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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쫄깃한 식감에 … 식빵 하나로 18년간 손님 줄 세워

‘김진환 제과점’ 식빵 맛의 비결 중 하나는 쫄깃한 식감이다. 한 블로거는 “일반 제과점 식빵이 30수라면 김진환 제과점 식빵은 80수, 100수”라고 표현했다. [안성식 기자]

홍대 상권은 변덕스럽다. 새로 생겼나 싶은데 한 계절을 채 못 넘기는 곳이 수두룩하다. 그런 곳에서 18년째 한결같은 가게가 있다. ‘김진환 제과점’은 서울 동교동 큰길가에 있는 산울림소극장에서 맞은편 골목으로 한참 들어간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A급 상권은 아니다. 외진 곳이라 임차료가 저렴할 테지만 오다가다 우연히 들르는 손님만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업종도 빵집.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밀려 서울시내 내로라하는 빵집도 쓰러져갔다. 그런데도 외진 곳이지만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 덕에 18년째 ‘잘’ 버티고 있다. 그것도 식빵 하나로.

 김진환 제과점을 찾은 사람은 두 번 놀란다. 먼저, 제과점이라는데 외양은 제과점이 아니다. 간단히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의자와 탁자는 물론이고, 매장 내 진열대도 없다. 얼핏 보면 소규모 빵공장에 가깝다. ‘파는 곳’이 아니라 ‘만드는 곳’으로 가게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매장의 절반이 부엌이고 절반은 계산대와 구워진 빵을 식히는 트레이가 있는 공간이다. 그 좁은 곳에서 쉴 새 없이 빵이 구워지고, 쉴 새 없이 빵이 팔려 나간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그 흔한 단팥빵은 물론이고 케이크나 쿠키도 찾을 수 없다. 메뉴는 딱 두 가지다. 식빵과 소보로빵(곰보빵). 굳이 더 자세히 분류하자면 3가지다. 통식빵과 자른 식빵, 그리고 소보로빵이다.

 9일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방문한 이곳에서 김진환(57) 사장은 여지없이 빵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원료를 배합하고, 반죽을 하고, 반죽을 틀에 넣고, 틀을 오븐에 집어넣고, 구워진 빵을 트레이에 담아 식히고. 자동화된 공장의 기계처럼 움직였다. 20년 가까이 같은 일을 해오고 있으니 움직임 하나하나가 빵 만들기에 최적화됐을 것이다. 그럴싸한 파티시에 모자나 에이프런도 걸치지 않았으니, 겉모습은 공장 노동자다. 벽에 걸린 ‘쇼와(昭和) 63년’(1988년) 동경제과학교 졸업장이 그가 파티시에라는 걸 입증한다.

김진환(57) 사장이 갓 구운 소보로빵을 들어 보이고 있다. 3년 전부터 메뉴에 추가한 소보로빵은 오전 중에 매진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먹어본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전설의 빵’으로 통한다. [안성식 기자]
 “96년부터 이곳에서 쭉 식빵만 팔고 있습니다. 18년째 매일 새벽 4시 반에 나와서 하루 종일 빵 만들다 들어가고 있어요.”

 동경제과학교를 졸업하고선, 일본 도쿄 시내 오다큐(小田急)백화점 안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파티시에 생활을 시작했다. 버블 경제의 끝자락에서 ‘궁극의 맛’을 추구하는 일본은 그에게 최고의 배움터였다. 이어 도쿄 시내 케이크 전문점 등에서 일하며 파티시에로서의 꿈을 키웠다. 95년 일본 생활을 접고 한국에 돌아왔다. 강남에 제과점을 내고 다양한 종류의 빵을 비롯해 케이크와 쿠키 등을 팔았다. 사는 집 근처인 홍대의 지금 제과점 자리에 2호점도 열었다. 여느 제과점과 비슷했다. 아쉽게도, 당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은 김진환표 빵과 일반 제과점 빵을 구분해 내지 못했다. 고급 재료를 써서 공이 많이 들어간 제품도 비싸다는 이유로 생각만큼 많이 팔리지 않았다. 전문 베이커리가 자리 잡기엔 국내 소득 수준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게 김 사장의 판단이었다. 1년이 못 돼 강남 제과점을 접었다. 그리고 지금 홍대 제과점은 손님들이 많이 찾는 식빵에만 집중하기로 전략을 바꿨다. 그 이후 18년째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식빵을 만들어 오고 있다.

 “식빵은 가장 만들기 어려운 빵이에요.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죠.”

 김 사장이 식빵을 고집하는 이유다. 식빵은 가장 예민한 빵이자 모든 빵의 기본이 된다. 기본이라고 해서 쉽지는 않다. 모든 일이 그렇듯, 기본이 제일 어려운 법이다. 재료라고는 밀가루·우유·버터·설탕 등뿐인데, 이런 같은 재료를 가지고 뭔가 다른 특별한 맛을 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가 찾는다. 김진환 제과점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꽤 유명한 집이다. 특별히 홍보를 하거나 마케팅을 하지 않는데도 빵 맛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 입으로 입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말하는 김진환표 식빵 맛의 비결은 일단 식감이다. 통식빵을 뜯어 먹어보면 닭고기처럼 부드럽고 쫄깃쫄깃하다는 평가다. 어떤 블로거는 “일반 제과점 식빵이 30수라면 김진환 제과점 식빵은 80수, 100수”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순수함’이다. 한 블로거는 “잡맛이 하나도 없는, 탄수화물만이 낼 수 있는 부드러운 단맛이 나는 순수한 식빵”이라고 묘사했다. 인터넷상에는 “그냥 식빵 맛인데 이상하게 자꾸 손이 간다” “20년 전 동네 빵집에서 맛본 식빵 맛이다” 등의 평가가 많았다. 프랜차이즈 빵집이 범람하는 까닭에 갓 구운 식빵이 자취를 감추고, 동네 빵집은 ‘돈이 안 되는’ 식빵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보니 기본에 충실한 맛을 내는 식빵이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기를 갖춘 김진환 제과점 식빵이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이다. 특별하다고 값이 비싼 것도 아니다. 한 덩어리에 3200원이다. 일반 제과점과 비슷하다. 이래 가지고는 남는 장사일까 싶다. ‘식빵이 돈이 되느냐’고 물었더니 김 사장의 답은 간단하다.

 “남들은 돈이 안 되겠지만, 나는 됩니다. 많이 팔면 되니까요.”

 하루에 팔리는 식빵 개수는 엄청날 것 같았다. 그날 오전에만 식빵이 쉼 없이 만들어지고 팔려 나갔다. 몇 개 팔리느냐, 밀가루·설탕은 얼마나 쓰느냐 등 매출과 관련된 질문에 김 사장은 “빵만 맛있으면 됐지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답을 하지 않았다. 몇 번을 물어 그나마 얻어낸 답이 “소보로빵은 하루에 400~500개 나간다”이다. 소보로빵은 3년 전부터 식빵 나오길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미안해서 덤으로 만든 품목이다. 오전 중에 매진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먹어본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전설의 빵’이기도 하다.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지만, 그날 만든 빵이 다 팔리면 문을 닫는다. 이렇게 잘 팔린다면 가격을 올려 받아도 괜찮을 듯싶다. 김 사장은 그러나 “처음 문을 열었을 때 1500원 하던 식빵이 지금은 3200원”이라며 “잘 팔린다고 값을 올리는 게 아니라 재료 값이 올랐을 때만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린다”고 말했다.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값을 비싸게 받을 수 없다는 게 김 사장의 지론이다. 매일 새벽같이 나와 하루 종일 빵 만드는 일상이 고단하지 않을까 싶다. 이 정도면 매장을 확대하거나 분점을 내서 매출 규모를 늘리면 편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분점 제의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김 사장의 고집은 꺾지 못했다.

 “내가 안 만들면 다른 빵이 나와요. 다른 맛의 빵을 내 이름을 붙여 손님들에게 팔 수는 없죠.”

글=고란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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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