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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美 봉쇄 뚫고 서태평양으로 진출할 것”



“중국이 미국의 봉쇄를 뚫고 서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으려는 건 미국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제1 도련(일본∼오키나와∼대만∼필리핀 연결)은 이미 돌파했고 제2 도련(일본∼괌∼호주∼뉴질랜드 연결)을 뚫는 것도 시간문제다. 태평양이 태평하지 못한 것은 미국과 일본 때문이다.”(※중국의 해양전략을 설명할 때 쓰이는 ‘도련’은 한자어로 島?, 영어로는 island chain이며 ‘섬들로 이어진 사슬’이란 뜻이다.)

“지금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에 대해 일본이 일방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하던 시점은 지났다. 중·일이 공동 관할하는 게 현실적이다. 일본은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댜오위다오에 분쟁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일본을 겨냥해 공격적 발언을 쏟아낸 인물은 중국 군부의 강경파가 아니다. 중국 민간 학자다. 주인공은 우스춘(吳士存·56) 중국남해(南海·남중국해)연구원장. 난징(南京)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우 원장은 중국 근현대사를 전공해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중·베트남의 베이부완(北部灣) 해양경계 획정 협상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남중국해 분쟁 등을 집중 연구해왔다고 한다. ‘제11회 국제해양력 심포지엄’ 참석차 최근 서울에 온 우 원장을 중앙SUNDAY가 만났다. 하이난(海南)성에 있는 남해연구원은 1996년 설립됐으며 외교부 산하 싱크탱크(智庫) 성격을 띠고 있다.

-중국은 대륙국가인가, 해양국가인가.
“해양에 이권이 걸려 있는 대륙국가다. 중국의 역대 왕조는 육지를 영토로 삼으면서 해양을 소홀히 했다. 그 때문에 주변국들과 많은 해양 분쟁이 생겼다. 중국이 최근 군사비를 늘리는 데 대해 주변국들이 우려한다. 특히 중국 해군의 경비 증가에 민감해한다. 중국이 해군력을 강화해 뭐하자는 것이냐는 식이다. 하지만 올해 1100억 달러 정도인 국방예산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1.28%다. 미국은 3%, 인도는 15%이고, 한국도 중국보다 높다. 일본조차 이러쿵저러쿵한다.”

-중국이 유달리 해양을 강조하는 이유는.
“중국의 해안선은 2만㎞를 넘는다. 또 대외 수출은 올해 3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돼 미국보다 더 많다. 중국의 해상 운송은 전체 물동량의 80%를 차지한다. 해양수송로 안전을 확보하려면 반드시 강한 해군을 건설해야 한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의회 격)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제시한 ‘해양강국’의 함의는.
“스스로의 해양 권익을 보호하고, 해양 환경을 보호하고, 효율적으로 해양자원을 이용하고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국력이 약할 땐 이를 강화하고 싶어도 못한다. 남중국해의 난사(南沙)군도와 산호초들은 70년대 베트남·필리핀 등 주변국들에 의해 침략당했다. 중국은 최신 지도를 출판하면서 난사군도를 중국의 판도에 넣었다. 다만 모든 도서에 해군을 파병하지는 않았다. 해군 역량이 못 미친다. 하이난에서 난사군도까진 1000여㎞가 넘는다. ‘채찍이 길어도 닿지 않는다(鞭長莫及)’라는 옛말처럼 모든 섬을 보호하고 싶어도 그 역량에 한계는 있다.”

-『태평양은 태평하지 못하다』라는 책도 나왔는데 이런 시각에 동의하나.
“두 가지 원인이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미국이고 그 다음이 일본이다. 미국은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펴면서 해군 역량의 60%를 아시아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미 공군의 60%를 아시아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아·태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은 군사 분야에서 아시아의 지정학에 큰 변동을 초래했다. 남중국해는 원래 태평했는데 미국이 진입해 베트남·필리핀 같은 소국의 입장을 지지해줘 이들이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고 중국에 대항했다. 해군력을 강화하고 가스전을 일방적으로 개발했다. 영토주권 문제에서 남중해 문제가 국제화됐다. 일본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우경화가 가속화됐다. 일본은 군국주의 길을 가면서 기존의 평화헌법을 폐기하려 한다.”

-중국 때문에 태평양이 불안하다는 시각도 많은데.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은 현대화의 길을 묵묵히 간다. 평화발전을 추구한다. 중국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다른 나라 영토를 침략하고 점령하지 않는다. 주변국에도 위협을 초래하지 않는다. 문제는 주변국이 중국의 발전을 어떻게 보느냐다. 중국의 해양 관할 기구가 5개로 나누어져 있을 때는 기구가 많다고 비판하더니, 올해 국가해경국 하나로 통합하니 이번에는 강력한 기구가 등장했다고 비판한다. 주변국들은 중국이 어떻게 하든 색안경을 끼고 보려 한다. 시간이 중국의 본심을 증명해줄 거다.”

-시진핑 주석이 제기한 ‘신형 대국관계’를 미·중 해양경쟁 차원에서 적용하면.
“미·중 간에 전략적 상호 신뢰를 증대하자는 거다. 지금 양국 간에는 전략적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이 중국의 전략 방향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오판하기도 한다. 전략적 차이와 오판, 충돌을 피해야 한다. 세계 경제를 회복시켜야 하는데 양국이 과도하게 군사비를 투자하면 둘 다 패배자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 대문 앞에서 압력을 가하면 중국은 전략적 압력을 느끼고 상응하는 방어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는 댜오위다오와 관련한 중국의 공식 입장은.
“세 가지다. 댜오위다오가 중국 영토란 사실을 일본이 인정해야 하고, 양국 간에 문제 해결이 쉽지 않으니 먼저 공동개발을 하자는 거다. 또 미국은 어느 편에도 서지 말고 중립을 지키라는 거다.”

-일본이 지난해 9월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한 이후 중·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다오를 동시에 관할하는 것은 현실이다. 다만 단시간 내에 복잡하고 민감한 주권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일본은 양국 관계 개선에 유리한 일을 해야지 민족 감정을 선동하면 양국 모두에 좋지 않다. 지난 1년간 양국 관계는 최악의 상태로 떨어져 단기간에 개선될 희망이 안 보인다.”

-중·일 간의 해경 충돌이 해군 충돌로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단 해군이 개입하면 위기가 급격히 고조된다. 소규모 전쟁이 발생하면 재난인데 누구도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와 중국의 군사대국화가 아시아의 평화·안정을 해친다는 지적이 많다.
“전자엔 동의하지만 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한 나라다. 중국은 한국과 함께 피해자다. 일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 부활을 경계해야 한다. 중국은 그런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의 평화발전은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베트남·필리핀 등과, 동중국해에서는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런데 첫 항모 랴오닝함을 왜 북해함대가 있는 칭다오(靑島)에 실전 배치했나.
“항모엔 기지가 있어야 한다. 북해함대 기지가 있는 칭다오에는 항모 기지가 건설됐지만 남해함대 기지에는 항모 기지가 없다. 북해에 있더라도 황해와 동중국해에서만 활동하지 않을 것이다. 항모는 원양작전 능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활동 범위는 훨씬 넓을 것이다.”

-해양 이익 측면에서 한·중 간의 갈등과 협력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나.
“양국 간에는 근본적인 이해 충돌이 존재하지 않는다. 큰 원칙상의 갈등도 없다. 양국은 전통적 우호관계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성공적이었듯 양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신뢰가 중요하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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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