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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일감 몰아주기 이미 과세하는데 공정위 또 규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오른쪽)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빈 기자]


“헛갈리는군요.”

새누리의 정부안 수용 방침에 당황
"계열사 간 거래 필요한 경우 있는데
자칫 목욕물 버리다 아이 버릴 수도"



 새누리당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틀대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23일 밝히자 한 대기업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경제 활성화를 우선적으로 하겠다고 해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2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경기가 회복 중’이라고 답한 기업은 1.7%뿐이었다. 10곳 중 7곳은 경기 회복 시점을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이라고 답했다.



 재계는 그동안 내심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완화를 기대해 왔다. 논란이 됐던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정부가 정하면 되는 것인데 공정위가 국회와 논의해 시행령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 안의 틀을 지키는 것으로 결론이 나자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가장 큰 쟁점은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 기준이었다. 공정위는 시행령 초안에서 규제 대상 기업 기준을 상장사는 총수 일가 지분 30%, 비상장사는 20%로 잡았다. 이에 대해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등은 총수 일가의 지분율 기준을 상장사는 40%, 비상장사는 30%로 완화할 것을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50%로 할 것을 요청해 왔다.



 총수가 있는 43개 그룹 계열사 1519곳 가운데 공정위 안을 적용하면 규제 대상은 208곳(상장 30, 비상장 178)이다. 김 의원 등의 주장을 반영하면 규제 대상은 181곳(상장 15, 비상장 166)이다. 기준을 낮추면 27곳이 규제 부담을 벗는 셈이다. 당장 규제 대상이 아니어도 총수 일가가 지분율을 조금만 낮추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도 여럿 있다. 총수 일가 지분이 43.39%인 현대글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효과적인 부당 내부거래 통제를 위해 20~30% 규제안을 담은 시행령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규제의 목적인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근절’에 맞지 않는 기준이라고 반박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총수 일가 지분이 20%이면 나머지 80%는 다른 투자자의 몫인데, 이런 기업에 대한 거래가 어떻게 총수 일가가 사적 이익을 편취하기 위한 거래라고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이미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과세를 하고 있는데 공정위까지 규제를 하면 이중 규제가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총수 일가 지분이 3%를 넘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30%를 넘는 기업에 대해 증여세를 물리고 있다.



 지분율뿐 아니라 다른 조항에 대해서도 재계의 우려는 크다. 공정위 애초 안은 규제 예외 대상을 ‘정상 거래 가격과의 차이가 7% 미만이면서 연간 거래금액 50억원 미만’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경련 등은 “수조원대의 거래를 하는 글로벌 기업에서 ‘50억원 미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기업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새누리당이 ‘분기별 거래금액 50억원 미만’으로 완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여전히 공정위의 자의적 법 적용이 가능한 부분이 적지 않다. ‘정상거래 가격의 7%’라는 기준도 정상거래 가격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또 해당 거래의 효율성·보안성·긴급성을 따져 규제 여부를 결정하는 조항도 논란이다.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 방침은 ‘나쁜 몰아주기’를 선별하겠다는 것인데 현재 안은 이를 선별할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계열사 간 거래를 무조건 나쁜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업 비밀의 누수를 막고 수직 계열화를 통한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계열사 간 거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칫하면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일본 도요타의 경우 기술 경쟁이 치열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은 본사 및 계열사를 통해 자체 해결하고 있다. 반면에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경제민주화의 상징인데 새누리당이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평가했다.



세종=최준호 기자, 김영훈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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