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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L, 부작용 심하다고 항암제 중단하면 불치병으로"

CML의 날 행사 개최한 김동욱 교수
훌륭한 악기도 좋은 연주자를 만나야 제대로 된 소리를 낸다.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치료가 그렇다. 표적항암제가 개발된 이후 약만 잘 먹어도 완치가 가능해졌다. 문제는 정확한 약 복용이다. 조금만 소홀하면 암 세포가 약에 내성을 보인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거의 없다. 하지만 치료효과가 점점 떨어지면서 약을 먹어도 암 유전자가 늘어난다. 급성으로 악화되면 더 이상 손을 쓰기 어렵다.

 지난 11일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사진) 교수를 만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에 대해 들었다. 그는 3년 전부터 서울성모병원·CML환우회·한국과학기자협회와 함께 매년 9월22일을‘CML Day’로 지정해 정확한 약 복용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올해는 추석 명절 연휴기간을 피해 일정을 당겨 행사를 진행했다.

 만성골수성백혈병(CML)은 9번·22번 염색체 돌연변이로 피를 만드는 조혈모세포가 병든 백혈구를 만드는 혈액암이다.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가속기를 거쳐 급성백혈병으로 나빠진다. 2012년 유럽혈액학회(EHA)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성 백혈병에서 급성으로 악화하면 1년 이내에 사망한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골수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요즘엔 표적항암제로 CML을 치료한다. 혈액 속에 숨어 있는 암유전자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병원에 따로 입원하지 않고 직장에 다니거나 일상생활을 계속 하면서 치료가 가능하다.

 김동욱 교수는 “만성기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와 암 진행을 막는다”고 말했다. 표적항암제로 암 유전자를 없애 만성기→가속기→급성기로 이어지는 사슬을 끊는다는 것. 만성기로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존기간이 늘어난다. 암 유전자 관리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김 교수는 “자신에게 맞는 표적항암제를 선택해 꾸준히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CML을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처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복약 순응도다. 암 유전자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적정 용량의 표적항암제를 매일 꾸준히 복용해야 없앨 수 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 교수는 “CML환자 10명 중 4명은 몸이 심하게 붓거나 피부발진·근육통·울렁거림·탈모 같은 부작용을 이유로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 복용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임의로 약 복용량을 줄이는 식이다. 의료진과 상담하지 않고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당장 끈질기게 괴롭히던 부작용 증상이 사라져 일상생활이 편해진다.

 하지만 그만큼 표적항암제 내성을 가진 암세포가 더 쉽게 만들어진다. 이전보다 약효가 떨어진다. 암 유전자가 늘면서 갑자기 급성기로 악화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완치 가능한 병에서 불치병으로 바뀌는 셈이다. 김 교수는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암 유전자가 없어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암 유전자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금만 소홀해도 CML 치료에 실패해 ‘시한부 생명’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의사가 약 복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매일 이를 확인하고 감시할 수는 없다”며 “자신의 행동에 따라 치료 결과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표적항암제 복용중단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표적항암제 글리벡을 3년 이상 복용한 CML 환자 48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66%는 약을 끊은 뒤 1년 6개월간 암 유전자가 다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복약 순응도가 높으면서, 2년 동안 암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다. 제한적이지만 암 완치 가능성을 보인 것. 김 교수는 “암 유전자가 다시 생기더라도 약을 먹으면 6개월 이내 모두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만 환자는 약을 끊은 다음에도 꾸준히 암 재발 여부를 확인한다. 처음 6개월 동안은 매달 검사를 한다. 이후 6개월은 두 달에 한 번씩, 그 다음엔 3개월에 한 번씩 검사한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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