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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두 딸의 승부수

5월 31일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이부진 사장(왼쪽)과 이서현 부사장. 제일모직이 패션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기기로 하면서 자매 간 역할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뉴시스]


이건희(71) 삼성전자 회장의 두 딸들이 승부수를 던졌다.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는 23일 “주주총회를 거쳐 제일모직 직물·패션사업 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12월 1일부로 1조500억원에 양도한다”고 발표했다.

이서현이 공 들인 제일모직 패션
언니 이부진의 에버랜드로 넘겨



 1954년 원단 제조 등 모직 사업으로 출발한 제일모직이 창립 59년 만에 ‘본업’을 통째로 다른 회사에 넘기는 것이다. 제일모직 입장에선 사명(社名)을 바꿔야 할 정도의 큰 결단인 셈이다. 제일모직은 패션 부문을 양도해 확보한 자금을 소재·케미컬 분야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매출 등 외형과는 별개로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은 삼성의 뿌리로 통할 정도로 특별하다. 삼성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은 ‘먹거리’를 만드는 제일제당을 53년 설립했고, 이듬해 ‘입을 옷’을 만드는 제일모직을 세웠다. 이런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지금까지 이 회장의 차녀 이서현(40) 부사장이 총괄해 왔다.



‘본업’ 바꾼 제일모직은 전자소재 집중





 삼성에버랜드는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43) 호텔신라 대표가 경영기획 담당 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날 부진-서현 두 자매 간의 전격적인 ‘빅딜’ 발표는 그룹 안팎에 적잖은 파장을 던졌다.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은 이서현 부사장이 남다른 애착과 정성을 쏟았던 사업 분야다.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나온 이 부사장은 사회 생활도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에서 부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이 부사장은 제일모직을 내수 중심에서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바꾸는 데 힘을 기울여 왔다. 남성복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여성복, 캐주얼, 패스트패션(SPA) 등으로 변화시켰다.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CFDA)의 이사회 멤버로, 글로벌 패션계에 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반면 이 사장은 2002년 기획담당 부장으로 호텔신라에 들어온 뒤 2010년 12월 전무에서 두 단계 승진해 대표를 맡아 호텔 사업을 챙겨왔다. 신라호텔 매출을 지난해 2조3000억원대까지 키웠다. 삼성가 일가 중 유일하게 계열사 대표이사(등기임원)를 맡고 있다. 2011년 9월 글로벌 명품업체 루이뷔통을 세계 최초로 인천공항 면세점에 유치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텔·면세점이 고객 트렌드를 리드해야 하는 사업인 만큼 패션에도 상당한 노하우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서현 부사장이 애착을 보여온 패션을 제일모직이 떼어내고, 소재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하기로 한 데 대해 재계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는 평소 업(業)의 본질을 강조해 왔고, 미래 먹거리로 신소재 산업을 꼽아온 이건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이다.



 제일모직의 지난해 전체 매출 6조98억원 가운데 패션 부문은 1조7751억원으로 29.5%, 나머지 전자재료와 케미컬 등 전자소재 부문이 70.5%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8월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업체인 독일의 노발레드를 인수하기도 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향후 3년간 소재 분야에 조 단위의 투자가 필요한 데다 소재와 패션 간 연관성도 적어 사업 분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신성장 동력을 찾던 삼성에버랜드와도 필요가 맞아떨어졌다. 삼성에버랜드는 기존 건설과 조경 등 주(住) 기반 사업, 푸드와 식재료 유통 등 식(食) 사업과 함께 ‘의식주 종합회사’로 변신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트렌드 분석에 노하우가 있고, 1조원대 대금을 마련할 수 있어 에버랜드가 적격이라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룹 전체 경쟁력 중시하는 삼성가 결단”



 일각에서는 제일모직-에버랜드 간 빅딜로 세간에 알려진 삼성그룹 후계 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대외적으론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 등을, 이서현 부사장은 패션을 중심으로 한 제일모직과 제일기획 등을 담당하는 것으로 후계 구도가 정해진 것 아니냐는 게 정설이었다.



한편으로는 이 부사장이 에버랜드의 패션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제일모직·제일기획에서 꾸준히 성과를 보여온 이 부사장의 경영 능력을 지주회사 에버랜드에서 발휘해보라는 이 회장의 ‘묘수’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럴 경우 부진-서현 두 자매는 직책이나 회사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협업 체제’를 갖추게 된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선대 이병철 회장이 모든 예측을 뒤엎고 3남인 이건희 회장에게 그룹의 경영권을 넘겨줬듯이 이번에도 그룹 전체의 미래 경쟁력을 중시하는 삼성가 특유의 결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의 에버랜드 지분은 8.37%로 동일하다. 장남인 이재용(45) 삼성전자 부회장의 에버랜드 지분은 25.1%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12월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두 자매 간 역할 분담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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