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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예술 융합 … '윈윈' 작업 활발

“새로운 사실의 발견, 전진과 도약, 무지의 정복은 이성이 아니라 상상력과 직관이 하는 일이다. 그런데 상상력이나 직관은 예술가나 시인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현실로 이루어지는 꿈과 무언가를 창조할 듯한 꿈은 같은 것이다.” (192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샤를 니콜, 『생각의 탄생』 중에서)

 과학과 예술의 겉모습은 딴판이다. 하지만 상상력과 창의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선 서로 닮았다. 요즘 과학계에선 이런 공통점에 착안한 과학·예술 융합작업이 과학자는 예술가에게서 연구 영감을, 예술가는 과학자에게 창작 아이디어를 얻는 ‘윈-윈’ 프로젝트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기연)은 이달 초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올레20코스 바닷가에 공공예술 작품 네 점을 설치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젊은건축가포럼과 함께 기획한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2013’의 결과물들이다.

 각각의 작품은 에기연 제주글로벌연구센터 연구원과 건축가·예술가가 3인1조 한 팀이 돼 만들었다. 풍력발전 전문가(곽성조 박사)가 이 지역의 거센 바람에 대해 얘기하면 미디어아티스트 그룹(랜덤웍스)이 바람에 따라 빙글빙글 도는 패널 작품 아이디어를 내는 식이었다. 건축가들(네임리스 건축)은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사이트 구성을 담당했다(작품명 ‘풍루(風樓)’·사진).

 ‘랜덤웍스’의 민세희(37) 작가는 “처음엔 패널을 일자(一字)로 만들었다가 풍력발전기 날개(블레이드) 형태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과학자분의 조언을 듣고 디자인을 바꿨다”며 “전에 없던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에기연의 해양염분차발전 전문가 양현경(34) 박사도 “예술가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와이즈건축과 조명디자이너 박진우 작가와 함께 바닷물 가운데서 민물이 솟는 용천수 현상을 이용한 작품(‘탕’)을 만들었다. 양 박사는 “항상 과학적 원리를 우선으로 연구하다 보니 결과물 모양이 참 투박했다. 예술가들과 함께 일하며 사람들의 (과학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기연은 매년 같은 장소에 작품들을 추가 설치해 이 지역을 과학·문화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KAIST는 지난달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본지 8월28일자 15면>

 캠퍼스 내에 최장 6개월간 조그마한 숙소와 작업실을 제공하는 ‘소박한’ 조건이었지만 작가들 반응은 뜨거웠다. 3명 모집에 125명이 응모해 유명 철학책 『논리야 놀자』 저자인 위기철씨 등이 선발됐다.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에서는 한국기계연구원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작가들의 전시가 한창이다. 연구원 나노자연모사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물’을 주제로 한 인터렉티브 작품(박형준 작가), 나노공정연구실의 기술자문을 받은 설치 작품(한승구 작가) 등을 볼 수 있다. 전시 11월 19일까지.

제주=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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