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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아산시청 여형준 주무관

올해 5월부터 정서멘토링에 참여하고 있는 여형준 주무관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했다.


아산시청 도시계획과 소속 여형준(38)주무관의 선행이 주변인들로부터 귀감을 얻고 있다. 그는 올해 5월 10일 아산중학교와 교육취약계층 학생과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정서멘토링 협약식’을 갖고 멘토링 봉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는 아산중학교 소속 김정빈(가명·16)학생의 정서 멘토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평균 2회 만남을 통해 주로 진로·고민 상담 등을 해준다. 16일 여 주무관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중학생 '정서 멘토' 자청 "고민 들어주며 형 노릇해요"
"함께 여행·견학 다니며 이야기 나누고 추억 만들어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방법 배웠죠"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이슈가 되니 부끄럽습니다. ‘정서적 멘토’라는 거창한 명칭보다는 그냥 형 역할을 자처한 것뿐이에요.”



 이날 오후 아산시청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선행에 대해 이렇게 겸손을 떨었다. 여 주무관은 지난 2006년부터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평소 봉사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던 여 주무관은 ‘뭔가 특별하고 지역에 보탬이 되는 봉사가 없을까’라고 고민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TV를 통해 청소년들이 방황하는 모습을 보게 됐고 교육·문화적으로 취약한 청소년들에게 형이나 오빠가 돼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 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는 곧바로 실행해 옮겼다. 인근의 아산중학교에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을 선정해 달라고 문의를 했던 것. 아산중학교에서는 여 주무관의 용기에 감사하며 단번에 수락했고 정서멘토링 협약식을 진행했다. 아산 관내 학교가 기관·단체 등과 멘토링 협약을 맺은 적은 있지만 공무원과 개별적으로 협약식을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뒤 아산중학교에서는 3학년 김군을 여 주무관의 첫 번째 멘토로 소개해줬다.



 “최근 청소년들의 일탈이나 방황이 심각한 수준이잖아요. 그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사랑’과 ‘정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꾸준히 관리만 해주면 분명 올바른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4개월 동안 꾸준히 만나 정 쌓아



여 주무관은 김군과 4개월 여 동안 일주일에 많게는 3번 정도를 만나면서 정을 쌓았다. 함께 운동을 하기도 했고 덕수궁 등 서울의 명소를 함께 여행 다니기도 했다. 또 여 주무관은 김군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서울의 명문대를 견학시켜주기도 했다.



 “색다른 여행이었어요. 여건상 타 지역을 방문하기 힘든 정빈이에게도 좋은 추억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시간이 나면 다른 곳도 많이 데리고 다니고 싶네요.”



 여 주무관의 이런 노력은 김군의 성격을 차츰 변화시켰다. 가정 형편상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김군은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 강했던 아이였다. 여 주무관을 처음 만났을 당시만 해도 수줍음 때문에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못했던 김군. 하지만 이젠 자신을 위해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준 여 주무관에게 자연스럽게 ‘형’이라고 부르며 많이 의지를 한다고 했다. 또 평소 고민이 있으면 혼자 해결하려고 했던 김군은 이제 작은 걱정거리라도 주무관에게 문자를 보내 함께 해결하고 있다.



 “정빈이가 점차 성격이 변화되고 표정도 밝아지는 모습을 보니 뿌듯합니다. 앞으로 정빈이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찾기 위해 저도 노력해야죠. 성인이 될 때까지 친형보다 더 친한 형이 돼 주고 싶어요.”



 여 주무관 역시 김군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독서를 좋아하는 김군 덕에 자신도 독서에 빠지게 됐고 가끔씩은 서로 만나 독서토론도 하고 있다. 또한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법도 배워가는 중이다.



‘정서멘토링’ 제도 확대 됐으면



최근 들어서는 재능기부가 증가하고 이에 멘토-멘티 제도도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멘토-멘티 제도의 경우 일회성으로 끝나는 일도 대부분이다. 여 주무관이 김군에게 꾸준히 ‘형’ 역할을 해줄 수 있기까지는 아내의 도움도 한 몫 했다. 남편이 김군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불만을 가진 적이 한번도 없다.



더욱이 자녀까지 어려 일손이 필요한 상태지만 여 주무관이 김군을 만나러 간다고 하면 언제든 양보해준다.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이죠. 어린 딸아이를 거의 혼자 키우다시피 하니까 미안하기도 하고요. 제가 보람을 갖고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니 저도 정빈이와 더욱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여 주무관의 바람이 있다면 정서멘토링에 참여하는 공무원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다. 현재 정서멘토링에 혼자만 참여하고 있는 여 주무관은 이 제도에 많은 공무원들이 참여해 지역의 많은 청소년들이 사랑과 관심을 받아 건전하고 건강한 성인으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또한 자신 역시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더 많은 아이들에게 형·오빠 역할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정서멘토링에 참여해 정빈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많은 공무원들이 이 제도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어요. 자신의 시간을 조금만 할애하면 청소년의 인생을 바꿔줄 수도 있어요. 일회성으로 끝나는 멘토-멘티가 아닌 진정한 형·오빠가 돼주는 이런 제도가 활성화된다면 지역에도 큰 발전이 있지 않을까요. 청소년들은 곧 지역의 미래이니까요.”



 이에 대해 아산중학교 관계자는 “여형준 주무관은 세상의 낮은 곳에 직접 찾아가서 경험하는 인생이 높은 곳에서의 인생만큼이나 의미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는 진정한 공직자다운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며 “여 씨의 말대로 많은 공무원들이 이 제도에 참여해 청소년들에게 큰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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