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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모스크바의 '힙스터' 성지

고리키 공원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젊은이들. 유모차를 모는 젊은 엄마도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광경은 모스크바에서 볼 수 없었다. [리아 노보스티]


24일 오전. 모스크바시 중심에 가까운 옥탸브리스카야 지하철역에서 모스크바강을 가로지르는 크림 다리까지 1.5㎞ 구간의 도로 양쪽과 보도에는 수백 대의 자동차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 사실 이곳은 주차금지구역이다. 그래서 비상등을 켜놓은 차가 많다. 잠깐 자리를 비운다는 뜻이다. 그러나 차 주인은 금방 돌아오지는 않는다. 그 주인은 이름하여 ‘고리키 공원’을 찾은 것이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시민이라면 고리키 공원이 요즘 젊은이들, 특히 힙스터의 성지라는 것을 다 안다.

스키니 진 입고 레이밴 쓰고 … 고리키 공원은 그들 세상
자신들만의 패션·문화 즐겨, 파티하기 좋은 '스트렐카 바'
솔랸카 클럽에도 자주 모여



몇 년 전만 해도 고리키 공원은 모스크바의 침울한 놀이공원이었다. 소련 시절의 낙후한 놀이기구,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롤러코스터와 함께 방치된 곳이었다. 그러나 2011년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마친 뒤 특히 젊은 층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공원 입구는 거대한 아치형 석문이다. 양쪽 기둥엔 망치와 낫 문장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고, 중심을 거대한 돌기둥들이 받치고 있다. 각 기둥은 큼직한 금빛 화환 모양으로 장식된 육중한 철제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소련 시절에 지어진 건물이 으레 그렇듯 고리키 공원의 아치 석문은 공원으로 가볍게 산책 나온 소심한 사람들을 약간 주눅 들게 한다.



하지만 이 아치 석문을 지나면 새 세상이 펼쳐진다. 화려한 옷을 입은 유쾌한 젊은이들이 활기차게 무리를 이루고, 이들이 근심걱정 없이 떠드는 이야기 소리가 공원을 가득 채운다. 그 가운데는 전형적인 힙스터 차림이 있다. 힙스터 전문기자인 크세니아에 따르면 힙스터는 대략 35세 이하인데, 스스로를 ‘창조적 계급’이라 여긴다. 꽉 끼는 청바지에, 컨버스 운동화, 브랜드 있는 셔츠에 나비 넥타이, 레이밴은 필수다.





풀밭 위에는 이런 차림의 젊은 커플이 누워 있다. 길에선 자전거, 킥보드, 스케이트보드, 세그웨이, 외발자전거, 점핑부츠, 자전거마차 등 모든 탈것을 볼 수 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 독립국가연합(CIS) 출신 외지인과 외국인들은 무리 지어 다니며 여러 언어로 이야기를 나눈다. 웃음소리와 지적인 토론, 언성을 높이지 않고 아이를 가르치는 소리가 들린다.



“왜 이곳으로 올까. 자유롭기 때문이다”라고 사회학자 이리나는 말한다. 그녀는 “여기서 잔디에 누워 책을 읽어도 ‘나가라’고 하지 않고, 강변에서 춤을 춰도 ‘이상한’눈으로 보지 않으며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게다가 힙스터의 특성은 ‘다른 사람과 절대 다르게 하는 데’ 있다. 너무 그래서 우습거나 멍청하게 보일 정도다.



지난 9월 14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자전거 경주에 참가한 힙스터들. 운동복을 입지 않은 차림인데 힙스터는 그렇게 ‘튀게 입는 것’이 원칙이다. [리아 노보스티]
힙스터들은 고리키 공원의 무료 요가 교실, 목제 마루, 무료 와이파이 네트워크 시설을 마음껏 즐긴다. 게다가 그곳엔 공개강연도 있고 야외 시네마도 있고 겨울에 운영되는 유럽 최대의 아이스링크, 새로 정비한 공원을 구불구불 지나는 수㎞ 자전거도로가 있다. 예전에는 꿈도 못 꾸던 것들이다.



모스크바 힙스터가 모여드는 또 다른 장소로 스트렐카 미디어·건축·디자인 전문학교가 있다. 비영리 교육기관인 스트렐카 전문학교는 진보적이고 협력적인 형태의 대안적 고등교육기관을 표방한다.



스트렐카의 설립 목적은 “지식 생산과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 및 실현”이다. 전문학교의 ‘스트렐카’라는 명칭은 주민들이 이 지역을 부르는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스트렐카란 두 강이 만나는 지점을 의미한다. 스트렐카 전문학교는 유명한 볼로트니 섬에 위치한 옛 초콜릿 공장 ‘크라스니 옥탸브리(붉은 시월)’ 건물을 쓰고 있다. 스트렐카 전문학교는 건축이나 디자인, 지속 가능한 디자인 등을 주제로 공개 강연을 마련하고 뜰에서는 정기적으로 공개 콘퍼런스를 열고 대안 영화를 상영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시간은 밤이다. ‘스트렐카 바’에 가기 위해서다. 이윤 전액이 스트렐카 전문학교의 운영비로 쓰이는 스트렐카 바는 모스크바에서 가장 유명한 파티 장소 중 하나이자 러시안 힙스터를 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러시안 힙스터가 즐겨 찾는 곳으로 나이트클럽 솔랸카도 빼놓을 수 없다. 톱스타 음악가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으로 유명한데 문화잡지도 발간하며 강연도 열고 패션 부티크와 레스토랑도 운영한다. 그뿐만 아니라 모스크바 혹은 국외 예술가들과 예술 및 음악 컬래버레이션(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저녁마다 입구에서 용모 검사가 이루어지고, ‘힙스터답지 않은 사람’은 예외 없이 골라낸다. 차림새가 ‘보통 힙스터’ 수준이어야 한다. 실내장식은 화려하지만 색유리 덕에 안락하게 느껴지고, 창밖에 항상 해가 떠 있는 듯하다.



이리나 쿠로파트키나 기자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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