운영의 성공에 필수적이라는 점에 대한 중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좋은 정책을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도 이견이 없었다. 이러한 점들은 현재 우리 정부와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 크다.

사공일 본사 고문
일러스트=박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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