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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한 꽃송이

한 꽃송이
- 정현종(1939~ )

복도에서

기막히게 이쁜 여자 다리를 보고

비탈길을 내려가면서 골똘히

그 다리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주 오던 동료 하나가 확신의

근육질의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詩想에 잠기셔서…

나는 웃으며 지나치며

또 생각에 잠긴다

귓불이 붉게 달아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 빨개짐을 두고 그냥이라는 말로 시치미를 떼는 이가 있다면 그는 거짓말쟁이일 겁니다. 이유 없는 이유란 없지요. 속마음은 대게 이거죠. ‘앗, 들켰다. 근데 티가 났을까’. 신이 주신 축복 가운데 모면이란 말이 있어 우리는 특유의 동물적 본능을 잘도 감추고 사는 듯싶습니다. 바로 그 순간의 빗김, 그 절묘한 타이밍 가운데 피어나는 한 꽃송이. 그러니 한 꽃송이 지는 것을 또한 예삿일이라 하겠어요. 저 꽃송이는 누군가의 짝사랑, 저 꽃송이는 누군가의 외로움, 저 꽃송이는 누군가의 질투, 저 꽃송이는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시…. 저 꽃송이들 위해 오늘부터 전 자연 보호입니다.

<김민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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