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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동양그룹 사면초가 … '자매' 오리온서 지원 거절

금감원이 23일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로 동양증권에 대해 점검에 들어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을지로 동양 사옥. [오종택 기자]


기대했던 ‘추석 선물’은 없었다. 오리온그룹은 23일 오전 자금난을 겪고 있는 동양그룹의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오리온그룹과 (담철곤 회장, 이화경 부회장 등) 대주주들은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으며 추후에도 지원 계획이 없다”는 두 줄짜리 보도자료를 통해서였다.

내달 돌아오는 만기 채무 4200억원



 지난 9일 뿌리가 같은 오리온에 ‘지원 신호’를 보낸 지 2주일 만에 불가 통보를 받은 것이다. 현재현(64) 동양 회장은 손아래 동서인 담철곤(58) 오리온 회장 측에 오너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었다. 두 사람은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사위다. 동양은 1957년 동양시멘트를 모태로 설립돼 건설·금융·레저·제과 등으로 사업을 키웠고, 오리온은 2011년 계열 분리됐다.



추석 때 가족들 모여 논의했지만



 고 이양구 회장의 부인인 이관희(84) 서남재단 이사장은 추석 연휴 중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이혜경(61) 동양 부회장과 이화경(57) 오리온 부회장 자매 가족과 함께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은 자신이 갖고 있던 오리온 주식 2.66%(1600억원 상당)를 동양네트웍스에 무상대여 형태로 지원한 상태였다.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동양의 채무는 회사채 2250억원, 기업어음(CP) 7870억원, 전자단기사채 2560억원 등 총 1조2680억원이다. 다음 달에만 4200억원을 막아야 한다. 동양그룹 CP와 회사채는 투자 부적격 등급을 받아 다음 달 말부터는 계열 금융사인 동양증권을 통한 판매가 불가능해진다. 그룹 안팎에서 ‘10월 위기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화경 부회장 등이 보유한 오리온 지분 14.49%(8000억원 상당)를 담보로 동양이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 신용을 보강(보증)해 달라는 것이 동양 측의 구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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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담보 댔다간 경영권 위협



 핏줄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하기엔 담 회장 일가도 난감한 처지였다. 지분을 담보로 내놨다가 회사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어서다. 정성훈 교보증권 연구원은 “주식 담보 대출을 빼고 담 회장 일가가 담보 가능한 주식은 120만9269주(20.26%)”라며 “오리온에 심각한 경영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오리온이 그룹 차원에서 동양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계열 분리가 끝난 마당에 담 회장 등이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어서다.



담 회장 부부는 이날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가슴에 평생 안고 갈 빚이 될 것이고, 어떤 비난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하지만 “경영자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며 독립 경영을 위해 (지원 불가)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동양과 동양네트웍스·동양시멘트 등 주요 계열사는 이날 주식시장에서 하한가로 마감했다. 금융당국은 동양그룹에 대한 자산 건전성 점검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은 동양증권을 통한 동양그룹 회사채·CP 투자자는 4만9000여 명이며, 대부분 개인투자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발행 금리는 연 7~7.9%로 정기예금 평균(연 2.75%)의 3배 수준이었다.



동양그룹 계열사 줄줄이 하한가



 다만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 약정 녹취록을 조사한 바로는 판매 때 투자자에게 동양의 신용등급과 재무상황이 안 좋다는 걸 알려줘 불완전 판매라고 보기 어렵다”며 “확실한 결론은 점검이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은행들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그룹의 채무는 대부분이 회사채나 CP이고, 아직 채권 만기 상환을 못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38위(공기업 제외)인 동양이 위기에 몰린 것은 주력인 건설·시멘트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부터다. 자원개발 업체인 골든오일, 한일합섬 등을 인수했지만 이들도 동반 부진에 허덕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680%였던 그룹의 부채비율이 1년 만에 1200%를 넘어섰다.



삼척 화력발전소 지분 매각 추진



 현 회장은 지난해 말 경영개선 로드맵을 내놨다. 제2의 창업까지 거론하며 “금융 빼고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팔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2013년 상반기까지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2조원대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속도가 문제였다. 지난 9개월간 동양은 레미콘 공장과 선박, 폐열 발전소, 오리온 주식 등을 처분해 5000억원을 마련하는 데 그쳤다.



 회생 관건도 속도다. 현재로선 동양이 위기에서 벗어날 방안은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 현금을 손에 쥐는 것뿐이다. 동양은 ‘성장엔진’으로 삼고 있는 삼척 화력발전소(동양파워)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동양매직과 레미콘 공장 추가 매각 등을 더해 1조원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동양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가능한 모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재·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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