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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문청' 최인호 장례미사

배우 안성기씨는 2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최인호의 장례 미사에서 “형의 몸은 앙상하게 말랐지만 천진난만한 눈빛, 미소는 소년 같았다. 어린애처럼 변한 형을 주님이 팔 벌려 안아 달라”고 했다. [김상선 기자]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육신의 고통을 벗어나 그가 그토록 원하던 주님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게 된 것을 기뻐하듯. 28일 오전 9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장례 미사에서 영정 사진 속 최인호는 그와의 작별을 슬퍼하는 이들에게 밝게 웃어줬다.

꽃잎은 떨어지지만 꽃은 지지 않는다



 가톨릭 성가 ‘이 세상 떠난 형제’가 울리는 가운데 영정 사진과 27일 추서된 은관문화훈장 뒤로 그의 관이 성당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미사엔 가족과 지인·신자 및 그를 사랑한 독자 등 600여 명이 함께했다. 뮤지컬 연출가 윤호진, 소설가 김연수와 한강, 시인 김형영, 가수 김수철과 작곡가 노영심 등도 참석했다.



 장례 미사를 집전한 정진석 추기경은 강론에서 “거칠고 험한 삶 속에서도 위로와 희망을 건네시던 선생님을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슬픔을 감출 수 없다. 삶을 통찰하는 혜안과 인간을 향한 애정이 녹아있는 글을 쓰면서 많은 국민에게 사랑받았던 이 시대 최고 작가였던 최인호 베드로 선생을 마음 속에 기억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떠난 자리의 허전함과 아쉬움이 크지만 슬픔에만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고인은 우리가 자신들의 탤런트를 통해 사랑과 봉사를 펼치기를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추기경은 고인이 생전 서울대교구 서울주보에 연재했던 글 중 ‘지금 우리가 웃고 있는 것은 누군가 흘리는 눈물 때문이란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라는 한 구절을 인용하며 강론을 마쳤다.



 고별사는 영화배우 안성기씨가 했다. 고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고래사냥’과 ‘깊고 푸른 밤’ 등의 주연을 맡으며 고인과 인연을 맺었다. 안씨는 “주님이 불러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너무 서둘러 저희 곁을 떠나신 것이 조금은 원망스럽다. 하지만 형님과 함께 살아온 날들이 참으로 행복했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고인은 늘 자신에게 삶의 지침이 되는 이야기를 했다며 그중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은 대화 하나를 소개했다.



 “아마도 형님이 가톨릭에 귀의해 영세를 받은 직후였을 겁니다. 제게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이 뭔지 아냐라고 물으셨지요. 저는 눈만 끔뻑대고 있었습니다. 형님은 ‘적이나 나쁜 사람은 원수가 될 수 없다. 안 보면 그만이니까. 그 말은 자기와 가장 가까운 사람, 아내·남편·자식·부모를 열심히 사랑하라는 말씀이다’라고 하셨죠. 형님의 그 말씀은 제 가슴을 뜨겁게 하며 아직도 식지 않고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대주교가 관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하는 고별 예식을 행하며 ‘영원한 문학청년’ 최인호의 마지막 길을 인도했다. 그와의 헤어짐이 못내 아쉬운 이들의 눈물과 흐느낌 속에 운구 행렬은 명동대성당을 떠났고 고인은 이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메모리얼파크에 안치됐다.



 “먼지가 일어났다. 살아 있다. 당신은 나의 먼지. 먼지가 일어난다. 살아야하겠다.”



 세상을 떠나기 보름 전인 10일 부인 황정숙씨에게 구술한 짧은 글은 고인이 우리에게 남긴 작별사가 됐다. 살아야겠다던 그는 영원한 안식을 찾아 떠났다. 하지만 “꽃잎은 떨어지지만 꽃은 지지 않는다”(『최인호의 인생』 중)고 했듯, 그는 우리의 마음 속에서 지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는 꽃이 되었으므로.



글=하현옥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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