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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외갓집 간 아이들, 엄마가 더 좋아졌다네요

성준영(오른쪽 둘째)·응엔티리 부부와 아이들이, 9일 아이들의 외할머니 응엔티텅(가운데)씨와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사진 한국여성재단]

지난 9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 인근 도시인 하이퐁. 주택가 골목에 들어서자 한국말로 크게 떠들며 동네 또래들과 뛰어노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공은 성준영(49)·응엔티리(27) 부부의 자녀인 대한(5)군과 유리(4)양. 이들은 삼성생명이 후원하고 한국여성재단이 주관하는 ‘베트남 다문화가정 아동 외가방문 지원 사업’에 선발돼 7~15일 7박9일 일정으로 외할머니집을 찾았다.

 6남매 중 막내딸인 응엔티리씨는 6년 전 한국 드라마에 빠져 있던 중 “한국 남자들이 단체로 선을 보러 왔다”는 소식을 듣고 구경갔다가 남편 성씨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애들이 낯가리지 않고 잘 노는 걸 보면 엄마 나라에 대해서도 좋은 기억을 가질 것 같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베트남어를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7년째인 이 행사는 갈수록 늘고 있는 베트남 출신 엄마와 아이간에 생길 수 있는 문화적 장벽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올해 25가족(94명)을 포함, 그간 모두 215가족(778명)이 참여했다. 정용주 삼성생명 지속가능경영센터 부장은 “아이들이 엄마 나라인 베트남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고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여성은 전체 결혼이주여성의 34.3%(7636명)로 가장 많았다.

 7년간 외갓집 방문 풍경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엄마들이 비행기에서 내릴 때부터 울기 시작해 공항에 마중나온 가족과 만나면 눈물바다를 이루곤 했지만 요즘엔 비행기 착륙 때부터 환호성과 박수가 터지고 공항 가족상봉 때도 웃음으로 가득하다. 이번 방문도 그랬다.

박기남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은 “한국 정착 과정에서 각종 시행착오를 겪으며 설움겪는 이들이 많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안정된 경제생활을 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린 베트남 여성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선인터넷과 같은 정보기술(IT)의 발전도 이들에겐 큰 힘이 됐다. 응엔티리씨는 “가족들과 화상통화를 자주 하다보니, 베트남 와서도 바로 어제 만난 것처럼 낯설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에 시집온 팜티화(30)씨는 결혼 1년 만에 친정인 북부 도시 하이즈엉을 다시 찾았다. 남편 강호성(36)씨가 전처 사이에서 낳은 딸 서진(7)에게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받아들여져 방문단에 선정됐다. 팜티화씨는 “아이가 올해 학교에 들어가면서 ‘남들과는 다른 엄마’라는 생각에 나를 조금 멀리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하지만 외할머니·외할아버지를 만나고 베트남 음식을 먹으면서 이제는 훨씬 친근하게 엄마를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남 사무총장은 “처음 만난 외할아버지 손을 잡고 동네를 거닌 장면은 아이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며 “이 아이들이 앞으로 10년, 20년 뒤에 한국과 베트남의 가교 역할을 하는 글로벌 리더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노이=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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