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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마트도 아니고 … 뮤지컬 반값 시대


“기다려라, 그러면 반값에 살 테니.”

 최근 국내 뮤지컬계의 한 풍경이다. 티켓 오픈 처음에는 제값에 팔지만, 막상 무대에 오르고 나면 50% 이상 할인된 티켓이 나오니 서둘러 사지 말라는 조언이다.

 반값 뮤지컬이 넘쳐나고 있다. 예전에도 티몬·쿠팡 등 소셜 커머스에서 폭탄 세일 등으로 값을 크게 낮춘 티켓이 통용됐지만, 최근엔 인터파크 등 일반 예매사이트에서도 반값 티켓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비싼 가격 때문에 관람을 주저했던 뮤지컬 팬들로선 환영할 일이지만, 결국엔 업계에 부메랑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15만원짜리를 3만원에=반값 티켓의 대표 주자는 인터파크의 ‘굿모닝 티켓’이다.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간을 한정해 놓고 특정 공연을 반값에 판매한다. 예전엔 인기 없는 연극·무용 등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뮤지컬도 자주 포함된다. ‘애비뉴Q’도 이달 중순 굿모닝 티켓에 이름을 올려 하루 판매량이 급증, 예매 순위를 3위까지 끌어 올렸다.

 변형된 반값 티켓도 있다. 한 장 사면 한 장 더 얹어 주는, ‘1+1’ 티켓이다. ‘시카고’ ‘스칼렛 핌퍼넬’ 등이 이 방식으로 재미를 봤다. 최근엔 ‘시크릿’이라 불리는, 뽑기용 할인도 성행하고 있다. 3만∼5만원을 내면, VIP석·R석·S석 중 한 자리를 추첨을 통해 받는 방법이다. 운 좋으면 싼 값에 최고 좌석에 앉게 돼 좋고, 운이 안 좋더라도 본래 낸 비용보다 훨씬 좋은 곳에 앉을 수 있다.

 ‘레미제라블’이 막판 이 방식으로 매출을 늘렸다. 22일 막 내린 ‘아메리칸 이디엇’ 역시 3만원짜리 ‘시크릿’ 티켓을 내놓았다. 이 공연의 VIP석은 15만원. 반값 티켓을 넘어, 5분의1 티켓이 등장한 셈이다.

 ◆생존을 위한 자구책=어떤 뮤지컬이 반값 표를 내놓을까. ‘잭더리퍼’ ‘하이스쿨 뮤지컬’ ‘해를 품은 달’ ‘두 도시 이야기’ 등 최근 공연된 꽤 이름값 높은 뮤지컬 대부분이 그렇다. 오히려 할인을 하지 않는 뮤지컬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차라리 처음부터 가격을 낮추는 게 낫지 않을까. 업계에선 ‘깎는 재미’에 빠진 한국 관객에게 할인 정책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CJ E&M 민지혜씨는 “공연상품은 채소와 비슷하다. 때를 놓치면 버려야 한다. 공연 좌석을 재고로 두었다가 다시 팔 순 없지 않은가. 초대권(공짜표)을 남발하느니, 값을 크게 낮추더라도 판매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캐스팅별 편차가 큰 한국적 특성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 아이돌 등 유명 스타가 나온 공연은 제값에, 무명 배우가 나올 때엔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식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승엽 교수는 “변화무쌍한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제작사들의 자구책”이라고 말했다.

 ◆제값 내고 보면 바보=반발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뮤지컬 제작자는 “한국 뮤지컬엔 시장질서도, 공정거래도 없다. 가격을 후려치듯 내리면 결국엔 아무도 돈을 못 버는, 제살깎기만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론 독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시장에선 할인을 당연시하는 반응이다. 일종의 학습효과다. 할인의 폭이 계속 커지는 악순환도 예상된다.

 해외에선 어떨까.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학생 할인, 당일 할인 등 다양한 요금제가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예측 가능하다. 뮤지컬 칼럼니스트 지혜원씨는 “디즈니는 흥행이 안 되면 공연을 내릴망정, 함부로 가격을 내리진 않는다. 어설픈 저가공세가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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