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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예산 500억 다 쓰려고 멋대로 룰 바꾼 서울시

‘시민이 제안하고 시민들이 참여해 서울시의 예산사업을 선정한다’.



주민참여 운영위 녹취록 보니
시민위원 30% 찬성해야 사업 선정
투표결과 361억원밖에 집행 안 되자
룰 없애고 자치구별 사업 끼워넣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입한 주민참여 예산제도의 취지다. 이 제도는 시민들이 제안한 사업을 시민들로 꾸려진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서 심사·선정하면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박 시장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해부터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470억원, 내년엔 5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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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제도는 도입 당시 일각에서 ‘예산 나눠 먹기’ ‘선심성 예산 집행’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지난 3월 내년도 참여예산 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른바 ‘30% 룰’을 정했다. 시민 250명으로 꾸려진 운영위원들의 투표를 거쳐 30% 이상의 득표를 얻은 사업 중 다득표 순으로 사업을 선정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자체 기준을 무시하고 내년도 주민참여예산 사업을 선정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본지가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운영위원회(4·5·6회) 속기록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사업성 평가에서 ‘예산 낭비’ 지적을 받은 사업들도 대거 포함돼 선심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 위원들은 지원자 중 성별·나이·거주지를 고려해 무작위 추첨으로 결정한다. 이 중에는 전직 공무원 출신도 있지만 대부분 전문성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게 위원들 중 30%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사업에서 제외하는 룰이다.



 김상한 서울시 예산담당관은 지난 7월 18일 제5차 운영위원회에서 “30% 이상 득표한 사업이 450억원이면 그 금액에서 참여예산 사업이 확정되는 것”이라며 30% 룰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7월 27일 서울시 참여예산위원회는 긴급 회의를 열고 30% 룰을 폐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투표 결과 선정된 사업들의 예산 총액이 361억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미 500억원이 확보된 마당에 굳이 룰을 지켜가며 각 자치구가 나눠 가질 예산을 깎을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지난달 8일 열린 제6차 운영위원회에서 박영헌 예산총괄팀장은 서울시의 기존 입장을 완전히 뒤집었다.



 “30% 이상 사업 중에서 선정한다고 했는데 30% 이상 득표를 한 사업이 361억원으로(500억원과) 차이가 많이 났다. 그래서 500억원을 전부 채우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주민참여 사업이 대거 예산에 반영됐다. 영등포구민이 제안한 ‘청소년 인터넷 방송국 설치’ 안이 대표적이다. 18억원이 들어가는 방송국 사업은 위원회 검토 결과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으나 내년 예산안에 들어갔다. 시민 위원의 득표율이 25.6%에 그쳤지만 예산이 확보됐다는 이유로 통과됐다.



 성북구민이 제안한 ‘위탁형 대안학교 설립 사업’(3억5000만원)은 해당 건물에서 이미 자기주도학습센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으나 예산안에 포함됐다. 이 사업은 여성보육분과위 평가에서도 최하위에 머물렀다.



 내년도 주민참여 사업 223개 중 투표율이 30% 미만인 사업은 48개에 이른다. 사업비로 따지면 164억78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강명옥 참여예산위원장은 “일부 예산 낭비성 사업도 포함된 건 사실이지만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도 많다”며 “참여예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는 박원순 시장이 “예산이 부족하다”며 무상보육 예산 지원을 놓고 정부와 힘 싸움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국민대 홍성걸(행정학) 교수는 “당초 만든 원칙을 폐기하고 목표액에 맞춰 지원을 한다는 건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주민참여예산제도=시민들이 제안한 사업을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이 심사·선정하면 시가 예산을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후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470억원을 참여예산으로 편성해 집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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