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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갈리는 드라이버 … 그래도 123억원 쥔 스텐손

헨릭 스텐손이 23일(한국시간) PGA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그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우승하며 페덱스컵을 들었다. [애틀랜타 AP=뉴시스, 중앙포토]


2009년 CA 챔피언십에서 옷을 벗은 채 진흙탕에 빠진 공을 걷어 올리려는 장면. [애틀랜타 AP=뉴시스, 중앙포토]
지난 7일(한국시간) 벌어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3차전 BMW 챔피언십. 헨릭 스텐손(37·스웨덴)은 4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드라이버로 티샷을 했다가 훅을 냈다. 공은 찾았지만 라이가 나빴다. 그는 드라이버를 땅에 내리쳐 부숴버렸다. 이 홀에서 스텐손은 더블보기를 했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그는 경기 후 선수 대기실의 라커도 부쉈다.

투어 챔피언십, 페덱스컵 동시 우승
툭하면 실수 … 드라이버와 질긴 악연
세계 621위 → 4위 → 200위권 출렁
진흙서 팬티샷까지 하며 재기 의지
마지막날 3번 우드로 티샷 먹혀



 그 스텐손이 2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 골프장(파70)에서 벌어진 투어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최종합계 13언더파로 공동 2위 그룹에 3타 차 앞서 우승했다. 스텐손은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플레이오프인 페덱스컵까지 동시에 차지하게 됐다. 플레이오프 우승 보너스는 1000만 달러(약 107억5000만원), 투어 챔피언십 우승상금은 144만 달러(약 15억5000만원)다.



 스텐손은 흥미로운 선수다. 그는 올해 마스터스에서도 드라이버를 부쉈다. 동료들은 젊은 시절 아널드 슈워제너거처럼 큰 키에 짧은 머리, 선글라스를 끼고 공이 깨질 듯 강하게 스윙하고, 가끔씩 드라이버를 부수는 그를 ‘터미네이터’라고 부른다. 그러나 스텐손은 터미네이터가 아니라 드라이버를 미워하고 두려워하는 선수일 뿐이다. 2001년 스텐손은 유러피언 투어 신인으로 우승했는데 곧바로 슬럼프에 빠졌다. 드라이버 때문이다. 가을 열린 유러피언 오픈 첫 홀에서 OB를 세 번 냈고, 9홀 후 기권을 하고 집으로 갔다. 그는 완벽주의자였지만 골프 스윙은 완벽해질 수 없었다. 그는 “기술에 대한 집착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스텐손은 드라이버만 잡으면 덜덜 떨었다. 그의 세계랭킹은 621위까지 떨어졌다. 3년이 지나 그는 살아나기 시작했다. 2007년 WGC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2009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했다. 세계랭킹이 4위까지 올라갔다. 슬럼프가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직후 드라이버가 또 말썽을 부렸다. 폐렴과 기생충 감염도 그를 괴롭혔다. PGA 투어에서 그의 드라이브 샷 능력은 186위, 그린 적중률은 187위였다. 꼴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11년 톱10이 한 번도 없었고, 지난해에는 한 번뿐이었다.



 세계랭킹이 200위 밖으로 밀려났다. 골프 실력뿐이 아니다. 그가 슬럼프에 빠질 때 그의 은행 계좌도 동시에 곤두박질쳤다. 미국 리먼 사태 와중에 사기를 당해 투자했던 돈 대부분을 날렸다고 한다. 그래도 그의 재기 의지는 변함이 없었다. 2009년 WGC CA챔피언십에서 공이 호수의 진흙탕에 빠지자 바지와 상의를 벗고, 이른바 ‘팬티 샷’도 했다.



 올해 여름부터 스텐손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7월 열린 스코티시 오픈 이후 스텐손의 성적은 3-2-2-3-43-1-33-1위였다.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과 PGA 챔피언십, WGC 대회, 플레이오프 등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얻은 성적이다. 33위를 했을 때 그는 드라이버와 라커룸을 부쉈다.



 스텐손은 투어 챔피언십에서 대부분 3번 우드로 티샷을 했다. 최종일 그가 드라이버를 잡은 건 단 한 번뿐이었다. 그래도 그의 샷 거리는 동반자에게 뒤지지 않았고 여유 있게 우승을 차지했다. 공동 2위를 차지한 스티브 스트리커(미국)는 “골프 선수들이 대부분 고통스러운 기간을 겪게 되지만 스텐손처럼 오랜 기간 슬럼프를 겪고도 재기하는 선수들은 드물다. 그는 대단한 여행을 했다”고 말했다.



 스텐손은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잠에서 깨자마자 공을 잘 친 건 아니다.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감을 찾았지만 그래도 드라이버를 자주 잡지는 않을 것 같다. 스텐손의 에이전트는 “라커룸을 부순 것에 대해서 변상을 했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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