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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소맥' 에 뚜껑 닫힌 위스키

지난 4월 서울 청담동의 한 갤러리에 이색 복합문화공간이 문을 열었다. 유럽 저택의 거실처럼 내부가 꾸며졌고 한쪽 벽면에는 대형 목조 장식장이 배치됐다. 장식장 안에는 발렌타인, 임페리얼, 앱솔루트 보드카 등 각종 양주가 비치됐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술을 시음하고 주류 관련 서적도 열람할 수 있다. 이 공간의 이름은 ‘페르노리카 집’이라는 뜻의 ‘메종 페르노리카(Masion Pernod Ricard)’. 주류회사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오픈했다.

 주류 수입업체 디아지오코리아는 26일 서울 신사동에 ‘조니워커 하우스’를 오픈한다. 디아지오는 이곳을 조니워커 제품 판매는 물론 시음법을 교육하고 음주 문화를 확산시키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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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류회사들이 잇따라 소비자와의 접점 확대에 나선 이유는 위스키 시장의 위축세가 심상찮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류 수입은 전년에 비해 4% 증가했지만 위스키 수입량은 총 1800만L로 두 자릿수 이상(14%) 감소했다. 올 상반기에도 위스키 출고량은 91만6745상자로 전년 동기(106만344상자)에 비해 13.5% 줄어들었다.

 위스키 시장의 축소는 경기 부진과 음주 문화 변화가 맞물려 있다. 우선 장기 불황으로 위스키 단골인 중·장년층 남성 고객이 감소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경기 위축으로 지갑을 닫을 때 중·장년 남성의 경우 값비싼 양주 소비부터 줄인다”고 설명했다. 웰빙 문화의 확산으로 저도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점도 한 원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실적은 전년에 비해 11.4% 늘어났다. 맥주와 사케 등 기타 주류 수입 실적도 2011년에 비해 10.7% 늘어났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위스키가 저도주 문화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업계는 이를 ‘기호식품의 마일드(mild)화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위스키뿐 아니라 기호식품 전 영역에서 소비자들이 부드럽고 순한 맛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실제 소주의 경우도 1960년대에는 30도로 출시됐지만 98년도에 23도까지 떨어졌고 2006년에는 20도 벽마저 무너졌다. 맥주도 알코올 도수 3도 미만의 순한 맛의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캔 커피 시장도 맛이 강렬한 레귤러 캔커피에 비해 빨대를 꽂아 마시는 컵 커피로 옮겨가고 있고, 담배의 경우도 타르 함량이 적은 제품이 인기를 끈다는 것이다.

 음주 행태의 변화도 원인이 됐다. ‘카스처럼(카스 맥주+처음처럼 소주)’이나 ‘디슬이(드라이피니시d 맥주+참이슬 소주)’가 고유명사처럼 사용될 정도로 이른바 ‘소맥(소주와 맥주 혼합주)’ 문화가 퍼지면서 위스키의 입지가 축소됐다. 이 밖에 위스키를 마시는 행태가 취하기 위해 마시는 ‘폭음형’에서 맛을 즐기는 ‘음미형’으로 변한데 다 접대 문화가 달라지면서 위스키 소비가 가장 많은 룸살롱을 찾는 발길이 줄어든 것도 소비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위스키 시장의 축소는 사회·문화적 트렌드 변화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단시간에 회복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스키 시장 내에서도 주종에 따라 미묘한 위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블렌디드 위스키의 판매량이 줄어드는 데 비해 맥캘란·글렌피딕 등 싱글몰트의 판매는 늘어나고 있다. 블렌디드 위스키가 여러 증류소에서 만든 원액을 혼합해 숙성시키는 데 비해 싱글몰트는 한 증류소에서 만든 원액만을 숙성시킨 위스키다. 커피로 치면 블렌디드 위스키는 커피믹스, 싱글몰트는 원두커피인 셈이다. 국제적으로 싱글몰트는 전체 위스키 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3%선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아예 ‘저도주 위스키’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곳도 있다. 토종 위스키 ‘골든블루’는 36.5도로 도수가 낮다. 올 상반기 골든블루의 출고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5%나 폭증하면서 발렌타인과 킹덤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위스키 수입업체들은 불황 타개에 골몰하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 모두 위스키 매출 의존도가 70%를 넘기 때문이다. 국내 위스키 판매 1위인 디아지오의 ‘윈저’는 올 상반기 30만9851상자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4%나 매출이 줄었다. 업계 2위인 페르노리카의 ‘임페리얼’도 올 상반기 출고량이 25만4707상자에 그쳐 20.6%나 줄었다.

 이들 업체는 위스키 시장의 위기를 다품종 소량화로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조길수 디아지오코리아 신임대표는 지난 3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드카·수입맥주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주류 라인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장 마누엘 스프리에 페르노리카코리아 사장도 지난 4일 임페리얼 뉴패키지 발표 행사에서 “쿠바산 럼과 보드카, 진 등 화이트 스피릿 계열의 다양한 술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젊은 층 공략을 위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시바스 리갈’과 패션을 결합해 20~30대 남성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대표 디자이너 4명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패션 아이템을 선보이는가 하면 칵테일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김경연 인터내셔널 위스키 마케팅 팀장은 “패션이 주는 세련미를 시바스 리갈에 접목해 스타일을 중시하는 신세대 젊은 층을 잡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주류업체들은 장기적으로 국내 사업 방식도 재검토하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경기도 이천의 공장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국내산 임페리얼은 사라지고 전량 스코틀랜드에서 수입하게 된다. 현재 이천 공장에서는 임페리얼 국내 판매량의 약 10%를 생산하고 있다. 페르노리카는 2007년 11월 이전에는 임페리얼의 95%를 국내에서 만들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이천공장을 동남아시장 수출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2009년 이천공장을 매각하면서 20년간 임차해 쓰는 세일앤리스백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공장에서 IW 하퍼 등 수출 양주브랜드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 자구책 차원에서 국내 생산을 거의 하지 않는 대신 이천공장에 수출 첨병 역할을 맡긴 것이다. 이천공장의 수출규모는 지난해 1000만 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에는 3000만 달러를 달성할 전망이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시장 변화에 맞춰 생산방식, 제품군 변화 등 다양한 자구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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